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게임에서도 여성은 ‘약한 자’
차별 없는 게임 문화, 사회적 소수자들의 다양성 존중해야
미디어 산업의 윤리적 원칙으로 최근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가 제시되고 있지만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은 여전히 ‘약한 자’다. 특히 게임 문화에서는 이들 원칙이 더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구성원의 성별, 인종 및 민족, 언어, 장애,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지역 등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하게 하려는 다양성(Diversity), 제도적 절차와 분배에서의 공정을 추구하는 형평(Equity), 조직과 재현물에서 안정감과 존중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포함(Inclusion)은 이제 미디어 기업의 주요 경영 원리가 되었지만 실천은 미흡하다.
이 가운데 다양성과 관련된 논의는 특히 재현의 문제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게임 문화에서 다양성 담론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가? 게임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성차별, 인종차별, 성소수자 차별 등에 대해 당사자와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논쟁은 게임 문화 내에서 게임 대 페미니즘, 게임 대 다양성이라는 대결 구도를 만들어 냈다. 특히 여성은 게임에서 과소 재현되고,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현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남성 게이머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부가적으로 제시되는 캐릭터로 소비되었다. 게이머가 직접 콘텐츠를 실행해 가는 게임의 특성상, 이와 같은 재현이 성차별의 강화에 기여할 확률이 높다.
게임 문화의 다양성 ‘증진’은 최종 목표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양성은 증진되어야 할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권력 구조를 재편하는 가치 체계의 변화, 다양성의 의미 자체를 묻는 재구성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출발점이 게임 캐릭터 내에서의 가시화, 그리고 게이머 문화의 혐오적 폐쇄성의 전환인 것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는 게임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들, 특히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과 인종의 재현에 대한 논의들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살피고, 수용자 차원에서 이러한 게임 업계의 재현 문제에 어떤 저항적 실천을 해 왔는지를 논의한다. 이를 통해 향후의 게임 문화가 다양성과 포함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할지를 논의한다.
200자평
게임은 주로 폭력적 문화 혹은 중독과 관련되어 논의되어 왔다. 유해성과 산업적 가능성에 집중되어 있는 게임 문화연구는 다양한 사람들이 게임과 맺고 있는 관계와 즐거움들을 설명하기 어렵다. 2021년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는 여성과 다양성 문제가 강조됐으며 게임 문화 내 혐오차별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 책은 게임 문화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출발점으로 게임 문화의 변화를 요구하는 논의들이 어떤 관점에서 제기되는지를 살펴본다.
지은이
김수아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다. 서울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창의적 표현과 글쓰기, 대학 글쓰기 등을 가르쳤다(2010∼2019). 주요 저서로 『안전하게 로그아웃』(2021), 『모두를 위한 성평등 공부』(2020, 공저), 『핵심이슈로 보는 미디어와 젠더』(2019, 공저) 등이 있다. “청년정책과 청년 담론: 젠더 관점의 고찰”(2021) 등 다수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였다.
차례
게임 문화에서의 다양성 담론과 의미
01 게임과 사회적 문제
02 게임 속 여성들
03 게임 내 소수자 부재
04 게임 속 성소수자들
05 변화하는 게임 내 여성 캐릭터
06 게임 문화와 남성성
07 게임 생산자와 다양성
08 게이머 스테레오타입의 해체
09 게임 이용자의 능동성과 다양성 창출
10 더 나은 게임?
책속으로
여성은 게임에서 과소 재현되고,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현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남성 게이머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 부가적으로 제시되는 캐릭터로 소비되었다. 게이머가 직접 콘텐츠를 실행해 가는 게임의 특성상, 이와 같은 재현이 성차별의 강화에 기여할 확률이 높다.
_“02 게임 속 여성들” 중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하는 팬덤 담론에서는 이러한 성소수자 캐릭터의 등장이 게임의 재미를 망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는 성소수자를 게임 내 재현에 포함하는 경우가 점차로 늘어나는 추세다. 게임 내 성소수자 재현의 현재는 어떠하며 이를 둘러싼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_“04 게임 속 성소수자들” 중에서
종종 게임이 폭력성과 연관해 논의되기에, 게임 남성성 역시 폭력적이고 부정적인 것으로 개념화되어 왔다. 게이머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하는 셈이다. 몇몇 사례에서처럼 게이머들이 여성혐오적 집단 행위를 통해 특정한 남성성 문화를 수호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게임 문화의 남성 중심적 특성이 갖는 문제를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한편으로 이의 변화를 위해 게임 문화가 갖는 복합성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_“06 게임 문화와 남성성” 중에서
게임 산업의 다양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중요해 지는 것은 게임 이용자층이 이전에 상상된 대로 남성,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점차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이제 대중문화가 되었으며 다양한 장르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게이머들의 요구에 부응한다. 여전히 남성 중심의 하드 코어 게이머 담론이 존재하지만 게임 산업은 이러한 고정관념적인 동질적 게이머 집단을 가정하지 않아야 한다.
_“08 게이머 스테레오타입의 해체” 중에서
<오버워치>의 게임 세계는 <서든 어택 2>의 게임 세계보다 더 나은 세계일까? 게임의 즐거움, 게임 내의 논리, 그리고 몰입감 등의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질문은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게임 문화, 게임의 즐거움은 게임 자체의 논리 구조에 있지 외부의 이념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이 이제까지의 게임을 둘러싼 소위 PC 논란의 핵심이기도 하다.
_“10 더 나은 게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