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성인문해학습자는 누구인가?
문해학습자가 누구인지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사회 역사적 맥락에 따라 지속적으로 그 정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관련 법과 정책, 성인문해능력조사에서 그 출발점을 찾으려 한다. 평생교육법과 정책이 말하는 문해학습자, 각종 성인문해력조사에서 말하는 문해학습자를 중심으로 이들의 특징을 이해하고자 한다. 학습 현장에 오기까지 어떤 생애경험을 하는지, 성별·연령·소득·학력에 따른 차이가 있는지, 왜 비문해자가 되었는지, 비문해자로서 어떤 어려움과 배제를 경험하는지, 비문해자로서 문자세계에서 살아가는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고찰한다.
성인문해학습자는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가?
모든 비문해자, 즉 잠재적 성인문해학습자가 다 문해학습 현장에 다다르는 것은 아니다. 참여를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참여를 결단하게 하는 개인적·사회적 맥락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단계별 조력 체계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들이 학습 과정에서 실제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살펴보는 것도 유의미하다. 성인문해학습자는 ‘학습자’로서 보편적 특성을 공유하지만, 동시에 ‘성인 비문해자’만의 차별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 복잡하며 모순적인 문해학습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에 모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성인문해학습자에 대한 개념적 이해부터 실제 교수학습에 모두 도움이 되도록 문해학습자의 학습 전, 중, 후를 들여다본다. 문해학습자가 직접 쓴 수기나 인터뷰 자료를 기초로 한 것도 이 책의 강점이다.
미래 사회의 성인문해학습자
저출산, 고령화, 글로벌화로 인한 인구 구성의 급격한 변화는 문해교육 현장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기존 문해교육 모델로는 베이비부머, 외국인 노동자, 북한이탈주민, 저문해 청년 등의 교육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문해교육 대전환이라는 시대적인 흐름에 맞추어 문해교육이 지향해 나갈 방향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이 책은 아직까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신문해학습자’별 교육 수요와 해외 교육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미래 사회 성인문해교육의 방향을 고민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교육 현장을 위한 책: 장별 요약, 토론을 위한 질문, 읽기 자료
문해교육 현장과 연구실에서, 문해교사와 예비 문해교사들이 이 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장별 토론 질문을 더하고 주요 읽기 자료를 제시했다.
200자평
보이지 않고 주목받지 않고 기록되지 않았던 성인문해학습자의 면면을 조명한다. 문해‘학습자’로서 보편적 특성과 더불어 ‘문해’학습자로서 차별적 특성을 함께 다룬다.
지은이
이지혜
한림대학교 일송자유교양대학 교수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 중 문화체육부 청소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졸업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원격교육연구소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일했다. 한국평생교육학회 편집위원장, 국가문해교육심의회 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 삼성꿈장학재단 질적종단연구 책임자, (사)한국북앤리터러시연구소 부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와 역서로는 『평생교육론』(공저, 2019), 『리딩마인드』(공역, 2019), 『한국의 문해교육』(공저, 2005), 『학습사회의 교육학』(공저, 2005) 등이 있다.
채재은
가천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다.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하버드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대학 졸업 후 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교육부에서 약 10년간 근무했다. 2006년부터 교수,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정책에 관련된 연구 및 평가, 컨설팅을 하고 있다. 교육부 및 기재부 자문위원, 한국대학평가원 평가위원, 한국장학재단 비상임이사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평생교육론』(공저, 2019), 『4차 산업혁명과 고등교육 개혁』(공저, 2018)이 있고, “특성화사업이 참여 대학들의 특성화 추진과정에 미친 영향”(공저, 2019)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차례
서문
1부 비문해자와 문해학습자
1장 누가 문해학습자인가
법과 정책에서 문해학습자
잠재적 문해학습자 현황: 성별, 연령, 소득, 학력
2장 비문해의 원인
언어 환경의 중첩성
학교교육의 실패
기술 변화의 가속
3장 비문해로 인한 사회적 배제
경제 활동에서의 배제
사회적 관계, 참여에서의 배제
학습·교육 활동에서의 배제
4장 비문해자의 학습생활
비문해자의 학습 유형
비문해자의 문자생활
2부 문해학습자의 참여
5장 문해학습자의 참여 과정
참여 저해 요인
참여의 과정
6장 문해학습자의 특성
노인학습자
읽기 학습자
읽기 학습자를 위한 고려 사항
7장 문해학습의 효과
자기 정체성 변화: 자존감의 회복
관계의 변화: 공동체 경험
학습 성과: 보이는 학력(學歷)과 보이지 않는 학력(學力)
3부 문해학습자의 확장과 전망
8장 문해학습자의 확장
인구 변화와 문해학습 수요 변화
베이비붐 세대의 사회적 역할과 문해교육
이주민 정착 지원과 문해교육
다양한 배경의 청년을 위한 문해교육
가려진 비문해자
9장 미래 문해교육의 방향
문해에 대한 새로운 접근
문해학습자 확장과 문해교육 혁신
미주
책속으로
우리는 모두 잠재적 문해학습자다. … 이처럼, 우리는 전 생애 동안 수없이 여러 차례, 문해와 비문해의 스펙트럼 사이 어딘가를 오가며 살아간다. 마치 문해학습자를 강 건너 저편의 ‘타인’인 듯 생각하지만, ‘그들’과 ‘우리’는 쉽사리 구분되지 않는다. 따라서, 문해학습자를 이해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한 가지 면모를 이해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vi쪽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 환경과 권력의 문제를 불가분의 관계로 바라볼 때, 우리나라의 독특한 언어문화가 지닌 역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00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권력 언어가 수차례 바뀌는 경험을 했다. … 우리나라 언어 환경의 변화는 문해학습자를 이해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 비문해 배제가 누적적, 중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문자생활의 중첩성, 즉 한글과 한자, 일본어, 영어가 혼합되어 있는 것은 문해의 장벽을 더욱 높이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15쪽
비문해자들이 겪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사회적 고립이다. ‘문자’로 소통하는 세계 속에서, 문자에서 소외된 존재는 자신과 타인들을 아예 서로 ‘다른 존재’로 구분 짓는다. 비문해자는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경계 바깥에 놓인 존재인 것이다. 이들은 문자로 이루어진 ‘그들만의 세상’에서 확실한 ‘국외자’다.
31쪽
성인학습자는 학교교육 연한이나 교과서 지식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살아 있는, 그래서 배워 가는 존재 그 자체다. 비문해자의 일상은 빈 것이 아니라 학습경험이 켜켜이 쌓인 곳이며, 소리 없이 들끓는 장(場)이다. 학습자로서 비문해자는 새롭게 조명되어야 하며, 이들의 두터운 학습경험은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40쪽
비문해자들은 문자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나름대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데, 대략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문자 듣기’, ‘문자 외우기’, ‘문자 그리기’, ‘문자 만들기’다. 비문해자들은 문자를 ‘읽는’ 대신에 자기 나름의 문자 세계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방식을 익히는 것이다.
44쪽
문해학습자들의 답에는 인지적 역량이 더해진 것 외에도 관계, 참여 등 일상생활 모든 면의 변화가 모두 들어 있다. 문해는 특정한 능력 습득이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한정할 수 없으며, 사회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는 하나의 실천 활동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따라서 어떤 상태가 아니라 지속적인 성취를 이루어 가는 ‘됨(becoming)’의 과정으로서 문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84쪽
교육부에서 지원하는 성인문해교육 정책은 여전히 전통적인 성인문해교육 모델에 기반하고 있고, 지원의 주 대상도 중고령층의 비문해자다. 최근에 디지털문해, 금융문해, 보건문해 등을 중심으로 한 신문해교육이 시도되고 있으나 부처별, 기관별로 각각 분절적으로 제공되어 통합적인 성인 역량 개발 측면에서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성인학습자의 특성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토대로, 다양한 신문해력 개발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국가 문해교육 지원 체계’가 전면적으로 혁신될 필요가 있다.
1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