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국이 사랑하고 전 세계가 열광한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그러나, 당대 문호들로부터 적잖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D. H. 로렌스는 오스틴을 “형편없고 비열하고 속물스러운 의미에서 영국인답다”라고 혹평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비열하고 속물스러운” 것은 오스틴이 아니라, 오스틴이 그리고 있는 세계, 즉 재산을 노리는 사람들이 횡행하고 계층, 돈, 인맥이 지배하는 중상류층 사회다.
오스틴은 전통적인 계층 구조가 존재하고 신흥 중산층의 계층 상승 욕구가 팽배한 영국 사회를 누구보다도 솔직한 시선으로 그려 냈다. 이 책이 200년을 넘는 긴 세월 동안 무수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엘리자베스와 다시의 로맨스가 계층과 돈으로 옥조이는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해방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도 감정의 이입 없이 공정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금권 지향적인 사회를 직시하고, 개인의 내밀한 욕망을 폭로하며 풍자한 오스틴의 소설에는 ‘재산을 노리는 구혼자(fortune hunter)’들이 난무한다. “재산이 별로 없는 아가씨들이 명예롭게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생계 대책이 결혼”이었던 것이 당시의 엄연한 현실이었다. 엘리자베스는 이러한 현실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분별력이나 감성을 희생하지 않고도 결국 사랑과 행복, 재산과 사회적 지위까지 얻어 낸다.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이 미래 생활을 보장받기 위해 조금도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는 것과는 크게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 책에 담긴 고전적인 로맨스의 패턴 또한 이 소설에 불변의 매력을 더해 주고 있다. 오만함이 당연할 정도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남자가 외적 조건이 빈약한 여자를 사랑하고 그 여자에게 거절당하면서 굴욕적인 과정을 겪고 반성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은 아직까지도 수많은 여성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한편 여주인공도 사랑을 깨달으며 자기 성찰의 과정을 겪는다. 이처럼, 사랑을 시작할 때는 오만과 편견을 버려야 함을 제인 오스틴은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200자평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이다. 영국 소설의 전통을 세운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 소설은 영화, 연극, 드라마 등 무수히 개작되며 지금까지도 전 세계 수백만의 독자들을 열광케 하고 있다. 원전의 핵심적인 부분을 1/3가량 발췌해 제인 오스틴 소설 특유의 즐거움을 손쉽게 맛보도록 했다.
지은이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은 1775년에 스티븐턴 교구 목사의 일곱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열두 살 때부터 시와 단편소설, 희곡을 쓰기 시작했고, 스무 살에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해 1795년부터 1799년 사이에 《오만과 편견》, 《분별력과 감수성》, 《노생거 사원》을 완성했다. 1800년 부친의 은퇴와 더불어 바스로 이주하고, 1805년 부친의 사망 후 셋집과 친척 집을 전전하다가 1809년에 오빠 에드워드의 집이었던 초턴의 코티지에 정착할 때까지는 작품 활동이 그리 왕성하지 못했다. 초턴에서 생애의 마지막 8년 동안, 오스틴은 《맨스필드 파크》, 《에마》, 《설득》을 완성할 수 있었고 1816년 마흔두 살의 나이에 병으로 사망했다.
오스틴은 생전에 발표된 작품들이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으나 사후에는 찰스 디킨스와 조지 엘리엇 등 빅토리아조의 소설가들에게 가려서 그리 인정을 받지 못했다. 19세기 후반부터 조지 헨리 루이스와 헨리 제임스와 같은 평자들의 높은 평가에 힘입어 문학 정전의 반열에 들었으며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오스틴의 작품은 수백만의 열광적인 독자들을 확보했고 영화, 연극, 드라마 등에서 무수히 개작되면서 대중적인 문학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옮긴이
이미애는 현대 영국 소설 전공으로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교에서 강사 및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조지프 콘래드, 존 파울즈, 제인 오스틴, 카리브 지역의 영어권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썼고, 역서로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등대로》, 《런던 거리 헤매기》, 《지난날의 스케치》, 《올랜도》, 조지 엘리엇의 《아담 비드》, 조지프 콘래드의 《노스트로모》, 제인 오스틴의 《설득》, 《에마》, J. R. R. 톨킨의 《호빗》, 《반지의 제왕》(공역), 《위험천만 왕국 이야기》, 《톨킨의 그림들》, 토머스 모어의 서한집 《영원과 하루》, 리처드 앨틱의 《빅토리아 시대의 사람들과 사상》 등이 있다.
차례
제1부
제2부
제3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가문도, 인척도, 재산도 없는 젊은 아가씨의 건방진 요구일 뿐이야. 이건 참을 수 없는 일이야! 당신이 당신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있다면, 당신이 자라난 영역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당신의 조카와 결혼한다고 해도 제가 그 영역을 벗어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그는 신사고, 저는 신사의 딸이니까요. 그 점에서는 동등합니다.”
2.
곧 엘리자베스는 다시 장난기가 동해서 다시 씨에게 어떻게 자기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 무엇 때문에 사랑을 느꼈어요?”
“처음 사랑을 느낀 시간이나 장소, 표정이나 말은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어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사랑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이미 한가운데 들어서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