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습니다. 3일 뒤 나가사키에도. 도시는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거리에 시체들이 널브러졌습니다. 작가들은 인간의 눈과 작가의 눈, 두 눈으로 그 형상을 마음에 새겼습니다. ≪시체의 거리≫ 속 작중 화자가 말합니다. “언젠가는 쓰지 않으면 안 되지. 이걸 본 작가의 책임인걸.”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입니다.
지워 낼 수 없었던 기억의 기록《시체의 거리》(2024년 2월 신간)
오타 요코는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군 공습을 피해 고향 히로시마에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작가는 원폭 투하 이후의 참상을 소설에 담아냈습니다. 다른 것은 쓸 수 없기도 했습니다. 도시와 인간이 모두 무너져 내린 처참한 광경이 구체적 환영이 되어 머릿속에 맴돌며 다른 작품에 대한 영감을 쫓아 버린 탓입니다. 오타 요코 지음, 정향재 옮김
하라 다미키의 <여름 꽃> 일본 원폭문학의 효시입니다. 작가는 히로시마에서 체험한 피폭과 그 직후의 일기를 바탕으로 해 원자폭탄이 가져온 피해의 처참함을 생생하게 고발합니다. 오에 겐자부로는 하라 다미키를 “현대 일본문학의 가장 아름다운 산문가의 한 사람”으로 꼽았습니다. 하라 다미키 지음, 정향재 옮김
일본의 가해 책임을 묻는 피폭자 《히로시마라고 말할 때》
히로시마 피폭자들은 과연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히로시마 출신 시인 구리하라 사다코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원폭 투하의 참상을 그려 그 비인간성을 고발합니다. 동시에 가해자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전쟁과 군국주의에 대해 경종을 울립니다. 구리하라 사다코 지음, 이영화 옮김
재앙을 삼켜 언어로 되새김질한 시인 《야마노쿠치 바쿠 시선》
바쿠는 일본의 변방 오키나와 출신으로 차별과 소외 속에서 지진과 전쟁을 겪었습니다. 필명 바쿠(貘)는 인간의 악몽을 먹어 치운다는 맥(貘)이라는 상상의 동물 이름에서 차용한 이름입니다. “허기진 커다란 맥이 (…) / 원자폭탄 날름 삼켜 버리고 / 수포폭탄 날름 삼키나 싶더니 / 확 지구가 밝아져 간 거다”(<맥>) 야마노쿠치 바쿠 지음, 김명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