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알고리듬과 저널리즘은 양립 가능한가?
최신 이슈를 네이버, 카카오톡, 유튜브, 페이스북 등 실제 사례로 읽어
유튜브 알고리듬은 오늘도 나를 취향저격 콘텐츠로 이끈다. 네이버에 접속하면 나와 비슷한 연령대와 성별의 이용자가 어떤 물건을 구매했는지 알려주고, 페이스북은 내 ‘친구’ 중 교류가 많은 ‘친구’의 소식을 자주 노출 시켜준다. 플랫폼 중심의 웹 2.0 시대 이후 사실상 우리는 알고리듬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철저히 ‘나’에게 맞춰주는 알고리듬을 구성하는 플랫폼들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다. 플랫폼에서 모르는 분야를 배우기도 하고, 취미 생활도 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며, 쇼핑도 한다. 가족끼리 연락하고 사진도 주고받는다. 우리는 알고리듬이 이끄는 플랫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뉴스 역시 신문이나 방송과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서 확인하지 않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2011년에는 44.6%가 종이신문에서 뉴스를 확인했지만, 2020년에는 10.2%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포털 사이트나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소비한다.
뉴스를 알고리듬에 따라 배열하고 추천하는 환경에 처하면서 우리는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이제는 알고리듬에 따라 인공지능이 추천해주는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이용한다. 단순한 정보나 의견이 추가된 콘텐츠가 마치 뉴스처럼 유통된다. 특정한 사안에 관한 ‘의견’이 ‘사실’보다 중요시되기도 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에서 정보와 뉴스는 ‘친구’ 관계 속에서 읽어 내게 된다. 플랫폼 내 오피니언 리더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의 뉴스봇과 같이 이용자가 뉴스봇(news bot)과 대화를 나누며 뉴스를 찾고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알고리듬에 따라 작동하는 비인간 행위자를 고려하여 저널리즘을 논의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레거시 미디어 시대의 뉴스 개념으로는 저널리즘을 논의하기 어려울 정도다. 뉴스의 정의, 기자의 정의조차 어쩌면 새롭게 규정되어야 할 수 있다.
알고리듬 시대의 저널리즘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무조건적인 우려도, 지나친 유연성도 위험하다. 뉴스를 채택하고 생산하는 과정은 미디어와 국가의 발달에 따라 달라졌기에 레거시 미디어 시스템에서 뉴스가 생산되고 유통되며 소비되는 방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알고리듬이 주도하는 플랫폼 환경을 분명히 고려하며 저널리즘을 논의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 책은 ‘알고리듬 저널리즘’의 사회적 관점에서 거대 플랫폼에서 나타나는 뉴스의 변화와 주요 이슈를 짚어본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큐레이션, △유튜브의 추천시스템, △페이스북의 토픽 읽기 구조, △카카오톡의 뉴스봇 작동 방식 등 주로 뉴스의 유통 과정에서 작동하는 알고리듬에 관해 다룬다. 독자들이 알고리듬 저널리즘의 현황을 파악하고, 알고리듬 세상에서 뉴스 가치 구현의 고민을 함께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200자평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에서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알고리듬 저널리즘은 과연 저널리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가?’ 알고리듬 저널리즘은 인간의 편견을 배제한 객관적인 정보 선별자이며, 일부 저널리스트들에게 주어졌던 정보 독점권을 해제한 민주적인 정보 교류인가? 혹은 기계적인 편집으로 독자의 요구에 맞추며 저널리즘 고유의 가치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가?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런 질문을 바탕으로 알고리듬과 뉴스 가치, 가짜 뉴스, 사회적 읽기, 봇의 등장 등의 이슈를 네이버, 카카오톡,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실제 사례와 함께 논의한다.
지은이
이재원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이화여자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언론홍보영상학과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포츠한국》엔터테인먼트부 부장,《텐아시아》 편집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AI와 더불어살기』(공저, 2020), 주요 논문으로는 “포털 사이트의 인공지능 뉴스 큐레이션 도입과 뉴스 생산 관행 변화에 관한 연구”(2020), “소셜 미디어의 토픽 활성화에 관한 연구”(2019), “소셜 네트워크 저널리즘 시대의 뉴스 리터러시 재개념화”(공저, 2016) 등이 있다.
차례
알고리듬과 저널리즘은 양립 가능한가
01 거대 플랫폼과 뉴스 이용
02 인공지능 큐레이션의 뉴스 가치
03 가짜 뉴스의 추천
04 뉴스의 사회적 읽기
05 뉴스봇 서비스의 등장
06 알고리듬 저널리즘의 과제
책속으로
디지털 플랫폼은 이용자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 참여의 활동은 곧 텍스트로 남게 되고, 이 기록은 이용자의 취향을 나타내는 소중한 정보로 기록되어 플랫폼 기업이 구성한 알고리듬에 따라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데 활용이 된다. 이용자가 뉴스를 공유하고,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대부분의 참여 행위가 알고리듬 작동을 위한 데이터로 사용된다.
_ “01 거대 플랫폼과 뉴스 이용” 중에서
사람과 정보가 진공 상태에서 연결되기란 어렵다. 이미 알고리듬의 추천에 기대 정보를 확인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는데, 과연 뉴스의 환경이 나아졌는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인공지능의 편집 이후 뉴스의 생산 환경은 오히려 좋은 기사를 포기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_ “02 인공지능 큐레이션의 뉴스 가치” 중에서
유튜브 저널리즘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가진 속성이 기존의 뉴스와는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소셜 미디어 중 유튜브에서 뉴스를 확인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뉴스 이용자에게 유튜브 저널리즘에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가짜 뉴스’다. 유튜브의 추천시스템과 공유하기 쉬운 속성은 ‘가짜 뉴스’를 빠르게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_ “03 가짜 뉴스의 추천” 중에서
뉴스봇은 아직은 대화를 주고받는다기보다는 검색어를 입력하는 방식에 가깝다. 이는 인공지능의 발전 단계 중 한 가지 임무만을 수행하는 협의의 인공지능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뉴스봇과의 대화는 사람과 사람의 대화가 아닌 사람과 소프트웨어의 대화라는 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복합체가 함께 사회를 만들어 간다는 관점으로 저널리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_ “05 뉴스봇 서비스의 등장” 중에서
알고리듬도, 저널리즘도 사회를 살아가고 숨 쉬는 사람들 속에서 역동적으로 쉬지 않고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고정된 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변하지 않는 가치와 변해야 할 것들을 선별하는 발걸음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_ “06 알고리듬 저널리즘의 과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