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요제프 로트가 나치를 피해 1933년 프랑스로 망명한 이후 처음 쓴 장편소설이다. 1934년 1월부터 3월까지 파리에서 독일어로 발행되던 일간지 《파리저 타게블라트(Pariser Tageblatt)》에 연재소설로 실렸으며, 같은 해 암스테르담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이 출간되자 헤르만 헤세는 스위스 일간지 《바즐러 자이퉁(Basler Zeitung)》에 “요제프 로트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다. 진정 순수한 소설이다. 참회와 카타르시스를 잘 다루었다”라는 서평을 실으며 극찬했다. 그 후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체코어, 폴란드어 등으로 번역되어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고 1981년엔 오스트리아 공영방송사인 ORF가 2부작 TV용 영화로 제작해 방송했다.
독일 출신의 유대인 작가인 요제프 로트는 어린 시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동쪽 변방, 즉 러시아와의 국경 지역에서 자랐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이곳은 오스트리아군과 러시아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격전장이 된다. 이에 작가는 자연스레 러시아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황폐해진 고향의 모습을 담은 소설을 구상한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타라바스》다.
주인공 타라바스는 러시아 변방 갈리치아 지방 출신의 가톨릭 신자로, 대학 중퇴 후 혁명 모임에 가입했다가 헤르손 총독 저격 사건에 연루된다. 이 일로 아버지에 의해 미국으로 추방된 타라바스는 어느 날 한 집시 여인으로부터 ‘살인자이자 성인이 된다’는 예언을 받는다. 그 후 이 말은 타라바스의 머릿속에 불도장처럼 각인되어 내내 그를 따라다닌다. 예언을 받은 후 또다시 폭력 사건에 휘말린 타라바스는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를 계시로 여기고는 고향으로 돌아가 곧장 입대한다. 전장에 선 그는 허가받은 살인을 일삼는다.
군대의 장교로서 언제나 굳건할 것 같았던 타라바스는 그러나, 붉은 수염을 가진 한 유대인을 만나 극적으로 참회의 계기를 맞는다. 집필 초기 작가는 소설의 제목을 “붉은 수염”으로 하려고 했다고 전한다. 이처럼 이 소설은 작가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과 혼란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의 부제 “이 땅의 손님”은 유대인이면서도 가톨릭에 경도되었고, 혁명적 사상을 가졌지만 보수주의자로 알려졌으며, 고향을 떠나 망명지에 생활해야 했던 작가 자신을 상징한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200자평
요제프 로트가 망명 이후 처음 쓴 장편소설이다. 비극적 운명을 끝내 스스로 완성하고야 만 한 인간을 통해 인류의 죄악과 참회를 다룬 수작이다. 1934년 첫 출간 당시 헤르만 헤세는 스위스 일간지 《바즐러 자이퉁(Basler Zeitung)》에 이 책에 대해 “요제프 로트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이다. 진정 순수한 소설이다. 참회와 카타르시스를 잘 다루었다”라는 서평을 실으며 극찬했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지은이
요제프 로트(Joseph Roth, 1894∼1939)
1894년 오스트리아ᐨ헝가리 제국에 속했던 갈리치아 지방(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소도시 브로디에서 유대인 나훔 로트의 아들로 태어났다. 렘베르크와 오스트리아의 빈 대학교에서 독일문학과 철학을 수학하고, 1차 세계대전 참전 후에는 빈,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소재의 여러 신문사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1933년 히틀러의 권력 장악 이후 프랑스 파리로 망명의 길을 떠난 뒤 알코올중독과 가난으로 오랜 시간 동안 고통에 시달렸으며, 1939년 망명지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으로 《거미줄》(1923), 《방랑 중의 유대인》(1927), 《욥, 어느 소박한 남자의 이야기》(1930), 《라데츠키 행진곡》(1932) 등이 있다.
옮긴이
남기철
건국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고, 독일 마르부르크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지금은 독일어권의 문학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한다. 《테레제, 어느 여인의 일대기》, 《우체국 아가씨》, 《글 쓰는 여자의 공간》, 《우아하게 걱정하는 연습》, 《완벽의 배신》, 《아이를 낳아도 행복한 프랑스 육아》, 《에로틱 세계사》,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제왕들의 사생활》, 《다섯 손가락의 비밀》 등을 번역했다.
차례
제1부 고난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제2부 완성
제16장
제17장
제18장
제19장
제20장
제21장
제22장
제23장
제24장
제25장
제26장
제27장
제28장
제29장
제30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집시 여인이 타라바스의 모국어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정말 불행한 사람이군요! 손금을 보니 당신은 살인자이자 성인이에요! 이 세상에 당신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어요. 당신은 죄를 지을 것이며 그에 대해 참회를 할 겁니다. 그걸 전부 이승에서 겪게 될 거예요.”
-본문 9쪽에서
전쟁이 타라바스의 고향이 되었다. 피가 흐르는 거대한 고향이 되었다. 그는 전선을 종횡무진 누볐다. 그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지역에 쳐들어가서 마을에 불을 지르고 상점이 많은 시내를 파괴해 잔해만 남겼다. 타라바스가 가는 곳마다 여자들이 울부짖었으며 아이들은 고아가 되었고 폭행과 교살, 살인이 난무했다.
-본문 46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