청나라 베스트셀러 4권
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안녕하세요. 북레터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청나라(1616~1912) 300년 중 61년을 통치한 황제가 바로 강희제(1661~ 1722)입니다. 중국의 부흥을 이끌었고 세계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위대한 황제죠. 그의 아들 옹정제(1722~1735)와 손자 건륭제(1735~1796), 이 삼대가 통치한 135년이 청나라의 전성기였습니다. 꽃은 전성기에 피어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발표되었거나 당시를 배경으로 한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한번 살펴 볼까요?
삼국지의 인기를 뛰어넘은 중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남주인공 가보옥을 중심으로 임대옥과 설보채 세 젊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젊은 아씨마님 왕희봉의 전횡을 중심으로 가씨 가문의 흥망성쇠를 담은 소설입니다.
저자 조설근(1715~1763)의 증조모가 강희제의 유모였기에 그의 가문은 청나라 황실의 비호를 받으며 3대째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었고, 저자도 귀한 공자님으로 나고 자랐습니다. 가씨 가문의 흥망성쇠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낸 소설의 내용은 저자의 자전적 내용이기도 합니다. 500명이 넘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복잡한 삶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이 드러나는데, 80회본과 120회본이 전해질 만큼 분량이 방대합니다. 지만지 원서발췌본은 젊은 주인공들의 사랑과 이별을 중심으로 4회의 이야기를 정선하고 상세한 해설을 곁들였습니다. 전체의 구성을 살피기에는 부족하지만 중국 대표 소설 ≪홍루몽≫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습니다.
루쉰이 극찬한 중국의 풍자 소설
≪홍루몽≫과 함께 중국에 ‘소설’이란 장르가 융성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 작품입니다. 루쉰은 ‘이 책 이후 비로소 중국에 풍자소설이 존재하게 되었다.’고 극찬했지요. 저자 오경재(1701~1754)는 청나라 전성기의 지식인으로, 그가 경험한 ‘유림’의 세계는 과거제도로 인간성이 철저하게 파괴된 세계였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과거에 정신을 잃은 사대부들의 가련한 모습과 탐욕에 빠진 비열한 행동, 관리들의 파렴치와 수탈을 담담한 필치로 생동감 있게 담았습니다.
형식으론 ≪홍루몽≫과 같은 장회소설이지만 주인공도 없고, 간단히 요약할 만한 줄거리도 없어요. 다양한 계층의 여러 인물이 차례차례 등장해 자기 역할을 마치면 사라져 버립니다. 이런 구성을 통해 저자는 자유롭게 공간을 조성하고 다채롭게 인물의 성격을 창조했습니다. 지만지 발췌본은 전체 55회 가운데 1~3회와 53~55회를 번역했습니다.
호방한 여성 영웅과 부드러운 남성 영웅의 등장
‘아녀’자의 정이 있는 남주인공 안기는 결혼 후 과거에 급제하여 ‘영웅’의 뜻을 성취하고, ‘영웅’의 기세가 충만했던 여주인공 하옥봉은 결혼 후에 ‘아녀’자의 정을 회복하여 현모양처가 된다는 내용입니다. 강희 말년에서 옹정 초기가 소설의 배경입니다. 저자 문강은 유교 윤리를 중시한 지식인이었고 그런 그의 사상이 작품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두 명의 상반되는 인물을 결합하여 이상적인 인물과 결말을 그렸습니다.
소설은 이야기꾼의 통속적인 어조로 전개되는데, 북경어는 물론 방언과 문언, 백화 등 다양한 문체가 담겨 어학교본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당대엔 기존의 주인공들과 차별된 여성 영웅의 등장으로 커다란 인기를 누렸고요. 지만지 발췌본은 전체 41회 중 이야기가 처음 전개되는 1회와 여주인공 하옥봉이 활약하는 6회, 7회에서 발췌하여 소개했습니다.
열두 누각은 모두 공중 누각
청나라의 저명한 희곡 이론가이자 비평가며 소설가인 이어(1611~1680?)의 단편소설집입니다. 현존하는 이어의 소설 중 가장 완전무결한 작품으로, 제목이 시사하듯 열두 편의 단편소설집입니다. 각 편마다 누각이 등장해 ≪열두 누각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었어요. 다양한 등장인물, 다채로운 소재, 통속적인 문체가 조화돼 권선징악을 주제로 인정세태를 풍자합니다. 송대, 원대, 명대의 사건을 배경으로 저자가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거나 처지와 운명, 이상 등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지만지 발췌본은 특히 남녀의 애정과 혼인을 이야기한 세 편을 엮었습니다. 저자는 이 세 편의 이야기에서 남녀 사이에는 경계가 있어야 하고(합영루), 혼인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하며(탈금루), 좋은 기회와 인연은 오래 기다려 얻는 법(십근루)이라고 충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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