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는 누구일까요?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남명 조식,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덕보 홍대용… 몇몇 이름이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당신의 고향을 대표하는 학자는 누구인가요? 생각나는 이름이 있나요?
지역 고전학이란 각 지역의 고전을 발굴, 번역, 소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여기서 ‘지역’이란 ‘중앙’의 반대어로서의 ‘지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편 용어로서 특정한 장소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만지한국문학은 <지역 고전학 총서>를 통해 ‘중심’과 ‘주변’이라는 권력에서 벗어나 모든 지역의 문화 자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현대는 더 이상 중앙 집중적인 사회가 아닙니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깊이 있는 이해와 발전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지역 고전학 총서>는 이러한 지역 문화의 이해와 발전의 뿌리가 될 것입니다.
기획 의원은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정우락 교수, 경상국립대 한문학과 강정화 교수, 전북대 중문학과 박순철 교수, 부산대 한문학과 김승룡 교수입니다. 기획 위원들이 각 지역별 주요 학자들을 선정하고, 한문학을 전공한 박사 이상의 젊은 연구자들이 옮기고 기획 위원들이 감수합니다. 선정 작품은 각 지역 도시의 학맥을 중심으로 학문 연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각 지역의 주요 학자들을 연결하면 이 시대 새로운 지성 지도가 그려질 것입니다.
2022년 1차로 10종을 출간한 것에 이어 이번에 2차분인 10종을 새로 출간했습니다. 현재 번역 중인 20종이 2024년 연말에 3차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영남학에서 시작해 호남학, 기호학(서울)까지 전국적인 학문 지도를 그릴 수 있도록 최소 100종에서 400종까지 차츰 확장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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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승의 계보를 잇다 《경봉 시집》 – 경남 양산
양산 통도사의 선승 경봉 정석의 시를 소개한다. 당대를 대표하는 대선사였던 경봉은 한국 시승의 계보를 이으며 경허 이후 불가 한시 영역의 대미를 장식했다. 다양한 소재를 다룬 시들에는 그의 선(禪)적 깨달음의 근원은 물론, 깊은 한문학적 소양이 드러난다. 특히 이 시집은 경봉의 《일지(日誌)》에 수록된 시를 있는 그대로 소개해 미화나 왜곡 없이 작품의 본질을 살필 수 있다.
정석 지음, 최두헌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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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유학자의 기록 《경와 시선》 – 전북 고창
근대 유학자 경와(敬窩) 엄명섭(嚴命涉)의 시를 소개한다. 그의 문집 《경와사고(敬窩私稿)》에 수록된 800여 수의 시 가운데 127제 157수를 가려 뽑았다. 시에 드러난 학문에 대한 그의 자세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귀감이 될 뿐 아니라, 근현대의 역사와 문화, 유학자로서의 모습 및 가치관 등을 이 책을 통해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엄명섭 지음, 엄찬영 강동석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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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문화의 재발견 《기락편방》 – 경남 함안
자연을 만끽하며 그 속에서 심성의 의미를 되새겨 마음을 닦고 여유를 즐겼던 선조들의 모임 둘을 소개한다. 1607년, 영남학파의 거두 한강 정구를 위시한 용화산 아래 낙동강의 모임과 1634년, 현풍 현감 김세렴을 비롯한 젊은 선비들의 풍영대 모임이다. 1757년, 박상절이 선조들의 기록을 모으고, 시와 그림을 더하고 서문을 붙여 하나의 책으로 간행하니 바로 《기락편방》이다.
박상절 엮음, 백운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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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속적 선비 정신 《무첨재 시선》 – 경북 상주
17세기 학자 무첨재(無忝齋) 정도응(鄭道應)의 시를 소개한다. 정도응은 유성룡의 고제자인 정경세의 손자로, 명망 높은 가문 출신임에도 벼슬길에 나아가기보다는 은자적 삶을 살면서 학문과 후학 양성에 몰두하고자 했다. 그의 탈속적 정신은 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우인 목재 홍여하, 가암 전익구 등과 주고받은 시들도 여럿 수록하고 있어 당시 영남학파 학자들의 교우 관계도 함께 살필 수 있다.
정도응 지음, 최금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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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선비의 일기 《신당일록》 – 경북 청송
16세기 퇴계학파 학자 조수도의 일기를 소개한다. 그는 1588년 1월 28일부터 1592년 9월 28일까지 약 178일간의 일들을 일기로 남겼다. 진솔한 이 기록을 통해 당시 조선 사대부의 과거에 대한 생각과 당대의 과거 제도, 여행길의 고달픔, 지역 선비의 일상생활 모습, 도산 서원과 청량산 유람기, 임진왜란의 상황과 의병 모집 기록 등, 한 평범한 청년 학자가 16세기의 조선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조수도 지음, 정우락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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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뱃길을 따라 노래하다 《열상 기행 절구》 – 경기 양평
1846년, 신필영은 성묘를 위해 서울 두모포에서 남한강을 거쳐 고향인 경기도 지평을 다녀오면서 7언 절구 100수의 연작 기행시를 썼다. 기본적인 기행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한강 일대의 역사·문화 경관, 빼어난 산수풍경, 친교를 맺은 인물들과 사별한 아내에 대한 정회(情懷), 향촌의 일상 등 다양한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 조선 후기 죽지사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신필영 지음, 표가령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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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지식인의 고뇌 《예암 시선》 – 경남 진주
18세기의 진주 학자 예암(豫菴) 하우현(河友賢)의 시 77제 128수를 소개한다. 남명학을 계승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학업 성취를 보였는데, 어느 날 문득 크게 깨달아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학문에 몰두해 치지(致知)를 학문의 요체로 삼고 이를 위해 항상 마음속에 경(敬)을 간직하고자 했다. 그의 시를 통해 당시 지역 고전 지식인이 갖고 있던 학업의 의미와 고뇌, 젊은 지식인의 삶의 방향을 반추할 수 있다.
하우현 지음, 김승룡 김남희 이단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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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선비의 임진왜란 참전기 《용만분문록》 – 경남 함양
임진왜란 당시 18세였던 함양의 선비 진우재(眞愚齋) 양황(梁榥)이 부친 양홍주와 함께 사재를 털어 화살대 4만 개, 화살 300부를 만들어 의주로 몽진한 선조를 찾아가 진상하고, 이를 통해 평양성 전투의 승리를 견인한 뒤 다시 한양으로 환궁하는 왕을 호종한 기록이다. 당시 전황의 급박함과 민중의 고초, 젊은 선비의 우국충정의 심정이 일기와 그 일기에 수록된 한시들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양황 지음, 이영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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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호남 선비의 기록 《이재 시선 2》 – 전북 고창
18세기 호남 선비 황윤석의 일기 ≪이재난고≫ 가운데 중요한 시들을 가려 묶었다. 약 1630제의 시 가운데 ≪이재 시선 2≫에는 황윤석의 19세부터 29세까지의 시 100제를 수록했다. 학문과 과거 시험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부터 공적인 자세를 유지하려는 마음가짐, 학문과 입신양명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기 시작하는 모습까지, 점차 성장해 가는 젊은 선비 황윤석을 만날 수 있다.
황윤석 지음, 이상봉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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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언 율시의 매력 《태재 시선》 – 강원 원주
여말 선초의 학자 태재(泰齋) 유방선(柳方善)의 5언 율시 125제 153수를 소개한다. 그는 가화(家禍)로 인해 기나긴 유배 생활을 했으나 고려 말 시학의 전통을 계승해 조선 초 문단을 진작하고, 한시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서거정, 권남, 한명회 같은 탁월한 제자들을 길렀다. 그의 5언 율시에는 당시 문인들과의 교류, 유배지에서의 아픔, 그 가운데서도 잃지 않았던 ‘한(閒)’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유방선 지음, 김승룡 류재민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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