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위뷔 왕〉은 알프레드 자리의 고교 시절 물리 교사 에베르 선생을 모티프로 한 작품이다. 원래 동급생인 샤를 모랭이 ‘폴란드인들’이란 제목으로 구상한 텍스트를 자리가 희곡으로 발전시켜 모랭의 집 헛간에서 인형극으로 공연했다.
전통적인 극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현의 자유와 실험을 탐구하고 있다. 주인공 위뷔 영감은 욕심 많고 비열한 인물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갖은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라블레와 셰익스피어의 영향이 엿보이는데 특히 여러 면에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연상시킨다. 위뷔 어멈이 위뷔 영감을 부추겨 왕위를 찬탈하고 동료들을 배신하고, 복수에 희생된다는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가 유사하다.
위뷔에 대한 악의적이기까지 한 묘사는 추악함과 저속함으로 전통적인 인물의 품위를 대체하려는 자리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혹자는 위뷔를 ‘재앙 같은 존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기에 미니멀한 무대, 독특한 음악 효과까지 더해져 극의 분위기와 주제가 더욱 강화된다.
이러한 자리의 작업은 19세기 말 연극 혁신 운동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었으며 그 영향력 또한 지대했다. 그가 끼친 직접적인 영향으로는 다다운동과 초현실주의를 들 수 있다. 트리스탕 차라와 앙드레 브르통은 주저 없이 초현실주의의 선구자로 자리를 꼽는다.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하나인 막스 에른스트는 위뷔를 팽이 모양으로 그린 그림을 남겼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부조리 연극의 선구자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등장인물에 대한 전통극과는 전혀 다른 의미 부여, 끊임없는 말장난을 통한 언어 파괴, 논리성을 배제한 극의 구조 등은 부조리 연극 작가들에게 전해져 연극을 거듭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200자평
〈위뷔 왕〉은 알프레드 자리가 고교 시절 물리 교사를 모티프로 삼아 창작한 희곡으로, 전통극 형식을 탈피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위뷔 영감의 권력욕과 악행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전개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연상시킨다. 자리는 이 작품으로 다다운동과 초현실주의, 부조리 연극의 선구자로서 영향력을 확립했다.
지은이
알프레드 자리(Alfred Jany, 1873∼1907)
1888년 자리는 다시 렌느 고등학교에서 앙리 모랭을 만나 〈위뷔 왕〉을 창작한다. 1891년 자리는 파리에 자리 잡고 앙리 4세(Henri IV)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계속하며, 베르그송으로부터 철학 수업을 듣는다. 1893년 몇몇 작가들이 운영한 문학잡지 《파리 문학 메아리(L’Echo de Paris littéraire illustré)》에 자리의 〈인형(Guignol)〉이라는 작품이 실린다. 1894년 자리는 첫 단행본인 〈Les Minutes de sable mémorial〉을 메르퀴르 드 프랑스(Mercure de France)에서 출판한다. 1895년 자리는 라발의 보병연대에 들어가지만 건강상 이유로 되돌아온다. 같은 해 〈세자르−그리스도의 적〉이 메르퀴르 드 프랑스에서 출간된다. 1896년 12월 10일 마침내 외브르 극장에서 〈위뷔 왕〉 첫 번째 공연이 올라가고 많은 관심을 끌게 된다. 또한 메르퀴르 드 프랑스에서 〈위뷔 왕〉이 출판된다. 1907년 결핵성 뇌막염으로 34세 젊은 나이에 파리에서 사망한다.
옮긴이
장혜영
이화여자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파리 4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발표와 토의−분석적 듣기와 비판적 말하기를 위한 이론과 실습》, 《사고와 표현−말하기》, 《독서 토론》이 있고, 역서로는 《논증의 역사》, 《논술 연습》, 《청소년을 위한 철학 교실》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말하기, 듣기 교육의 현황과 발전 방향 연구〉, 〈아카데미 토론 평가에 대한 재고찰〉, 〈토론 교육 관련 연구 흐름 분석을 통한 대학 토론 교육 의미 재고〉, 〈졸업 연설문에 드러난 스피치의 공감적 요소 분석〉, 〈신문 기사를 통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 토론회 분석〉 등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나오는 사람들 의상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위뷔 아범 : 아니야, 나는 원치 않아! 당신은 그따위 것들 때문에 나를 파멸시키려는 거야?
보르뒤르 대장 : 하지만 위뷔 영감. 국민들은 즐거운 즉위식을 기념하는 어떤 선물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겠어요?
위뷔 어멈 : 고기와 금을 그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다면 너는 여기서 두 시간 안에 다시 뒤집어질 거야.
위뷔 아범 : 고기, 그래 좋아! 금, 그건 안 돼! 늙은 말 세 마리를 잡아. 그 빌어먹을 놈들에겐 그거면 충분하지.
위뷔 어멈 : 빌어먹을 놈은 바로 너지! 내가 어떻게 이따위 짐승 같은 놈하고 같이 살고 있지?
위뷔 아범 : 한 번 더 말하는데, 나는 부자가 될 거야. 한 푼도 잃지 않을 거야.
위뷔 어멈 : 폴란드의 모든 보물을 다 손에 넣은 후에 말이야.
보르뒤르 대장 : 맞아요. 예배당에 어마어마한 보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우리 그걸 나눠 줍시다.
위뷔 아범 : 불쌍한 것! 너나 해라.
보르뒤르 대장 : 하지만 위뷔 영감, 당신이 선물을 나눠 주지 않으면 백성들은 세금을 내지 않을 거야.
위뷔 아범 : 정말이야?
위뷔 어멈 : 그럼, 그럼!
위뷔 아범 : 오! 모두 동의하지. 300만의 금을 모아 오고, 150마리 소와 양을 굽도록 해. 내가 그만큼 먹어 치울 테니!
54-5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