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시, ‘선’을 말하다
방향 잃은 현대인을 위한 실천의 윤리학
현대인에게 ‘실존의 위기’는 만성질환과 같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며 자기 삶에 만족하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주류 윤리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의무를 따지고 절차의 합리성을 판단할 뿐, 일상의 생각과 행위를 이끄는 도덕의 원천을 탐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찰스 테일러는 윤리학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 해답을 제공하는 ‘실천학’으로 재건하려 한다.
테일러는 ‘나에게 좋은 삶’을 성취하려면 ‘선(善)’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명료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인생의 지표이자 실천적 동기를 부여하는 도덕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기해석”, “실천이성”, “실천적 성장” 등 열 가지 키워드로 테일러가 제시하는 선 개념을 자세히 살핀다. 오늘날 만연한 도덕 문제를 깊이 분석하고 실천으로 나아가는 테일러의 윤리 사상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선은 개인 혼자의 힘으로는 성취할 수 없다.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은 언제나 언어·문화 공동체 안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좋은 삶을 향유하려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에 참여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타자와 부단히 대화해야 한다. 이 책을 길잡이로 삼아 섬처럼 고립된 채 방황하기를 그치고 진정 자유롭게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보길 바란다.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 1931∼ )
헤겔 연구가, 정치철학자, 현대 공동체주의자로 잘 알려진 학자다. 1931년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태어났다. 영어를 사용하는 개신교도 아버지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로마 가톨릭 신자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 영어와 프랑스어를 함께 사용하며 두 문화권에 친숙하다. 1952년 캐나다 맥길대학교에서 역사학 학사 학위를 받은 후, 1955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발리올칼리지에서 정치·철학·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61년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맥길대학교에서 교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현재는 맥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다. 반세기가 넘는 학술 생애 동안 형이상학, 윤리학, 인간학, 언어철학, 정치철학, 현대종교 등과 관련된 논문과 저서를 다수 발표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주요 저술로는 ≪헤겔(Hegel)≫, ≪헤겔철학과 현대의 위기(Hegel and Modern Society)≫, ≪자아의 원천들(Sources of the Self: The Making of the Modern Identity)≫, ≪불안한 현대사회(The Ethics of Authenticity)≫, ≪근대의 사회적 상상(Modern social imaginaries)≫ 등이 있다.
200자평
찰스 테일러는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선’을 탐구하고 명료화할 것을 제안한다. 선이야말로 자아 정체성의 핵심이며, 나 자신을 성찰하고 타자와 대화할 수 있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테일러에게 도덕적 삶이란 곧 ‘공동체 안에서 발생한 선을 탐색해 실천하는 삶’이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체적 해답을 제공하는 테일러의 윤리 사상을 열 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모든 개인이 고립된 삶을 넘어 윤리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다.
지은이
이연희
경상국립대학교 교육연구원 학술연구 교수, 춘천교육대학교와 한국교통대학교 강사다. 동국대학교 윤리문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윤리문화학과에서 문학 석사와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윤리 이론, 윤리문화 이론, 응용윤리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찰스 테일러의 윤리 사상을 연구해 왔다. 주요 논문으로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의 존엄성 문제 고찰: 찰스 테일러(C. Taylor)의 시각에서”(2020), “새로운 환경윤리의 가능성 모색: 찰스 테일러의 휴머니즘에 기초한 환경윤리”(2019), “도덕적 실천으로서 문화연구의 필요성: 찰스 테일러의 관점에서, 현대 한국사회의 문화갈등과 관련하여”(2018), “찰스 테일러 윤리 사상의 현대 한국 사회 적용 가능성 탐색”(2016), “찰스 테일러의 관점에서 본 도덕행위자의 자아정체성”(2015) 등이 있다. 찰스 테일러의 윤리 사상을 윤리적 삶의 전 영역에 걸쳐 비판적으로 적용하여 탐구하고자 한다.
차례
나 자신에게 진실해야 위기는 극복된다
01 자아와 선
02 환원할 수 없는 사회적 선들
03 자기 해석적 존재
04 실천이성
05 실천적 성장
06 문화와 실천
07 개인과 공동체
08 실존적 위기
09 인정과 대화의 중요성
10 자기 진실성의 윤리
책속으로
사회적 평등이라는 선은 동일한 도덕적 틀을 가진 다수의 개인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아 추구된다는 점에서 개인별로 환원 불가능하다. 가령 과거 위계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평등한 관계란 결코 긍정될 수 없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노예제를 옹호했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런 점에서 선의 인정과 추구는 사회 혹은 문화적 맥락에 기대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합당한 근거 없이 차별받지 않고 상호 평등한 관계에 놓이는 것’의 중요성을 현대인들이 받아들여 함께 추구하지 않는다면, 현대인들은 실제로 사회적으로 동등한 관계에 놓일 수 없을 것이다.
-“02 환원할 수 없는 사회적 선들” 중에서
테일러는 인간의 자아 정체성이 결국 자기 해석이라는 내면적 활동을 통해 점차 구체화된다고 주장한다. 어떠한 행위, 감정, 관계, 사건 등에 들어 있는 의미를 ‘명료화(clarification)’하는 작업을 통해 자기 정체성의 일부 또는 전체를 암묵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같은 사물을 두고도 어디에서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특징을 발견하고 표현할 수 있는데, 테일러는 이처럼 다른 발견과 표현이 행위자의 독특한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본다.
-“03 자기 해석적 존재” 중에서
테일러는 낭만주의자들이 생각한 자유의 진정한 의미가 단지 원하는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기회’의 개념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낭만주의자들에게 자유는 내 삶에 내가 직접 통제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에서 ‘자기 지휘(self-direction)’의 개념에 더 가까웠다. 즉, 낭만주의자들에게 자유란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본연성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자기 행위를 조절하고 질서를 세우는 것을 뜻했다. 이러한 자유 개념은 개인이 어떠한 행위를 할 때 타인의 간섭이나 사회적 강압 같은 외적 장애물뿐 아니라 심리적 혼란과 방황 같은 내적 장애물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10 자기 진실성의 윤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