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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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속이론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쿠바 혁명 이후 사회 전반이 급진화했다. 사탕수수에 국가 경제의 거의 전부를 의존하는, 사실상 미국의 식민지와 같았던 쿠바에서 일단의 젊은 청년들에 의해 발생한 사회 변혁 투쟁이 반제국주의 사회주의의 형태를 띠면서 성공적으로 실현되어 감에 따라, 라틴아메리카에는 새로운 사회 변화에 대한 기대가 넘쳐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쿠바 혁명은 기존 마르크스주의의 사회주의 단계적 실현론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해석을 요구했다. 따라서 자본주의 발전이 거의 없었던 쿠바에서 공산주의가 실현된 데 대한 이론적 설명을 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종속이론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는 서구 유럽의 자본주의와는 달리 종속 자본주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식민지적 수탈을 통해 자율적인 자본 축적을 이룰 수 있었던 서구 자본주의와 종속적 수탈을 당하면서 발전하는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는 결코 서구 자본주의와 같은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종속이론의 핵심적 주장이다. 결국 라틴아메리카가 그러한 종속의 질곡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종속 관계의 고리를 끊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종속이론 비판
이러한 종속이론 비판의 선두에 섰던 사람이 바로 아구스틴 쿠에바다. 그는 무엇보다 종속이론이 평등하고 조화로운 자본주의 발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가 서구와 같이 자율적으로 발전했다면 평등한 사회를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 즉 “잃어버린 민족적 자본주의에 대한 향수”가 종속이론가들의 주장 저변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다만 라틴아메리카와 같은 종속 자본주의의 경우에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라틴아메리카 사회가 종속의 틀을 깨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주의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종속이론의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쿠에바는 평등하고 조화로운 자본주의 발전 그 자체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그가 보기에 자본주의는 그 자체가 계급 모순을 가지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쿠에바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불평등 사회 구조를 생산하는 모순적 발전 과정이고, 종속은 자본주의의 기본 구조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라 그러한 모순을 보다 심화하는 한 요인에 불과하며, 이러한 모순의 해결은 결국 내부적 계급 관계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200자평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를 이야기할 때, 종속이론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자본주의는 외부(서구)에 종속되어 발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종속이론을 정면에서 비판한다. 지은이는 종속이론이 사회의 진정한 모순인 내적 계급 모순을 경시하고, 지나치게 종속과 같은 외적 요인에서만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고 비판한다. 원전의 12장 가운데 가장 핵심인 9∼12장을 발췌해 소개한다.
지은이
아구스틴 쿠에바(Agustín Cueva, 1937∼1992)는 에콰도르에서 태어났다. 에콰도르 국립대학교(Universidad Central de Ecuador)의 교수를 지냈다. 아옌데 시절 권위주의의 탄압을 피해 칠레의 콘셉시온 대학교(Universidad de Concepción, Chile)로 옮겼다가, 역시 그곳에서도 피노체트 군사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멕시코로 옮겨 멕시코 국립대학교 정치사회과학대학에서 재직했다. 1992년 질병으로 삶을 마감하게 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그는 조국 에콰도르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구스틴 쿠에바는 라틴아메리카 사회과학계를 대표하는 라틴아메리카 사회학회(Asociación Latinoamericana de Sociología)의 회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정통 마르크스주의자의 입장에서 종속이론 비판의 선두에 섬으로써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진보 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대표 저서로는 여기 번역된 ≪라틴아메리카 자본주의 발달사≫ 외에도,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과정과 사회 이론 분야에서 고전으로 간주되는 ≪분노와 희망 사이에서(Entre la ira y la esperanza)≫(Nucleo Del Azuay, 1981), ≪라틴아메리카 사회 이론과 정치 과정(Teoría Social y Procesos Políticos en América Latina)≫(Edicol, 1979), 또 모국 에콰도르의 정치를 분석한 ≪에콰도르 정치 지배 과정(El proceso de dominación política en el Ecuador)≫(Planeta, 1990) 등이 있다.
옮긴이
김기현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멕시코 국립대학교(UNAM) 정치사회과학대학에서 중남미지역학(정치경제 전공)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학종합연구센터 책임 연구원에 이어, 현재는 선문대학교 스페인어중남미학과 부교수이며 같은 대학교 중남미연구소장 직을 맡고 있다. 또한 한국라틴아메리카학회의 출판이사와 학술이사를 거쳐 현재는 총무이사 직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라틴아메리카 : 마야, 잉카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문화≫(공저)가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라틴아메리카 외환 위기의 근원>, <라틴아메리카 달러라이제이션>, <미국의 대쿠바 정책>, <라틴아메리카 원주민 인권 : 문화적 다양성의 추구> 등이 있으며, 현재는 라틴아메리카 인종과 정치, 그리고 자원 문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차례
위기와 산업화 과정의 문제
전후 경제의 정점과 쇠퇴
모순의 축적과 체제의 일반화된 위기
현재의 문제점과 경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따라서 라틴아메리카의 운명은 그들 밖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민중 운동의 조직적 능력, 그리고 일반적인 정치적 능력에 달려 있다. 현재 이러한 민중 운동은 전개 과정에 있다. 그러나 조심스런 전술적 행보가 공격적 전략을 누르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한 패배들로 인해 현재 주요한 과제가 비록 빛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적과 성공적으로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모으고, 적절한 조건을 다지는 것이 아직까지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결과적으로 복잡한 세계적 상황에 따른 긴장으로 인해 제국주의의 새로운 전략에도 명백한 틈이 생겼음이 감지된다. 그로 인해 카터 정부는 무엇보다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일에서 양날의 칼이 될 국제 정책을 형성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