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1930년대 우리 문학이 가장 많이 생산해 낸 것은 ‘전향소설’입니다. ‘전향’은 좌우익 계열의 작가들이 일제 사상 탄압에 의해 이념을 포기하고 국가주의에 매몰되어 갔던 궤적입니다. 특히 카프 작가들의 전향소설 속 인물들의 운명적 표정은 일제의 사상 동원과 통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들이 경험한 삶의 굴절, 지만지한국문학의 책들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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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의 계절 ≪박영희 평론선집≫
일련의 ‘전향’ 사건을 문제 삼을 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박영희의 전향입니다. 그가 카프의 핵심적인 이론분자로서 강경 노선을 주도해 왔기 때문입니다. “얻은 것은 ‘이데올로기’며 상실한 것은 예술 자신”이라는 전향 선언은 조선 문단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의 선언은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구호적 명제로 요약된 만큼 선동 효과도 강했습니다. 조선 문단에 전향의 계절이 찾아온 것입니다.
박영희 지음, 허혜정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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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한설야 단편집≫
전향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에 복귀하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관념과는 별개로 먹고사는 일에 노출되는 현실의 차원이 끼어 있습니다. 한설야는 사상범으로 복역했던 주인공이 현실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여 주는 일련의 소설들을 발표하며 전향자의 생활을 섬세하게 그려 냈습니다.
한설야 지음, 장영우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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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부의 시선 ≪김남천 단편집≫
김남천의 단편들에서는 전향자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균형 감각이 느껴집니다. 혹자는 그것을 잠수부의 시선이라 표현했습니다. <경영(經營)>의 주인공 오시형은 감옥에 있는 동안 일제가 내세운 대동아주의에 침윤된 적극적 전향자입니다. 소설은 애인의 시점으로 그려집니다. 출소한 오시형은 애인에게 등을 돌리고 아버지가 맞춰 준 새 양복, 새 구두를 신고 떠나 버립니다. 잠수부의 시선이 포착한 파파보이, 그 애비란 누구겠습니까?
김남천 지음, 정호웅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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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상품으로서의 전향 ≪김동리 작품집≫
‘전향과 김동리’, 어색합니다. 그러나 김동리도 <두꺼비>라는 전향소설을 썼습니다. 이는 ‘전향’이라는 소재가 하나의 유행이었음을 말해 줍니다. 그래서인지 <두꺼비>는 전향을 몸소 체험한 이들의 작품보다 밀착성이 떨어지고 투박합니다. 하지만 ‘전향’이 일반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었는가를 살펴보는 데에는 더없는 자료가 됩니다.
김동리 지음, 정호웅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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