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동물 농장》과 《1984》로 유명한 작가 조지 오웰은 1903년 영국령 인도 벵갈에서 태어났다.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하고 1922년부터 1927년까지 버마의 인도제국 경찰로 근무했으며, 유럽으로 돌아와서는 파리와 런던에서 부랑아, 접시닦이, 일용직 노동자, 가정 교사 등을 전전하다 1933년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을 출판,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1936년 스페인 내전에 의용군으로 참전한 경험은 오웰의 이후 삶과 작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웰 자신도 “1936년 이후 내가 진지하게 쓴 작품들은 그 한 줄 한 줄이 모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내가 아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위해’ 쓰였다”라고 밝힌 바 있다.
스즈키 아쓰토의 희곡 〈조지 오웰−침묵의 소리〉는 오웰의 그러한 삶과 작가적 태도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격랑 속에서 저마다 다른 입장을 피력하는 주변 인물들에 맞닥뜨려 어떻게 부침을 겪고 심화되어 갔는지를 다룬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초기인 1940년 이후 7년간의 세월이 담겼으며, 그중에서도 오웰이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글을 쓰고 방송한 1941∼1943년 동안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희곡이 던지는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열강의 전쟁에 식민지는 무슨 책임이 있는가?
남성이 주도하는 전쟁이 승리로 끝난다 한들 진정한 의미의 여성 해방은 가능할 것인가?
나치만 물리치면 인류는 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가?
〈조지 오웰−침묵의 소리〉 초연 이후 스즈키 아쓰토는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찢기는 괴로움’을 분명 느꼈을 것”이라라며 자신 또한 ‘분열돼 가는 세계에 맞서고 싶다는 바람’으로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극 중 아일린은 조지 오웰의 환상 속에 나타나 말한다. “당신, 자신이 했던 말 잊어버렸어? 목소리를 남긴다고. 잦아드는 소리를. 침묵하고 있는 누군가의 소리를. 당신 가슴에 잠재된 소리를. 당신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절대로 미래에 남지 않을 목소리를…” 스즈키 아쓰토 역시 당대에 발화될 수 없었던 ‘침묵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으로써 분열된 세계에 맞선다.
〈조지 오웰−침묵의 소리〉는 작가 스즈키 아쓰토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국가와 예술가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모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에 의해 희생된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하며, 〈에리히 캐스트너−지워진 이름〉(2020년 12월), 〈후지타 쓰구하루−하얀 어둠〉(2021년 10월), 〈조지 오웰−침묵의 소리〉(2022년 6월), 〈카렐 차페크−물의 발소리〉(2022년 10월)로 이어진다.
스즈키 아쓰토는 ‘국가와 예술가 시리즈’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분명히 하고 구체적이고 핍절한 상황과 인물로부터 지금 시대에도 설득력을 갖는 스토리를 길어올린다.
200자평
젊은연출가콩쿠르 우수상을 비롯해 각종 연극상을 수상하며 왕성한 활약을 보여 주고 있는 신예 극작가 겸 연출가 스즈키 아쓰토의 대표작. 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7년간 오웰의 창작과 삶을 다룬다. 전쟁이라는 격랑 속에서 주변인들과 부딪치며 창작에 부침을 겪는 오웰의 고뇌를 세심하게 묘사한다.
지은이
스즈키 아쓰토(鈴木アツト, 1980∼)
스즈키 아쓰토(鈴木アツト)는 1980년 도쿄 출생으로 게이오대학교 환경정보학부를 졸업했다.
2003년 극단 ‘인조(印象)−indian elephant’를 창단한 이래 2023년 현재 총 30회의 정기 공연을 올렸고, 극단 바깥에서도 다양한 작품에서 각색, 연출 등을 맡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2014년에 극단을 민간 비영리 단체로 법인화하고 2017년부터는 아동극 제작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으며, 일본 전역은 물론 한국과 태국, 폴란드, 영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왕성하게 활약하고 있다.
한국 연극인들과는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 〈니오이(匂衣)〉, 〈카스미소(霞葬)〉, 〈사이게츠(妻月)〉, 〈아오오니(青鬼)〉, 〈가격표가 없는 전쟁(値札のない戦争)〉 등 다섯 편을 창작, 공연했고, 이후로도 일본 현지에서 한국 연극인들과 여러 작품을 함께 작업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일한연극교류센터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젊은연출가콩쿠르 우수상 및 관객상을 포함, 다수의 수상 이력이 있으며 그 밖에도 많은 작품들이 해마다 각종 연극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일본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옮긴이
정상미
정상미는 일본 극단 분가쿠좌(文学座) 연극연구소 48기 연출부 연수과 수료 후, 201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그들의 약속〉이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희곡, 에세이를 집필하고 있으며 일본 현대 희곡 번역, 한일 연극 교류 및 합작 코디네이터, 현장 통역 등 일을 병행하고 있다. 창작 희곡집 《제발, 결혼》(자큰북스, 2019년), 《낙원상가》(평민사, 2021년), 《안녕, 내일》(자큰북스, 2021년)을 출간했다. 〈벚나무 위, 벚나무 아래〉(야마야 노리코 작, 2012년 광주평화연극제), 〈일그러진 풍경〉(베쓰야쿠 미노루 작, 2016년 서강대 메리홀소극장 및 소극장혜화당 공연), 〈코끼리〉(베쓰야쿠 미노루 작, 2016년 혜화동1번지 공연) 외 여러 편의 희곡을 번역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스즈키 아쓰토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아일린 : 잦아드는 소리를. 침묵하고 있는 누군가의 소리를. 당신 자신의 가슴에 잠재된 소리를. 당신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절대로 미래에 남지 않을 목소리가 있어.
(아일린, 에릭의 손을 잡고, 그에게서 멀어져 간다. 에릭,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에릭 : “미래에게, 또는 과거에게, 생각이 자유로운 시대에게,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면서도 외롭지 않은 시대에게, 진실이 존재하고 벌어진 일이 없었던 일로 변하지 않는 시대를 향해. 획일적인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 사고의 시대로부터… 안녕을 고한다, 부디 평안하길!”
153-1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