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조선 시대 여인, 하면 남존여비 사회에서 삼종지도를 지키며 살아가는 순종적인 현모양처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러나 조선 시대 여인들도 남성 못지않은 기개와 야망, 이상과 욕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그녀들의 진면목을 작품 속에 첨예하게 묘사해 놓았습니다.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간 네 여성을 살펴봅니다.
|
강단 있는 현모양처의 표상, 사정옥 ≪사씨 남정기 천줄읽기≫
아름답고 현숙한 아내 사씨와 겉과 속이 다른 첩 교씨 간의 갈등을 그렸다. 장 희빈과 인현왕후 이야기의 소설 버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반 부녀자들로 하여금 다 읽고 외어 감동하며 볼 수 있게” 한글로 쓴 이 작품은 과연 장안의 화제가 되었고, 마침내 숙종이 인현왕후를 다시 맞아들이게 했다. 예나 지금이나 소설이 현실 세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김만중 지음, 이복규 옮김
|
욕망에 솔직한 여인, 옹녀 ≪변강쇠가≫
천하의 잡놈 ‘변강쇠’와 평안도의 음녀 ‘옹녀’의 우연한 만남과 처절한 이별을 그린 ≪변강쇠가≫는 조선 시대의 터부 성(性)과 죽음을 노골적으로 다룬다. 도화살 때문에 수많은 남자를 홀리고, 상부살(喪夫煞) 때문에 수도 없이 남편을 죽이지만, 옹녀에게 죄는 없다. 그녀는 그저 자신에게 솔직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다.
신재효 지음, 김창진 옮김
|
천하를 호령하는 영웅, 박씨 부인 ≪박씨전≫
조선 후기 대표적인 영웅 소설로, 조선 후기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박색으로 박대받던 박씨 부인이 허물을 벗고 천하절색이 되어 남편을 꾸짖고, 마침내는 전란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대부분의 여성 영웅 소설이 남장을 하고 활약하는 것에 비해 박씨전은 여성의 몸으로 뛰어난 사회 정치적 활약을 보인다.
작자 미상, 정창권 옮김
|
지기(知己)를 갈구한 여성, 양파 ≪포의교집≫
유부남과 유부녀의 막장 연애 스토리다. 행랑의 새색시 양파는 사랑손님 이생이 자신의 지기가 될 만한 재자(才子)라고 믿고 인연을 맺는다. 남편에게 매 맞는 것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생이 속된 범부인 것을 알게 되자 인연을 끊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도덕도, 신분도, 사랑도 그녀를 얽어매지 못한다.
작자 미상, 하성란 옮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