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더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저술가 장 르 롱 달랑베르(Jean Le Rond d’Alembert, 1717∼1783)가 당대의 희곡 작가인 볼테르의 부추김을 받아 1757년 《백과전서》의 〈제네바〉 항목의 글로 제네바에 연극을 허용할 것을 주장한 데 대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의 공개 반박 서한문이다. 1758년 팸플릿 형태로 발표되었다. 《사회계약론》으로 직접민주주의를 주창하고 《에밀》을 통해 교육학자로서도 이름을 날린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루소는 인간은 원래 고귀하고 단순하게 태어났는데 학문과 예술이 오히려 인간을 타락시켰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연극은 무가치할 뿐 아니라 유해하기까지 하므로, 가식(假飾)의 때가 타지 않아서 도덕적으로 순수하고 청정한 지역인 제네바에 극장이 들어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특유의 수려한 필치로 논리를 전개한다.
연극의 도덕성 여부는 아주 오랫동안 종교인들과 문인들 사이 뜨거운 논쟁 거리였다. 당대 문인들은 플라톤으로부터 이어져 온 ‘픽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는데 루소 역시 그중 하나였다. 루소에게 연극배우의 재능이란 그저 “자신의 본성을 속이고, 자기가 아닌 다른 인물의 성격을 두르는 것이며 사람들의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 보이고, 냉정함에 열광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생각하는 자연스러운 생각과는 다른 것을 말해서, 다른 사람의 자리를 자꾸 취하다 보니 자기 자신의 자리를 결국 잊어버리는 것일 뿐”이었다. 게다가 연극배우들의 생활은 매우 문란해서 성실한 제네바 시민들에게는 매우 나쁜 사례만 제공할 것이 분명했다. 비극은 정념을 자극하고, 희극은 덕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버리면서 조롱하므로 장르를 막론하고 연극은 모두 나쁘다고 여겼다. 이러한 루소의 주장은 당대 대표적인 두 지성인 볼테르와 디드로에게 정면으로 맞선 것이나 다름없었다. 볼테르는 비극 작가로서 성공을 거두며 문단에 들어왔고, 디드로는 부르주아 드라마를 고안해 낸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논쟁의 배경에 루소와 당대 계몽주의 철학자, 필로조프들과의 반목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를 방증하듯 루소의 서한이 발표된 후 달랑베르가 다시 반박 서한을 발표한 데 이어 여러 지식인이 줄지어 의견을 피력하며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제네바에 극장을 설립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놓고 촉발된 이 논쟁은 이후 미학, 종교, 정치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논의로까지 발전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출간한 이번 책에는 루소의 공개서한에 대한 달랑베르의 답신을 함께 실어 독자들이 이 논쟁의 발단과 전개를 한 책에서 모두 살펴보고 더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은이 소개와 연보에도 루소와 달랑베르의 것을 모두 실었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200자평
1757년 달랑베르가 《백과전서》 〈제네바〉 항목의 글로 제네바 극장 설립을 주장한 데 대한 루소의 공개 반박 서한문이다. 이 책에서 루소는 연극은 무가치할 뿐만 아니라 유해하기까지 하므로 제네바에 극장을 설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논의는 이후 미학, 종교, 정치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논의로까지 발전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이번 책에는 달랑베르의 답신을 함께 수록해 논쟁의 발단부터 전개까지 독자들이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지은이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
18세기 프랑스 문학과 사상을 대표하는 문인인 장 자크 루소는 1712년 6월 28일 제네바에서 태어났다. 어머니가 그를 낳은 며칠 후 사망해 시계공이었던 아버지의 손에서 자라다 열 살 되던 해인 1722년 아버지가 그의 양육에서 손을 떼면서 제네바 남쪽 보세의 랑베르시에 목사의 집에서 하숙생으로 몇 년간을 지내게 된다. 그러다 1728년 도망치듯 제네바를 떠나 험난한 시절을 보내게 된다. 1749년부터 디드로와 친교를 맺었으며 1750년 《학문예술론》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문단에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1754년에 발표한 《불평등기원론》은 이후 1762년에 완성된 《사회계약론》 의 바탕이 되었다. 이 저술은 그를 민주주의의 기반을 마련한 사상가로 올려놓았다. 한편 1761년에 발표한 《신 엘로이즈》라는 서간체 소설로 당대의 많은 독자를 매료하기도 한다. 1762년은 루소에게 매우 중요한 해로 《사회계약론》와 함께 또 다른 중요한 저술을 발표하는데 바로 《에밀》이다. 《에밀》은 루소가 교육학자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는 계기가 되는 한편 종교와 성직자에 대한 공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로마 가톨릭 교회의 미움을 사게 만든다. 때로 감상주의적이라고 오해받기까지 한 그의 예민한 감성은 그를 타협보다 ‘역설적’, ‘모순적’이라는 비판을 직면하는 쪽으로 몰고 가 결국 정치적, 종교적, 사상적, 문화적 권위 주체들 모두에게서 지탄받는 상황에 봉착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루소는 말년에 지극히 고독한 상태가 된다. 이에 그의 자아 천착 성향에 더해져 《고백》이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같은 자전적 저술에 진력하도록 이끈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을 쓰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관해 명상하지만 집필을 끝내지 못하고 결국 1778년 7월 2일 죽는다. 그의 최대의 문학적 걸작으로 일컬어지는 《참회록》과 《루소는 장 자크를 이렇게 생각한다》 등은 그의 사후에 발표되었다.
옮긴이
이효숙
연세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했다. 프랑스 파리4대학(파리, 소르본)에서 베르나노스 연구로 석사학위, 장리스 부인의 교육적 이야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와 중앙대에서 강의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볼테르의 《랭제뉘》, 르 사주의 《질 블라스 이야기》, 크레비용의 《마음과 정신의 방황》,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제네바 시민 장 자크 루소, 달랑베르 씨에게
부록−제네바 시민 루소 씨에게 보내는 서한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연극 관련 제도들을 일별하면, 우선 공연이 재밋거리라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인간에게 재밋거리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 재밋거리들은 꼭 필요할 때만 허용되어야 하고, 인생이 너무 짧고 시간이 너무 귀한 존재에게 불필요한 재밋거리는 그 어떤 것이든 해악이라는 점을 적어도 당신은 인정할 것입니다. 인간의 상태는 나름대로 즐거움을 포함하고 있고, 그 즐거움은 인간의 천성에서 유래하며, 그의 일, 관계, 필요 등에서 생겨나고, 그 즐거움들은 이를 누리는 자의 영혼이 건전할수록 더 달콤하므로, 이를 누릴 줄 아는 자라면 누구나 다른 즐거움에는 별로 반응하지 않게 됩니다. 아버지, 아들, 남편, 시민은 이행해야 할 너무 귀중한 의무들을 갖고 있어서, 이로 인해 전혀 권태로워지지 않습니다. 시간을 잘 사용하는 것은 시간을 더 귀하게 만들고, 시간을 유익하게 잘 활용할수록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줄 압니다. 그래서 일하는 습관은 무위(無爲)를 참을 수 없어 하게 만들며, 올바른 의식은 경박한 쾌락을 좋아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을 늘 보게 됩니다. 생소한 재밋거리를 몹시 필요하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족이며, 무위도식의 중압감입니다.
(…) 사람들은 공연장에서 다 함께 모이는 거라고 믿지만, 실은 각자 고립해 있는 곳이 바로 공연장입니다. 지어낸 이야기에 흥미를 갖기 위해, 살아 있는 사람들을 희생해 가면서 죽은 자들의 불행을 슬퍼하거나 껄껄 웃어 대기 위해, 자기 친구들, 이웃들, 친지들을 잊으러 가는 곳이 거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