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국내외로 필사되고 번역되었던 조선의 베스트셀러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 갔을 때 《수호전》을 외는 중국인을 보고는 “마치 우리나라 시장 거리에서 《임장군전》을 외는 것과도 같았다”고 했을 만큼 당시의 《임장군전》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 인기를 반증하는 것 중 하나가 다양한 이본의 존재다. 원본은 전하지 않으나, 원본을 베껴 쓰고 전해 오면서 조금씩 달라진 이본들이 아주 많다. 필사본, 목판본, 활자본이 다 있다. 그뿐 아니라 국문본, 한문본, 영역본, 일역본, 러시아어역본까지 전한다. 또한 각 이본의 결말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구전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적층되고 변화했기 때문이다.
민중의 희망이 되었던 영웅, 임경업
《임장군전》의 주인공은 실존 인물인 임경업이다. 그러나 작품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실제 임경업은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가족을 부양하거나 농사를 짓지 않았다. 이런 모습은 영웅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소설에서 주인공이 고귀한 가문의 인물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한 임경업이 남경동지사를 수행하고 호국 청병대장으로 출전해서 가달과 싸워 항복을 받고 돌아오는 대목은 완전한 허구다. 고난을 이겨내고 민중의 삶을 살며 국제적으로 뛰어난 인물로 형상화된 임경업은 극적 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 당시의 민중들에게 희망이 되었고 위안이 되었다.
살인을 부른 감화력
독자들의 독후감이 기록으로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임경업에 대한 한없는 칭송과 김자점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가 느껴지는 글을 통해 당시의 반응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어떤 글에서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살인하였다는 대목까지 볼 수 있다. 《임장군전》은 그만큼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일으켰으며 소설의 감화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200자평
살인사건을 부를 만큼 감화력이 커 널리 유행했던 한글 소설이다. 만고충신 임경업을 통해 덧붙여지고 과장되는 이야기는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통쾌함을 선사한다. 이민족의 침입으로 피폐해진 민생에 대한 원망은 뚜렷하게 구분된 악을 향하게 한다. 이를 증명하는 당대 독자들의 독후감도 함께 볼 수 있어 조선 후기 한글 소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옮긴이
이복규(李福揆)는 전북 익산에서 출생했다. 국제대학(현 서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경희대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경기도 문화재위원이다.
저서로 《부여·고구려 건국신화 연구》(집문당, 1998), 《사씨남정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생애담 연구》(지식과교양, 2012), 《한국인의 이름 이야기》(학고방, 2012), 《국어국문학의 경계 넘나들기》(박문사, 2014), 《묵재일기 소재 국문본소설 연구》(박이정, 2018), 《설공찬전의 이해》(지식과교양, 2018), 《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잡기》(새물결플러스, 2020), 《소소하고 찬란한 하루》(책봄, 2021) 등이 있으며, 이 밖에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차례
임장군전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남자가 세상에 나매 마땅히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임금을 섬겨 이름을 죽백(竹帛)에 드리울지니, 어찌 초목(草木)같이 썩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