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진헌장 시선》은 명대의 이학가였던 진헌장의 시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진헌장은 명대 이학가(理學家)인 동시에 시인이자 시론가였다. 시인으로서보다는 이학가로서 더 알려져 있는 그는 중국철학사에서 왕양명(王陽明)이 ‘심즉리(心卽理)’라는 명제를 내놓기 전에 이미 ‘이(理)’를 파악하는 과정 중 ‘심(心)’의 작용을 강조해 심학의 선구로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대부분의 이학가가 문학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 이학가의 문학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학가 중에서도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 방면에서 성과를 낸 사람이 적지 않으니 진헌장도 그중 한 사람이다. 진헌장은 철학가로서는 특이하게도 전문 저서를 남기지 않고 시가 형식을 빌려 철학 사상을 담아냈다. 그는 자질구레한 일상생활까지 삶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시가를 통해 표현해, 이학가로는 드물게 2000여 수에 달하는 많은 시를 창작했으며 체계적인 시론도 내놓았다. 진헌장의 시는 내용상 크게 교유시(交遊詩), 전원시(田園詩), 영회시(詠懷詩), 영물시(詠物詩), 성기시(性氣詩), 산수시(山水詩), 영사시(詠史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진헌장의 시들 중에서 50수를 가려서, 주제별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실었다. 제1부 ‘전원에서 자연을 벗 삼다’는 주로 전원시, 영물시, 산수시 등에서 자연을 벗 삼아 은일 생활을 노래한 시 20수를, 제2부 ‘아끼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다’는 교유시 중 특별히 아꼈던 제자와 벗들에게 쓴 시 17수를, 제3부 ‘삶과 역사를 노래하다’는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한 영회시 11수와 남송의 멸망을 노래한 영사시 2수를 수록했다. 그가 남긴 전체 작품 수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진헌장 시의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들로 선별해 진헌장의 대략적인 면모를 이해하는 데에 안성맞춤이다. 한글 시와 원문 시를 함께 붙였으며 매 시마다 해설와 상세한 주석을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200자평
《진헌장집》에 수록된 2000여 수의 시 중에서 50수의 작품을 선별해 수록한 책으로, 명대의 이학가였던 진헌장의 시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제1부 ‘전원에서 자연을 벗 삼다’는 주로 전원시, 영물시, 산수시 등에서 자연을 벗 삼아 은일 생활을 노래한 시 20수를, 제2부 ‘아끼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다’는 교유시 중 특별히 아꼈던 제자와 벗들에게 쓴 시 17수를, 제3부 ‘삶과 역사를 노래하다’는 삶의 희로애락을 노래한 영회시 11수와 남송의 멸망을 노래한 영사시 2수를 수록했다.
지은이
진헌장(陳獻章, 1428∼1500)
명대 이학가이자 시인, 시론가다. 광동(廣東)의 신회(新會) 도회촌(都會村)에서 태어났다. 후에 백사촌(白沙村)으로 옮겨 생애의 대부분을 이곳에서 살았기 때문에 흔히 백사선생(白沙先生)으로 불린다. 중국 철학사에서는 정주이학에서 양명심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인물로 간주되며, 중국 문학사에서는 명대 다릉파(茶陵派)의 이동양(李東陽)과 동시대인으로 대각체(臺閣體)가 점차 세력을 잃어 가고 전후칠자(前後七子)의 복고론이 아직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기 전 시기의 사람이다. 진헌장은 이학가로는 드물게 2000여 수에 달하는 많은 시를 창작했으며 상당히 체계적인 시론도 내놓았다. 그의 철학과 문학을 관통하는 중심 개념은 ‘자연을 근본으로 하는(以自然爲宗)’ 것이다. 이학가면서 평생을 은자로서 후학을 양성하며 살았기 때문에 그의 시도 철리를 담은 시, 자연 속에서 은일을 노래한 시, 제자들과 마음을 나눈 시 등이 주요 경향을 이룬다. 그중에서도 자연을 가장 잘 체현한 은일시, 전원시 등에서 아름다운 작품을 많이 남겼다. 《진헌장집》에 다른 글들과 함께 2000여 수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옮긴이
신민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중국 남경대학교에서 〈진백사 시학 연구(陳白沙詩學硏究)〉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숙명여대·고려대·추계예대·인하대·서강대 등에서 중국어와 중국 명시 감상, 중국 고전문학의 전통, 중국 문학비평의 흐름 등을 강의했으며 현재 청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백사자고시교해(白沙子古詩敎解)’의 백사시(白沙詩) 해석에 대한 정반(正反) 양면 고찰〉, 〈백사시론에 나타난 ‘자연’의 함의〉, 〈진헌장(陳獻章)의 ‘화도십이수(和陶十二首)’ 고찰〉, 〈진헌장(陳獻章)의 산수시(山水詩) 고찰〉, 〈이학가의 만시 연구−이퇴계, 진백사의 시를 중심으로(理學家的輓詩硏究−以李退溪, 陳白沙的詩爲中心)〉, 〈진헌장(陳獻章)의 음주시(飮酒詩) 고찰〉 등이 있다.
차례
제1부 전원에서 자연을 벗 삼다
전원에 돌아와서
매화 아래에서
매화 1
매화 2
겨울 국화
국화를 마주 보고 1
국화를 마주 보고 2
들국화 노래, 자장에게 다시 운에 맞춰 부치며
늘그막에 술을 마시며 장용 등의 여러 벗에게 보이다
천을 잘라 겨울옷이 만들어져, 우연히 써서 여설청에게 보내다
술을 마주하고 1
술을 마주하고 2
낚시 벗에게
손님 배를 방문하고
등나무 도롱이
애산에서
나수에서 어부가 노래하다
악주를 지나며
비운에 올라
규봉을 유람하고 세경에게 화답하여
제2부 아끼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다
초운대를 세경에게 증정하며
세경에게
가어로 돌아가는 이세경을 보내며
장정실이 병 핑계로 관직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를 듣고, 그에게 부치다
앞의 운을 써 정실에게 부치며
장 진사가 북경에 들어가매 써 주다
이자장에게 부치며
다시 화운하여 자장에게 보이다
집희가 평호에서 교유 관직을 받았음을 듣고
임집희의 최근 시를 읽었다. 지금 집희는 복건에서 관직을 맡고 있는데, 상황이 되면 그만두고 싶어 한다. 며칠 전 꿈에서 그를 보아, 이 시를 지었다
강문의 낚시터를 담민택에게 넘겨주어 보관하게 하다
새벽에 누워, 담민택과 공일고에게 보이다
곽 주부에 화운해서 장정산에게 부치다
봄날에 우연히 적어 정산에게 부치다
장오주의 편지에 답하면서 이세경의 인물, 장정산의 출처, 웅어사의 추천서를 논하다
〈임자봉이 백사에 오다〉 시에 화답하여
소문명이 스스로 써 보낸 초서를 받아 보고
제3부 삶과 역사를 노래하다
초가을 밤에
죽는 것을 꿈꾸고 ‘조물일장변화(造物一場變化)’ 여섯 글자를 벽에 썼다
여러 벗에게 송별 인사를 함. 천자의 명령으로 떠나며
붓 가는 대로 쓰다
옛 운을 써서 추석에 근심을 풀다
겨울밤에
집을 짓다
사친당
가을 꿈
청명절 삼 일 전, 세상을 떠난 오광우가 아들이 없음이 생각나
경양의 죽음을 슬퍼하며
애산을 슬퍼하며
다시 대충사를 지나가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천을 잘라 겨울옷이 만들어져, 우연히 써서 여설청에게 보내다
바다로 된 천을 노란 구름으로 자르고
산봉우리로 된 솜을 흰 눈으로 꾸며
만들어 도인 옷이 되니
바르고 곧아 두루 꺾임이 없네.
나는 늙어 문을 나서지 않고
직접 농사지으며 기결을 그리워하네.
황혼에 이 옷을 걸치고
매촌의 달을 앉아 바라보네.
아름다운 사람이 나에게 술을 보냈으니
조금씩 따라도 석 잔이 독하구나.
한창 마시다 큰 소리로 노래하니
소리가 참으로 밝고 맑구나.
이 몸은 허공과 같네.
즐겁구나, 생이 멸을 없앰이여.
製布裘成, 偶題寄黎雪靑
海布剪黃雲, 嶺綿裝白雪,
製爲道人衣, 方直無周折.
吾老不出門, 躬耕慕冀缺.
黃昏披此裘, 坐望梅村月.
美人遺我酒, 小酌三杯烈,
半酣發浩歌, 聲光眞朗徹.
是身如虛空, 樂矣生滅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