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공황기인 1937년 9월 뉴욕 브루클린 브라이튼 해변을 배경으로 사춘기 소년 모리스 제롬의 시점에서 극이 전개된다. 제롬은 부모인 케이트와 잭, 형 스탠리, 이모 블랑슈와 사촌 노라, 로리와 함께 살고 있다. 잭은 남편이 죽은 뒤 두 딸과 남겨진 처제 블랑슈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지게 되면서 과로로 건강이 나빠지고 있다. 동생과 조카들을 살뜰히 보살피던 케이트도 생활고에 점점 지쳐 간다. 스탠리는 가족 중 잭 외에 유일하게 일을 해서 번 돈을 생활비에 보태고 있지만 어느 날 상사의 불합리하고 폭력적인 태도를 참지 못해 대들면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사춘기 소년 유진은 사촌 노라를 짝사랑하며 끓어오르는 성적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한다. 한편 노라는 학교를 그만두고 브로드웨이의 댄서가 되겠다고 선언해 엄마 블랑슈와 이모 케이트의 걱정을 산다. 당장 일을 하면 어려운 집안 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거라고 말하지만 블랑슈와 케이트는 노라가 학업을 마치길 바란다. 어려서부터 지병을 앓고 있는 로리는 가족 모두의 큰 걱정거리다.
닐 사이먼은 작품에서 종종 유대인식 유머와 가족애로 유대 문화를 표현했다.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에는 닐 사이먼의 그런 특징이 두드러진다. 연극은 1986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닐 사이먼이 직접 각색을 맡았다.
200자평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은 닐 사이먼의 반 자전적 희곡이다.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다. 극은 브루클린 브라이튼 해변을 배경으로 유진 모리스 제롬이라는 어린 소년의 삶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감동적인 성장 스토리가 닐 사이먼 특유의 유머와 어우러진다.
지은이
닐 사이먼(Neil Simon, 1927∼2018)
1927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한 뒤, 군 복무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일이 없으며, 처음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 시작해 시나리오와 희곡까지 쓰게 되었다. 첫 번째 브로드웨이 공연 작품인 <나팔을 불어라>(1961) 이래 계속 코미디를 히트시키면서 코미디 작가로 유명해졌다. 그의 희곡은 미국인의 생활을 바탕으로 한 코미디가 주종을 이루는데, 현대 상업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이며, 미국 연극사상 돈을 가장 많이 벌고 있는 작가이고, 유진 오닐 극장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1963년에는 <맨발로 공원을>이, 또 1965년에는 <희한한 한 쌍>이 각각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었고, 두 편 모두 영화화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1966년에는 <스위트 체리티>와 <별을 수놓는 여자>가 공연되었다. 다시 1968년에 <플라자 스위트>가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고, 1969년에는 영화 <아파트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를 뮤지컬로 각색한 <약속만 남겨 놓고>가 크게 히트했다. 1969년 <최후의 뜨거운 연인들>이 네 번째 최우수 희곡으로 선정되었고, 1970년에는 <진저 브래드 레이디>가 공연되었다. 그 후 계속 작품 활동을 왕성히 이어왔다. 1971년 <2번가의 죄수들>, 1972년 <선샤인 보이스>가 최우수 희곡에 선정되었고, 1973년에는 <굿 닥터>가 그의 작품 중 여덟 번째로 그해 최우수 희곡상을 수상했다. 닐 사이먼은 1960년대 초, 브로드웨이에 등장한 이래 선풍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데, 혹평가로 유명한 클라이브 반스도 “이 불확실한 브로드웨이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다름 아닌 닐 사이먼이다!”라고 평했다.
옮긴이
박준용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교육방송국 프로듀서, 영국 BBC 연수 지구비디오 프로듀서를 지냈다. 희곡 번역가로서 닐 사이먼의 ≪희한한 한 쌍≫과 ≪브라이튼 해변의 추억≫, ≪플라자 스위트≫, ≪굿 닥터≫, 조 오튼의 ≪미친 사람들≫, 페터 바이스의 ≪마라 사드≫, 숀 오케이시의 ≪주노와 공작≫, 시드니 마이클스의 ≪칭칭≫, 피터 셰퍼의 ≪태양 제국의 멸망≫, ≪요나답≫, 윌리 러셀의 ≪리타 길들이기≫, 우디 앨런의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존 밀링턴 싱의 ≪서쪽 나라의 멋쟁이≫, 빌 노턴의 ≪바람둥이 알피≫, 줄스 파이퍼의 ≪폭력 시대≫ 외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며 1970∼1980년대 한국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케이트 : 응, 식사를 많이 하시고 쉬고 계신다. 조금 있다가 한 번 올라가도 될 거야! (소리친다.) 유진! 아버지가 쉬시고 계시니까, 야구공 던지면 안 된다. 알았어?
유진 : 난 야구 안 해요. 지금 글 쓰는 중예요.
케이트 : 뭐든지 소리 안 나게 조용히 해! (부엌으로 간다.)
유진 : (관객에게) 조용히 글 쓰란 소리 들으셨죠? 저 소리 하나만 써도 베스트 셀러가 될 거예요…. 아무튼 모두들 기분이 처졌습니다. 사흘 전에 아버진 (속삭인다.) 심장 경련을 일으켰어요! 일종의 경고였죠, 지하철에서 쓰러진 걸 순경이 집까지 데려왔는데, 아버진 월급 외의 돈을 버느라 밤에 택시 운전수 노릇을 했고, 결국 몸이 완전히 지친 거예요. 의사 선생님 얘기는 최소한 2∼3주일은 집에서 잘 쉬어야 된다는데, 아버진 그럴 수 없다고 했어요. 아버지 직장의 사장인 제이콥슨 사장은 처남이 마침 직업이 없기 때문에 아버지가 아픈 동안 잠시 그 자릴 맡겼는데, 아버지는 2∼3주일 계속 누워 있으면 그 잠시 맡긴 자리가 아주 없어질까 걱정하시는 거예요. (스탠리 등장. 퇴근해서 오는 길인데 죽을상을 하고 있다. 유진에게 온다.)
스탠리 : 야, 할 얘기가 좀 있다.
유진 : 형 왔어? 뭔데?
스탠리 : 여기선 곤란하고 방에 가서 하자.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말고.
유진 : 뭔데 그렇게 비밀이야?
-89-90쪽
스탠리 : 이리 오면 여기서 사나요?
잭 : 글쎄, 그거야 상의를 해 봐야지. 레온 아저씨랑 폴 아저씨랑도 상의하고…
케이트 : 여기서 살게 해요, 거실에 침대를 몇 개 놓고, 식사는 부엌에서 하면 되니까…
블랑슈 : 아이들은 로리랑 있으면 되고, 노라는 나랑 같은 방을 쓰면 되지.
노라 : (기뻐서) 그럼요.
스탠리 : 돈 걱정은 마세요, 아버지. 스트로하임 씨한테 월급 올려 달라고 할게요.
잭 : 그래, 그래. 난 모두 무사히 빠져나왔다니 그저 기쁘기만 하다…. (잭 테이블에 앉아 다시 편지를 읽고, 노라와 스탠리, 로리는 어깨너머로 편지를 본다. 블랑슈와 케이트 테이블 차린다.)
케이트 : (소리친다.) 유진, 빨리 안 내려오니?
유진 : (소리친다.) 금방 가요. 뭐 좀 쓰느라구 그래요. (다시 사진을 본다. 그러고는 펜을 집어 그의 <추억록>을 꺼내서 쓴다.) O월 2일 오후 6시 25분, 나 유진 모리스 제롬은 일생의 대전환점을 맞았다. 나는 오늘 히말라야 산속의 황금의 궁전을 봤노라! …이제 사춘기는 끝났고, 어른이 되었다!
-152-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