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추운 겨울 어느 날 새벽, 잠자고 있는 남편 마크와 딸 뤼시, 아들 폴을 남겨 둔 채 말없이 집을 떠난다. 그녀가 떠난 후 남은 가족들은 그녀의 부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가 왜 떠나야만 했는지 질문하며 혼란 속에서 일상을 유지해 나간다. 그리움, 분노, 슬픔, 고통, 애증의 복잡한 심정들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아무도 그녀가 떠난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웃들은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을 퍼뜨린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녀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다. 마지막에 불명의 소문 같은 파편적인 말들을 통해 진실이 밝혀진다.
클로딘 갈레아의 희곡 〈나는 멀리서 돌아온다〉의 첫 버전은 2002년 5월, 프랑스 ‘디종−부르고뉴 프릭시옹 CDN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작되었으며 배우이자 연출가인 세실 베케스에 의해 처음 낭독 공연으로 소개되었다. 2003년 출판사 에스파스34에서 책이 출판된 이후 다시 수정판이 2017년, 2021년에 나왔다. 그리스어, 루마니아어로 번역 출판되었다. 첫 낭독 공연 이후 2004년 3월 12일, ‘코메디 프랑세즈’ 스튜디오에서 에리크 제노베즈 연출로 낭독 공연되었으며 이후에도 여러 극장에서 낭독 공연으로 올라갔다. 2013년 라디오 방송 ‘프랑스 퀼튀르’에서 마그리트 가토 진행의 ‘픽션 아틀리에’ 코너에서 낭독되었다. ‘코메디 프랑세즈’ 2017∼2018년, 2021∼2022년 시즌 낭독 공연 대상작으로 다시 선정되었으며, 2023년 9월 21일부터 10월 23일까지 ‘코메디 프랑세즈’ 스튜디오에서 상드린 니콜라 연출로 공연되었다. 한국에서는 2023년 5월 26일부터 27일까지 ‘여행자 극장’에서 낭독 공연으로 처음 소개되었으며 2024년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5월 10일부터 19일까지 카티 라팽 연출로 초연되었다.
프랑스 감독 마티유 아말리크에 의해 〈Serre-moi fort(세게 안아 줘)〉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2021년에 칸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상영되어 ‘첫 칸 부분’에 선정되었다. 영화는 프랑스에서 2021년 9월 8일 일반에게 공개되어 2022년 세자르 최고 각색상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카미유 역을 맡은 여배우 비키 크리엡스는 최고 여배우연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홀드 미 타이트(Hold Me Tight)〉라는 제목으로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나는 멀리서 돌아온다〉는 연대기적인 시간 흐름을 흩트리면서 다양한 목소리들(독백체, 내적 독백, 방백, 대화체, 노래, 시, 이웃 사람들의 소문들)을 통해 한 어머니의, 한 여성의, 한 인간의 수많은 생각과 방황을 보여 준다. 끊임없이 현실과 상상이 교차된다. 주인공 카미유는 왜 떠났을까? 결국 돌아왔을까? 결국 누가 사라진 것일까? 그녀? 세 사람? 누가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인물들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 걸까? 이런 의혹들이 서스펜스를 만들고, 끝에 가서야 그 이유가 밝혀진다.
200자평
카미유가 가족들을 남겨 둔 채 말없이 집을 떠난 뒤 남은 가족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부재 속에서 일상을 보낸다. 클로딘 갈레아는 연대기적인 시간 흐름을 흩트리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어머니, 여성으로서 카미유의 고민과 남은 가족들의 방황을 보여 준다. 극 내내 긴장을 유지하다 결말에 반전을 제시하는 극적 기법이 독특하다.
지은이
클로딘 갈레아(Claudine Galea, 1960~)
1960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출생한 소설가, 극작가, 청소년 문학 작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연극 배우로 활동하다 글쓰기에 흥미를 느껴 《잡지 위뷔》 편집부에서 활동하다 《라 마르세예즈》 신문 기자가 된다. 시−마르세유 국제센터 CCP 주간 잡지 문학 관련 기사를 쓴다. 몇 년 후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라디오, 연극, 소설, 동화 쓰기에 전념한다. 1993년에 첫 라디오 극 〈말타 섬의 사람들〉이 라디오 방송 ‘프랑스 퀼튀르’에서 방송된다. 이후 라디오 극작가로 작품 의뢰를 받기 시작한다. 1999년에 아메드 에샤드의 오페라 대본을 썼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낭테르 아망디에 극장’(예술 감독 크리스토프 로크) 전속 극작가로 있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에서 펴내는 잡지 《Parages(해역)》 2021년 9월 호는 작가 클로딘 갈레아 특집으로 꾸며졌다. 여러 작품이 프랑스 국내외에서 계속 공연되고 있으며 12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옮긴이
임혜경
숙명여대 명예교수(프랑스언어문화학과)이며, 번역가, 연극평론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극단 프랑코포니’(2009년 창단) 대표로서 거의 매년 한 편씩 공연 제작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번역 신인상(한국 문화 예술 진흥원, 1991), 한국문학 번역상(한국문학번역원, 2003)을 공역자 카티 라팽과 공동 수상한 바 있으며, 서울연극인대상 번역상(서울연극협회, 2014)을 수상했다. 그 외 프랑스정부 교육공로훈장(PA)(2015), 올빛상(학술평론부문, 한국여성연극인협회, 2018)을 받았다.
프랑스어 역서(카티 라팽과 공역)로는 윤흥길의 소설 《에미》와 《장마》, 《김광규 시선집》을 비롯해 최인훈 희곡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윤대성 희곡 《신화 1900》, 이현화 희곡 《불가불가》, 이윤택 희곡 《문제적 인간−연산》과 《이윤택 희곡집》, 《한국 현대 희곡선》, 《한국 연극의 어제와 오늘》, 《이현화 희곡집》 등의 한국 문학과 한국 희곡, 한국 연극 연구서가 프랑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우리말 역서로는 불어권의 동시대 희곡인 미셀 마르크 부샤르의 《고아 뮤즈들》과 《유리알 눈》, 장 뤼크 라가르스의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와 《단지 세상의 끝》, 장 미셸 리브의 《동물 없는 연극》, 조엘 폼므라의 《두 한국의 통일》과 《이 아이》, 레오노르 콩피노의 《벨기에 물고기》, 상드린 로슈의 《아홉 소녀들》, 플로리앙 젤레르의 《아버지》, 마갈리 무젤의 《쉬지 스토르크》, 콤 드 벨시즈의 《너 자신이 되라》 등이 있다. 그 외에 피에르 볼츠의 《희극, 프랑스 희극의 역사》(공역), 장 보델 외 《프랑스 중세 파블리오 선집》(공역), 카티 라팽의 시집 《그건 바람이 아니지》와 《맨살의 시》(공역)가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전주곡
첫 번째 즉흥곡
1악장
첫 번째 즉흥곡
2악장
첫 번째 즉흥곡
3악장
두 번째 즉흥곡
피날레
작가의 글
후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는 멀리서 돌아온다
어디서 오는지 당신은 몰라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내가 당신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나는 멀리서 돌아온다
과거로부터
당신 만나기 전으로부터
그리고 심지어 나 이전으로부터
나는 돌아온다
나는 도망쳤다
나 자신으로부터
당신으로부터 도망쳐
도망치고 떼어져 추방되어
도망치고 또 도망쳤다
121쪽, <카미유의 노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