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 혼자 앉아 재봉틀을 돌리며 한복을 짓던 영옥은 환청에 시달리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녀는 일제시대에 친일을 했던 부친이 인민군에게 살해당한 과거를 갖고 있다. 남들처럼 잘살아 보겠다고 수재로 소문난 인수와 결혼했다. 남편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영옥의 바람과 달리 인수는 선생 노릇에 만족하며 정치 전반에는 비판적이다. 그러던 중 인수가 정부 조작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자 영옥은 검사의 회유에 속아 남편을 고정간첩단 정책 참모로 고발한다. 하지만 검사는 그녀와 약속을 저버리고 인수에게 사형을 구형한다. 사건 관련자들은 재판 사흘 만에 교수형에 처해진다. 이 일로 인수의 어머니까지 자살하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아들 경훈과 함께 마을에서 쫓아낸다. 어느덧 경훈도 자라 대학원까지 졸업한다. 하지만 경훈 역시 아버지처럼 영옥의 바람대로 국회의원 보좌관이 되기를 거부한다. 대신 공장에 위장 취업해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한다.
인수가 휘말린 간첩단 조작 사건은 인혁당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하지만 작품에서 사건이 있었던 연대와 그 명칭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1980년대 후반, 공연윤리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신청했다가 반려된 뒤로 수년 만인 1994년에 심재찬이 연출을 맡아 극단 전망이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에서 초연했다. 그해 제18회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이후 2008년 서울연극제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박근형이 연출을 맡아 극단 골목길이 재공연했다.
200자평
정치적 소용돌이에서 남편과 자식을 지키려던 한 여인의 과거사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지은이
정복근은 1946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국문과를 중퇴했다. 혼자서 습작을 하다가 1974년 극단 가교의 이승규 대표를 만나 가교의 극본 작가로 기용되었다. 19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여우>로 등단했으며, 이후 30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실비명>으로 1989년 제13회 서울연극제 대상과 백상예술대상 희곡상, <이런 노래>로 1994년 제18회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에는 <위기의 여자>, <웬일이세요, 당신?>, <덕혜옹주>, <나, 김수임>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무대
이런 노래
<이런 노래>는
정복근은
책속으로
인수: 고개를 들어 봐. 여보, 한 번만 고개 들고 쳐다봐.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만사가 다 최악의 상태는 아냐. 불은 환하고 따뜻하고 아름답지. 오랫동안 어둠에서 어둠 속으로 떠다녀서 그런지 난 환한 불이 좋더라. 이리 와 봐, 여보. 환한 데서 날 한번 바로 쳐다봐.
영옥: (외면하며 구석으로 웅크린다) 못해. 난 당신을 바로 볼 수 없어요. 부끄럽고 미안해서 그럴 수 없어. 난 더러워. 난 나빠요. 뱀 같지. 난 잘못덩어리야. 난 내가 정말 징그러워. 용서할 수 없어.
인수: (차츰 노래하듯 말하며 손을 내민다) 이리 와 봐. 우리 안에 쌓였던 슬픔과 모욕감과 부끄러움이 새빨갛게 타는 것을 잘 보라구….
서지정보
발행일 2019년 8월 30일 쪽수 80 쪽
판형 128*188mm
, 210*297mm
ISBN(종이책) 9791128850981 04680
8800원
ISBN(PDF) 9791130481869 05680 6240원
ISBN(큰글씨책) 9791130451169 04680 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