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방 소멸 시대, 농촌과 농촌 교육의 초상
말 그대로 ‘지방 소멸’의 시대다. 학생이 없어 학교가 문을 닫는다. 교육계는 그간 학생 수 감소를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간주하고, 이에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대응해 왔다. 도시에 견주어 부족한 농촌의 교육 자원을 보완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그럼에도 지방, 특별히 농촌 인구는 계속해서 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저자들은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경험한 세 지역의 학교를 찾아가 농촌 교육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거기서 “익히 들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문제의 재인식, 패러다임의 전환, 구체적인 전략 개발
저자들은 농촌 지역 학생 수 변화의 원인이 ‘저출생’에만 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다. 출생율 저하에 따른 자연적 감소는 물론, 학령인구의 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농촌의 학생 수 감소를 어쩔 수 없는 상수로 두고 대응책만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감소 자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프로젝트 개발 방법론을 활용해 농촌의 학생 수 감소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실천 전략을 도출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문제 인식과 참여를 보다 용이하게 만드는 실용적인 도구들을 이 책에서 만나 볼 수 있다.
농촌 지역 소규모 학교가 보여 주는 교육의 미래
이 책이 지니는 또 한 가지 의의는 현재 농촌 교육의 초상에서 교육의 미래와 희망을 발견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장은 저자들의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들은 농촌 교육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과 더불어, 농촌 교육의 가치 자체를 재인식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 우리가 찾는 희망이 농촌 교육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낭만주의적인 낙관에 머무르지 않는다. 교사, 학부모, 정책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들여다본 생생한 교육 경험에서 발견한 의미이고 희망이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서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함께 묻고 답해 보자.
200자평
말 그대로 ‘지방 소멸’의 시대다. 학생이 없어 학교가 문을 닫는다. 교육계 안팎의 꾸준한 노력에도 지방, 특별히 농촌 인구는 계속해서 소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학생 없는 곳에 교육은 없다. 그러나 학생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곳에 교육이 있어야 한다. 지방 소멸 시대에, 모든 국민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서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묻고 답한다.
지은이
양희준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교육정책사회학, 분단과 교육의 관계, 소멸 위험 지역의 교육 등이다. 저서로는 『코로나 시대, 학교의 재탄생』 (공저, 2020)이 있다.
박근영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다.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문화산업과 문화소비, 평생학습조사, 사회조사방법론 등이다. 저서로는 『사이버 공간의 문화 코드』 (공저, 2015) 등이 있다.
이재준
서울시립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성인학습이론, 평생교육 참여성과, 시민교육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평생교육 참여는 학력과 소득의 관계를 조절하는가”(2021) 등이 있다.
허준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공동체학습, 시민교육, 문해교육 등이다. 저서로는 『위기, 변화 그리고 공동체학습』 (2012), 역서로는 『문해교육: 파울로 프레이리의 글 읽기와 세계 읽기』 (2014) 등이 있다.
박상옥
공주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학습공동체, 마을교육공동체, 민주시민교육, 여성주의 교육, 확장학습 등이다. 역서로는 『비판적 사고 가르치기: 실천적 지혜』(2019, 공역), 주요 논문으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결혼이주여성의 지역공동체의식에 미치는 영향”(2021) 등이 있다.
차례
서문: 농촌 교육의 현실과 변화를 위한 과제
01 소멸하는 농촌, 학생 수 감소의 진실
이 책의 ‘농촌’ 개념
우리나라 인구 구조의 변화와 특징
지역별 학생 수 감소 실태
농촌 지역의 학생 수 감소
학생 수 감소 ‘심각’ 지역 분류
소결: 지역별로 다른 학생 수 감소 현상
02 부안군 이야기
위기: 인구 감소와 학교의 현실
더 큰 학교로 떠나는 아이들
작은 학교의 현실
지역사회의 대응
소결: 지역이 함께 학생들의 삶을 돌보다
03 군위군 이야기
위기: 인구 소멸과 학생 수 감소
더 ‘좋은’ 교육을 찾아서
작은 학교의 수업, 학생, 교사
지역사회의 정책 대응
소결: 작은 학교의 딜레마를 넘어
04 청양군 이야기
위기: 고령화와 학생 수 감소, 그리고 읍 지역 인구 집중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가는 아이들
농촌 학교 학생과 교사의 교육 활동
지역사회의 정책 대응
소결: 소통과 공감을 통한 ‘좋은 교육’ 만들기
05 농촌 학생 수 감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의 재인식
새로운 접근법
프로그램 디자인 매트릭스의 적용
농촌 학교 교육 혁신의 과제
문제의 진정한 해결
06 대담: 일상화된 위기의 시대, 희망은 농촌 교육에 있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해결책은 무엇인가?
당장의 처방은 없는가?
코로나 시대, 농촌 교육의 가능성
참고 문헌
책속으로
가장 중요하고도 급한 것은 농촌 지역의 ‘학생 수 감소’ 현상을 정책적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학생이 없는 곳에 교육이 있을 수 없다. 역으로 말하면, 학생이 1명이라도 있다면 그곳에 교육이 있어야 한다.
-xiv쪽
결론부터 말하자면, 농촌 지역의 학생 수 감소 현상은 ‘저출산’이라는 자연적 요인 위에 학령인구의 ‘도시 지역으로의 이동’이라는 사회적 요인이 겹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농촌의 학생 수 감소 현상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문제를 새롭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184쪽
학교는 지역의 정주 여건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단적으로 말해 학교가 없는 지역에 인구가 유입될 수 없다. 역으로, 학교의 폐쇄는 그 지역에 시한부 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다. 인구가 유입되지 않는 지역의 미래는 곧 소멸이기 때문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의 폐기는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186쪽
가령 농촌 교육의 핵심 문제를 ‘도시와의 격차’로 설정했다면, 정책 방안의 최종적인 목적 역시 이것이 해결된 상태, 즉 ‘완화된 도농 교육 격차’와 같이 진술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도농 교육 격차’를 농촌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로 설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 설정은 은연중에 ‘도시의 교육’을 정상적이고 규범적인 것으로 설정하는 오류를 포함할 수 있고, 문제가 해결된 상태 역시 도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을 기준으로 해 판단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