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밀이 1859년에 발표한 <자유론>에서 제 1장 서론과 제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옮긴 것이다.
≪On Liberty≫(The Univ. of Chicago, Encyclopaedia Britannica Inc. 1971)를 저본으로 삼아 번역했다.
밀은 벤담(J. Bentham)을 만나면서부터 아버지에게 받은 독특한 천재 교육에서 벗어나 독자적 사상가로 발전한다. 벤담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the greatest happiness of the greatest number)’과 ‘모든 사람은 하나로 취급되어야만 한다’는 원리에 입각해, 쾌락(pleasure) 자체가 곧 선(善)이며 질적 차이가 없는 이 쾌락의 양(量)을 강도·계속성·확실성 등의 기준에 따라 과학적 방법으로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를 제시했다. 이것은 유용성(utility)의 원칙에 따라 최대의 쾌락을 산출하고, 그 결과를 자애(charity)의 원칙에 따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배분하려는 사회적 쾌락주의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이 쾌락의 양만 추구하는 ‘돼지 철학’이라고 비난받자, 밀은 “만족한 돼지보다 불만족한 소크라테스가 낫다”며 벤담 사상의 쾌락에 질(質)적 요소를 추가하고 인간의 행동에서 개인적 이기심 이외에 사회적 관습·명예욕·희생정신 등 도덕적 의무감을 부각시켜 보완했다. 그는 언론 탄압과 선거권 제한에 맞서 봉기한 프랑스 7월 혁명과 정신의 역사적 발전을 중시한 독일 이상주의(理想主義)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이성에 치우친 18세기 계몽주의(啓蒙主義)를 추구했던 벤담의 주장을 감정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콩트(A. Comte)의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사회학은 물론 철학과 심리학을 포함한 학문 일반에 적용해 낡은 도덕철학을 새로운 도덕과학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밀의 사상은 사회 전반을 효율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자연과학의 방법을 사회과학에 적용한 ≪논리학 체계≫(1843)와 경제학을 사회과학으로 체계화하면서 개인의 욕구와 다수의 행복을 조정한 ≪정치경제학 원리≫(1848)에서 표현되었고, 여성의 참정권을 통해 남녀평등을 구현하고 선거법을 개정해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장하려는 적극적 활동으로 더욱 구체적인 모습을 띠어갔다. 밀의 사상적 발전과 활동의 결과가 집약된 ≪자유론≫(1859)은 오늘날에도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자유론≫에서 볼 수 있듯 밀은 19세기의 여전히 어두운 정치·사회적 상황 속에서 인류의 밝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조건과 제도를 확립할 기초로서 진정한 개인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투쟁했다. 즉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권력 사이에 올바른 관계를 모색하는 가운데 전통적 권위와 맹목적 관습을 타파해 새로운 삶의 창조를 요구하고 있었다. 또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독자적 개성을 발전시킬 자유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여론의 권위가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면 진리의 발견은커녕 인류는 어떤 진보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철저히 밝혀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를 굳건히 수립했다. 사상과 토론의 진정한 자유를 역설한 밀의 사상은 합리적 대화와 비판적 토론으로 함께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문화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200자평
밀은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자신을 방어할 때뿐이라는 주장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즉, 사회가 ‘다수의 횡포’를 경계하지 않으면 인간의 삶과 영혼은 무엇이 참인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없는 정신적 노예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자칫 개인의 자유가 무시될 수 있는 현실에서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올바른 방법과 참된 태도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고, 그 첫걸음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On Liberty≫(The Univ. of Chicago, Encyclopaedia Britannica Inc. 1971)를 저본으로 삼아 제1장 <서론>과 제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옮겼다. 옮긴이가 전체 다섯 장 가운데 두 장만 옮긴 것은 민주 사회의 진정한 자유에 관한 그의 핵심사상이 이 두 장 속에 간명하게 압축되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은이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
19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철학자 밀은 정규학교에서가 아니라 경제학자인 아버지 제임스 밀(James Mill)에게 세 살 때부터 라틴어를 배우기 시작해, 열네 살까지 그리스어, 문학, 논리학, 역사, 수학, 경제학의 중요한 고전들을 엄격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독특한 천재 교육을 받았다.
그 후 1년간 프랑스에서 생시몽의 사회주의와 콩트의 실증주의를 접하는 등 견문을 쌓았다. 17세에 아버지의 조수로 동인도회사에서 근무했고, 20세 무렵 인간이 행복하려면 엄격한 이성주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히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섬세한 감성이 필요하다고 느껴 음악, 시, 미술 등에 깊은 관심을 쏟았다. 또한 아버지의 친구인 벤담의 공리주의(功利主義)에 공감해 ≪판례의 합리적 근거≫의 저술에 참여하고 토론회를 결성해 왕성하게 보급했으며, 동인도회사가 해산될 때까지 30여 년간 근무하면서 틈틈이 저술들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자연과학의 방법을 사회과학에 적용하고 경험적 사례들에서 일반적 법칙을 발견해 내는 귀납논리를 정립한 ≪논리학 체계≫(1843), 생산법칙과 분배법칙을 분리해 경제학을 사회과학으로 체계화하고 개인의 욕구와 다수의 행복을 대화와 타협으로 조정해 노동계급의 지위와 복리를 향상시킨 ≪정치경제학 원리≫(1848), 개인의 자유와 사회 권력의 올바른 관계 속에 사상과 토론의 자유를 통해 민주사회의 기본 원리를 확립한 ≪자유론≫(1859), 공리주의에 질적 요소를 보완해 원숙한 윤리학으로 제시한 ≪공리주의≫(1863), 민주정부의 이상을 밝히고 대중정치의 문제점을 분석한 ≪대의제정부 고찰≫(1863), 남녀평등 보통선거와 비례대표제 등을 실시할 것을 주장한 ≪여성의 종속≫(1869)이 있다. ≪자서전≫(1873), ≪종교에 관한 에세이≫(1874), ≪사회주의론≫(1879)은 사후에 출간되었다.
옮긴이
이종훈(李宗勳)은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춘천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와 한국현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 ≪현대의 위기와 생활세계≫(동녘, 1994), ≪아빠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현암사, 1994, 2006) 1∼3권, ≪후설 현상학으로 돌아가기≫(한길사, 2017)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시간의식≫(한길사, 1996), ≪유럽 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한길사, 1997), ≪경험과 판단≫(민음사, 1997), ≪데카르트적 성찰≫(한길사, 2002), ≪순수 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한길사, 2007) 1∼3권, ≪형식논리학과 선험논리학≫(한길사, 2019), ≪현상학적 심리학≫(한길사, 2013), ≪논리연구≫(민음사, 2018) 1∼3권, ≪수동적 종합≫(한길사, 2018), ≪제일철학≫(한길사, 2020) 1∼2권, ≪상호 주관성≫(한길사, 2021) 등이 있다.
차례
제1장 서론
제2장 사상과 토론의 자유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사회의 주류(主流)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의 사상(ideas)과 관행(practices)을 행위의 규범으로 강요하는 경향에 대해 유력한 여론과 감정의 폭압으로부터 보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러한 강요는 사회가 주도하는 방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어떤 개성의 발전도 저지하며, 그러한 개성의 형성마저 방해해 모든 특성을 사회 자체가 설정한 모델에 맞추게 강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집단의 여론(opinion)이 개인의 독립성에 정당하게 간섭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 한계를 찾아내 집단의 여론에 침해당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은, 정치적 독재에 대한 보호처럼, 인간사[인간의 생활]의 바람직한 조건에 필수 불가결하다.
-11쪽
이 에세이의 목적은, 그 수단이 법률적 처벌의 형태인 물리적 제재로 사용되든 공공의 여론이라는 도덕적 강압으로 사용되든, 사회가 강제와 통제의 방법으로 개인을 다루는 방식을 절대적으로 결정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매우 단순한 하나의 원칙을 주장하려는 것이다. 그 원칙은 인류가 개인으로나 집단으로 그 구성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유일한 목적은 자기 방어(self-protection)뿐이라는 것이다.
-20쪽
어떤 사람의 행위에서 사회에 대해 책임져야 할 유일한 부분은 다른 사람들과 관련된 부분이다. 단지 자기 자신과 관련된 부분에서 그의 독립성은 당연히 절대적이다. 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즉 그 자신의 육체와 정신에 대해 주인(sovereign)이다.
-21쪽
비록 한 사람을 제외한 인류 전체가 동일한 의견을 갖고 그 한 사람만 반대 의견을 갖더라도, 그 한 사람이 권력을 잡고 인류를 침묵하게 하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듯이, 인류가 그 한 사람을 침묵하게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34~3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