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소로는 ‘오직 삶의 필수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하고,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 먹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고 밝히며, 기본적인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간소한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그가 제안하는 간소한 삶이란 곧 불필요한 욕망의 억제, 즉 인간의 자기 절제를 요구한다. 자연의 착취와 파괴가 인간의 거짓 욕망을 부추기는 상업주의에서 기인한다면, 소박한 삶의 강조는 결국 자기 절제를 통해 환경에 대한 윤리 의식을 확장하는 일로서 자연에 대한 겸허함을 실천하는 행위인 것이다.
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이자
소로의 성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여과를 거치지 않은 자연의 생생한 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그는 ‘은유 없이 말하는’ 자연의 언어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은유를 사용 않고 말하는 언어란 자연의 풍경, 소리, 냄새 따위의, 매개되지 않은 실재의 언어를 가리킨다. 우리가 자연을 생생하게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바로 이처럼 은유, 즉 임의적이고 추상적인 인간의 언어를 거치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언어적 가능성에 대한 소로의 성찰은, 자연이 다른 것이 아닌 그것 자체로 발현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즉 대상에 의미를 부과하지 않고 스스로 드러나게 해 그것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생태 중심적인 언어 행위를 비유한다고 볼 수 있다.
왜 지금 《월든》인가
《월든》이 성숙한 생태주의자로서의 시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지는 않다는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작품이 최소한 그가 생태주의자로 거듭나기 위한 모색 과정을 보여 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연의 파괴가 가속화되기 이전, 자연이 무한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19세기 중반에 문명사회가 자연에 미칠 폐해를 예견하며,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해 ‘야성의 강장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소로의 실천적 노력이 급속한 생태계의 파괴로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더욱 절실하게 우리에게 호소력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200자평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수상집 《월든》은 저자가 1845년 7월 4일부터 1847년 9월 6일까지 2년 2개월 남짓 동안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콩코드 근처 월든 호숫가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산 체험을 기록한 책이다.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한 소로의 정신적 자서전으로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태주의적 삶의 지침서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은이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미국 최초의 자연과학자이며 생태주의 작가로 1817년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콩코드 아카데미를 거쳐 1833년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해 1837년 졸업했으며, 다음 해에는 형 존과 함께 진보적인 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소로는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과 노예제도에 반대해 인두세 납부를 거부하고 하룻밤 동안 감옥에 갇히는데, 훗날 그를 유명하게 만든 글 〈시민의 불복종〉은 바로 이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이었다. 특히 이 글에 담긴 비폭력적 무저항 정신은 인도의 독립 운동가 마하트마 간디와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1845년 7월에 소로는 콩코드 근처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1847년 9월에 떠나기까지 2년 남짓 혼자서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했고, 이를 바탕으로 1854년 《월든(Walden)》의 초판본 2000부를 출간한다. 1856년 당대의 대표적인 미국 시인 휘트먼(Walt Whitman)을 만나 깊이 감명을 받은 그는 노예 폐지 운동가 존 브라운(John Brown)의 석방을 탄원하는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실천적 지식인으로의 삶을 계속한다. 연필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흡입된 흑연 가루 때문에 평소 앓던 폐결핵이 악화된 소로는 요양을 위해 미네소타주로 떠나기도 했으나, 병세가 호전되지 않자 고향 콩코드로 되돌아와서 1862년 45세의 나이에 평생 독신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옮긴이
윤희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에서 수학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국립부경대학교 영어영문학부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채플힐 소재) 영문과에서 풀브라이트 방문 학자로, 버지니아대학교 영문과에서 방문 교수로 연구한 바 있으며, 생태주의적 성향을 보여 주는 미국 작가들에 대한 논문을 꾸준하게 발표해 왔다. 그 가운데 〈《월든》의 생태주의적 지향성에 관한 연구〉(2001)와 〈쏘로우와 현대 미국 생태주의 시의 상관성〉(2002)은 생태주의적 사고의 원형으로서 소로의 《월든》이 지닌 의미를 규명하고, 이를 현대 및 동시대의 문학적 성과들과 접목하려는 연구의 결과다. 생태주의 문학 이외에도 미국 소수 인종 시인에 관한 논문들을 발표했고, 현재는 문학과 영화, 영시와 대중문화의 접점 찾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로 《영미문학의 길잡이》와 《영화로 세상 읽기》 등이 있다.
차례
숲의 경제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숲의 소리들
외로움
콩밭
호수
베이커 농장
보다 높은 법칙들
집 안의 난방
전에 살던 주민들, 그리고 겨울의 방문객들
겨울의 호수
봄
맺는말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사실 노동하는 사람은 매일매일 진실성을 유지할 여유가 없다. 정당한 대인관계를 유지할 여유도 없다. 그랬다가는 그의 노동력이 시장가치를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 무엇인지를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이웃들이 소유한 정도의 집을 나도 가져야겠다는 일념으로, 사실상 평생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가난에 쪼들리며 살아간다.
3.
간소함, 간소함, 간소함! 말하건대 여러분들의 일을 100가지, 1000가지로 만들지 말고 두세 가지로 줄여라. 100만 대신에 여섯 정도만 셈하고 계산은 여러분의 엄지손톱에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