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진짜 외로움은 가장하기만을 요구하는 친절한 사람들 가운데 사는 것
이 소설은 남편을 떠나 유럽에서 귀국한 엘렌이, 다음 날 뉴욕 오페라 하우스 박스에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엘렌이 나타나면서 뉴욕 사교계에는 파문과 갈등이 일어난다. 돌아온 엘렌은 뉴욕 사회가 요구하는 ‘착한 소녀’가 아니었고, 성숙한 여자도 아니었다. 엘렌은 잔인하고 불성실한 남편과 이혼하려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의 결정에 반대하면서 남편 곁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그러나 엘렌은 가부장 사회의 엄격한 제약 내에 남아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외로움은 가장하기만을 요구하는 친절한 사람들 가운데 사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한다는 이 사실은 아무것도 바꾸질 못해요.”
“그것은 인생 전체를 바꿨소.”
엘렌의 사촌 메이 웰렌드의 약혼자인 아처는 엘렌과의 만남을 통해 ‘참된 인생을 보게 됐다’고 말한다. 즉 인습과 위선의 껍질을 깨고 좀 더 깊은 자기 이해에 이르는 과정을 겪게 된 것이다. 마침내 아처는 엘렌에 대한 사랑을 인정하면서 인습에 사로잡힌 과거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작가는 아처를 통해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물, 즉 그 자신이 사회구조를 지배하는 남성이면서도 남성적인 가치에 회의를 던지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이로써 아처는 워턴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른 어떤 남성들보다도 여성들의 문제와 그들이 받는 억압을 인식하고 이에 깊은 동정을 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성의 독립과 여성 간의 유대관계 회복
엘렌이 당시 중산층 여성이 ‘돈과 힘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인 결혼’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 자기 의지대로 가부장 사회의 변방에서나마 독립된 삶을 꾸릴 수 있었던 것은, 가부장적 인습이 지니는 위선과 억압을 꿰뚫어 보고 그것을 거부할 수 있었던 어머니와 같은 존재의 사랑과 지원 덕분이었다. 그들은 바로 엘렌을 키운 메도라 이모와 할머니 캐서린 밍곳 노부인이다. 또한 여리고 순진해 보이지만 가정을 지키기 위해 강인함을 발휘한 메이 웰렌드, 타인을 비참함과 절망에 빠뜨리지 않고 현명함과 관용을 발휘한 엘렌. 이들을 통해 작가는 여성의 독립과 여성 간의 유대관계 회복이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200자평
1920년 발표되어 이듬해에 작가에게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겨준 소설. 보수적이고 엄격한 뉴욕 사회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 작가는 용감하고 독립적인 엘렌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사회의 위선과 인습을 꿰뚫어 본다. 엘렌과 아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통해서 자기 성숙과 이해의 과정에 이른다.
지은이
이디스 워턴(Edith Wharton, 1862∼1937년)은 1862년 1월 24일 뉴욕의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서 이디스 뉴볼드 존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다. 그녀는 가정교사 밑에서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공부했으며 아버지의 서재에서 문학과 철학, 과학과 예술에 관한 책을 광범위하게 읽었다. 1877년에 첫 중편소설 〈제멋대로(Fast and Loose)〉를 완성하고, 1891년 〈맨스테이 부인의 관점(Mrs. Manstey’s View)〉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이후 40년 동안 장편소설 스물두 권, 단편소설집 열한 권, 여행기와 전기를 포함한 논픽션 아홉 권 등 수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건축가 오그던 코드먼(Ogden Codman)과 《집 장식하기(The Decoration of Houses)》(1897)를 공동으로 집필했다. 《결정의 계곡(The Valley of Decision)》(1902)과 《성역(The Sanctuary)》(1903)을 발표하던 당시 헨리 제임스를 만났으며, 일생 동안 좋은 친구가 되었다. 1905년에 발표한 《열락의 집(The House of Mirth)》은 그해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무의 과일(The Fruit of the Tree)》을 발표하던 1907년 워턴은 파리로 이주했다. 1913년 당시 다른 여자가 있었고, 원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남편과 이혼했다. 그해에 《그 지방의 관습(The Custom of the Country)》을 발표해 비평가들의 인정을 받았다.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워턴은 피난민과 고아들을 돌보는 데 헌신적으로 일했다. 1917년 《버너 자매(The Bunner Sisters)》 를 발표했고 워턴의 또 하나의 여성 문학 걸작으로 평가되는 《여름(Summer)》을 발표했다. 1920년 《순수의 시대》를 발표해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1923년 예일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30년 미국예술원 회원으로 추대되었다. 1934년 자서전 《뒤돌아보며(A Backward Glance)》를 발표했다. 1937년 8월 11일, 워턴은 심장마비로 사망해 베르사유의 고나르 묘지(cimetiere des gonards)에 묻혔다.
옮긴이
정혜옥은 덕성여자대학교 영문과에서 학사학위를, 고려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덕성여대 어학실장, 언어교육원장, 도서관장을 역임했고 현재 덕성여자대학교 인문대학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다. 미국 소설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나사니엘 호손 단편과 “주홍글자” 연구 : 개인과 사회적 질서의 관계》, 《미국문학의 선구자 : 찰스 브록덴 브라운의 소설 연구》, 《여성과 사회 : 이디스 워튼 소설 연구》(2021 세종도서 선정),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 호손의 장편과 멜빌의 〈사기꾼〉 그리고 리파드의 〈퀘이커 시티〉를 중심으로》, 《나사니엘 호손의 주홍글자 연구》(공저), 《좋은 번역을 찾아서》(공저), 《성과 속 그 사이에서의 연구》(공저), 《미국 근현대 소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그 지방의 관습》(공역), 《미국 소설사》(공역) 등이 있다.
차례
제1부
제2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고르곤이 내 눈도 뜨게 했지요. 고르곤이 사람들 눈을 멀게 한다는 것은 망상이에요. 고르곤이 하는 일은 아주 반대예요. 그녀는 사람들의 눈꺼풀을 붙들어 매어 절대로 다시는 축복받은 어둠 안에 있지 못하게 만들어요.
2.
그가 뽑은 복권은 수천만 장이었고, 당첨되는 것은 단 한 장뿐이었다. 그리고 기회는 그에게 완전히 불리한 것이었다. 그는 엘렌 올렌스카를 생각할 때면, 마치 책이나 그림에 있는 상상 속의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듯, 추상적이고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자기가 놓쳐 버린 모든 것을 합친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