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예민하고 깔끔한 기자 펠릭스는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는다. 친구 오스카 매디슨의 권유로 두 사람은 오스카의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된다. 온 집 안을 어질러 놓고 제대로 된 음식조차 거부하며 친구들과 포커 게임에만 몰두하는 오스카와 그런 오스카 일행의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하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펠릭스는 사사건건 부딪친다. 심한 싸움 끝에 결국 오스카는 펠릭스를 집에서 내보내기로 한다. 정작 헤어져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오스카는 내심 아쉬워한다.
1965년 3월 10일 플리머스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1967년 7월 2일 프로덕션은 유진 오닐 극장으로 이전되었으며 964회 공연 후 막을 내렸다. 마이크 니콜스가 연출을 맡고 월터 매튜가 오스카를, 아트 카니가 펠릭스를 연기했다. 이 작품은 토니어 워즈에서 최우수 작가상과 연출상 외 총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자평
<희한한 한 쌍>은 1965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닐 사이먼의 코미디극이다. 닐 사이먼의 최고 작품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수차례 리바이벌되었을 뿐 아니라 영화, 텔레비전 시리즈 등으로도 리메이크되었다. 성향이 완전히 반대인 두 남자의 위태로운 동거를 그리고 있다.
지은이
닐 사이먼(Neil Simon, 1927∼2018)
192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한 뒤, 군 복무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일이 없으며, 처음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 시작해 시나리오와 희곡까지 쓰게 되었다. 첫 번째 브로드웨이 공연 작품인 <나팔을 불어라>(1961) 이래 계속 코미디를 히트시키면서 코미디 작가로 유명해졌다. 그의 희곡은 미국인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가 주종을 이루는데, 현대 상업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이며, 미국 연극사상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있는 작가이고, 유진 오닐 극장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1963년에는 <맨발로 공원을>이, 또 1965년에는 <희한한 한 쌍>이 각각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었고, 두 편 모두 영화화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1966년에는 <스위트 체리티>와 <별을 수놓는 여자>가 공연되었다. 다시 1968년에 <플라자 스위트>가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고, 1969년에는 영화 <아파트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뮤지컬로 각색한 <약속만 남겨 놓고>가 크게 히트했다. 1969년 <최후의 뜨거운 연인들>이 네 번째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었고, 1970년에는 <진저 브래드 레이디>가 공연되었다. 그 후 계속 작품 활동을 왕성히 이어왔다. 1971년 <2번가의 죄수들>, 1972년 <선샤인 보이스>가 최우수 희곡에 선정되었고, 1973년에는 <굿 닥터>가 그의 작품 중 여덟 번째로 그해 최우수 희곡상을 수상했다. 닐 사이먼은 1960년대 초, 브로드웨이에 등장한 이래 선풍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데, 혹평가로 유명한 클라이브 반스도 “이 불확실한 브로드웨이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다름 아닌 닐 사이먼이다!”라고 평했다.
옮긴이
박준용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국 프로듀서, 영국 BBC 연수 지구비디오 프로듀서를 지냈다. 희곡 번역가로서 닐 사이먼의 ≪희한한 한 쌍≫과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 ≪플라자 스위트≫, ≪굿 닥터≫, 조 오튼의 ≪미친 사람들≫, 페터 바이스의 ≪마라 사드≫, 숀 오케이시의 ≪주노와 공작≫, 시드니 마이클스의 ≪칭칭≫, 피터 셰퍼의 ≪태양 제국의 멸망≫, ≪요나답≫, 윌리 러셀의 ≪리타 길들이기≫, 우디 앨런의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존 밀링턴 싱의 ≪서쪽 나라의 멋쟁이≫, 빌 노턴의 ≪바람둥이 알피≫, 줄스 파이퍼의 ≪폭력 시대≫ 외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며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장면 설명
제1막
제2막
제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오스카 : 여긴 내 집이니까, 잠자는 시간은 내가 정하는 거야. 조금 있다가가 아니라 지금 자! (그에게 파자마 던진다.)
펠릭스 : 이봐, 오스카 제발 몇 분만 나 혼자 있게 놔둬. 난… 좀… 정리를 해야 돼. 그러니까 먼저 가서 자. 난… 청소 좀 할게. (마루에서 휴지를 줍기 시작한다.)
오스카 : (베개에 커버 씌우며) 네가 청소할 필요 없어. 청소비로 한 시간에 1불 50센트 내구 있단 말야.
펠릭스 : 괜찮아, 오스카. 아무래도 난 이렇게 지저분하게 놔두고는 갈 수 없단 말야. 가서 자. 아침에 다시 얘기하자구! (접시들을 쟁반에 담는다.)
오스카 : 뭐 또 이상한 짓 하는 거 아니겠지? 예를 들면 밧줄을 건다든가 말야.
펠릭스 : 10분이면 다 끝날 거야.
오스카 : 정말?
펠릭스 : (웃으며) 그래!
오스카 : 바보짓 않기야.
펠릭스 : 안 해! 접시만 닦고 잘 거야.
-67쪽
오스카 : 어디 갈 거야?
펠릭스 : (돌아보면서) 어디냐구? (미소 띠며) 오스카, 너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야? (나간다. 오스카 당황하여 울음이 터질 듯 서 있다 가 따라가서 뒤에다 대고 소리친다.)
오스카 : 야, 펠릭스! 이리 와! 내가 졌다, 졌어−! (뛰어나가서) 다시 얘기하잔 말야! 너 바라는 대로 다 해 줄게! 이리 와, 펠릭스−! 펠릭스, 펠릭스! 이렇게 가 버리지 말란 말야, 이 멍청아! (펠릭스는 갔고 오스카 혼자 방으로 와서 문을 닫는다. 그러고는 그물에 갇힌 사자처럼 오락가락한다.) 제길, 오스카, 정신 차리라구! 그놈은 갔단 말야! 자꾸 반복해서 중얼거려 봐. 그놈은 갔다, 그놈은 갔다. 진짜 간 거야! (고통스레 머리를 만진다.) 나쁜 놈! 악담을 하고 가다니… 도대체 뭐가 내 책임이야? 모르지, 뭔가 내 책임이 있겠지. 제길! (초인종이 울린 다. 희망에 찬 얼굴을 든다.) 오 하느님, 제발 그놈이길 바랍니다. 하느님, 제발 다시 한 번만 펠릭스 죽일 기회를 주십쇼!
-145-1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