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고대 서사시부터 현대 애니메이션까지 인류는 오래 전부터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향유해 왔습니다. 단군신화의 쑥과 마늘을 먹는 곰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한국의 동물담에는 여우, 토끼, 두꺼비, 구렁이 등 수많은 동물이 등장합니다. 이들 이야기에는 영예의 순간도, 재치의 순간도 있습니다. 때로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지혜를 생각합니다. 한국의 동물 우화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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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게 꾸중 듣다 〈호질(虎叱)〉, 《연암 산문집》
한국의 동물담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동물은 호랑이입니다. 연암 박지원도 산문 〈호질(虎叱)〉에서 호랑이와 인간의 대면을 그렸습니다. 신령스러운 호랑이가 나타나 한 유학자의 위선을 꾸짖는[叱] 내용입니다. 〈호질〉은 호랑이의 목소리를 전면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호랑이를 인간의 우위에 올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호랑이 서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박지원 지음, 박수밀 옮김 |
두꺼비 상석에 앉다, 《두껍전》
천하 명산 옥포산에 여러 짐승들이 모여 잔치를 벌입니다. 〈두껍전〉은 쟁장(爭長), 즉 서로 어른이라 다투는 이야기입니다. 노루, 여우, 토끼가 차례로 나서며 상석에 앉겠다 엉덩이를 들이밉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두꺼비가 끝이 없는 요설을 풀어 놓기 시작합니다. “내가 반고씨(盤古氏) 적에 개암나무 세 그루를 심었더니….” 〈두껍전〉은 인도 불경 〈본생경(本生經)〉에 근원을 두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작자 미상, 김창진 옮김 |
병이 나 죽게 생긴 용왕. 병을 고칠 방도는 오직 하나, 육지에 사는 토끼의 간입니다. 용왕의 특명을 받고 자라 별주부는 토끼를 찾아 육지로 향합니다. 고생 끝에 토끼를 만난 자라는 목을 쭉 빼고 갖은 유혹으로 토끼를 꾑니다. 자라를 따라 용궁에 들어간 토끼. 아뿔싸, 간을 빼앗기게 생겼습니다. 〈본생경〉과 중국의 불전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 이야기는 다양한 경로를 거치며 〈수궁가〉와 〈토끼전〉이라는 판소리, 소설로 발전하며 백여 종이 넘는 이본이 만들어질 정도로 크게 성행했습니다.
작자 미상, 김동건 옮김 |
자네 몸 수절하여 정렬부인 되옵소서, 《장끼전》
장끼와 까투리 부부가 엄동설한에 들판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콩 하나를 발견한 장끼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먹으려 하자 까투리는 간밤의 꿈이 불길하다며 만류합니다. 아내의 말을 듣지 않은 장끼는 결국 덫에 걸리고, 까투리더러 개가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둡니다. 과부가 된 까투리의 선택은? 〈장끼전〉은 과부의 ‘재혼’이라는 당대의 사회 문제를 다룹니다. 이본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결말을 서로 비교하여 볼 수 있도록 정리해 수록했습니다.
작자 미상, 최진형 옮김 |
다람쥐가 쥐를 무고하다, 《서동지전》
쥐 서동지가 큰 공을 세워 황제에게 벼슬과 양식을 하사받습니다. 이를 축하하는 연회에 다람쥐가 찾아와 자신의 궁한 사정을 이야기합니다. 다람쥐가 딱한 서동지는 양식을 나눠 주었지만, 염치없는 다람쥐는 양식이 바닥나자 다시 서대주를 찾습니다. 서동지의 거절에 앙심을 품은 다람쥐는 관아에 서동지를 무고하는데…. 쥐들 사이의 송사 사건을 다루는 〈서동지전〉은 부자와 빈자의 처지가 양극화로 치닫던 조선 후기의 암울한 면을 적나라하게 그리는 작품입니다.
작자 미상, 최진형 옮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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