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희곡은 연극과 뗄 수 없는 문학 장르로 그 텍스트는 무대와 관계된 수많은 이들에 의해 해체되고 절제되고 확장되며 간직됩니다. 원시적 연극은 대사보다 동작, 노래, 하나의 분위기로 이루어져 희곡은 그보다 뒤에 생겨났습니다. 희곡 형식은 과거에 반발하고 관습에 부딪치며 발전했습니다. 전통 양식과 틀을 깨는 연극적 상상력으로 무대와 텍스트 사이를 촘촘히 때로 느슨히 꿰어 갔습니다.
|
완전무결한 연극 미학의 비극성, 《하녀들》
주인 모녀를 살해하고 동성애 관계였던 ‘파팽 자매’ 사건을 모티프로 한 희곡입니다. 충격에 휩싸인 프랑스 지성계가 들썩였고 주네는 특히 사건의 연극성에 주목했습니다. 실제 하녀들이 벌인 역할 바꾸기 놀이 자체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이 은밀한 연극을 통해 하녀들의 노동조합을 만들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극으로 혁명을 이룰 수 없다. 태양은 너무 밝고 우리 눈꺼풀은 너무 얇으니 연극은 태양을 잠시 피하도록 그늘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에겐 어떤 세계도 절대로 선하고 악할 수 없었습니다. 오직 미학적 완결을 추구한 고도의 비극성으로 어떤 호소보다도 강하게 관객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장 주네 지음, 오세곤 옮김
|
독창적 해석의 잔 다르크 일대기, 《성 조앤》
“현존하는 극작가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은 누구인가?” 쇼는 주저 없이 대답합니다. “그야 물론 나지.” 이 작품은 쇼가 노벨상을 수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관념적 상상과 신화적 해석에서 벗어나 다시 쓰인 역사적 인물, 잔 다르크. 그를 소재로 한 문학 가운데 가장 독창적입니다. 엘리엇은 1924년 런던 공연을 보고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그의 조앤 다르크는 그동안 나온 조앤 중 가장 신성 모독적인 여성일 것이다. 조앤을 성녀나 창녀로 제시하는 대신 위대한 중산층 종교개혁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조지 버나드 쇼 지음, 임성균 옮김
|
쉴 틈 없이 주고받는 대화와 침묵, 《아무것도 아닌 일로》
사소한 언쟁에서 시작해 두 남자 내면의 감정이 점점 폭발합니다. 사로트 문학 세계를 가장 잘 반영하는 ‘트로피즘’은 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해 휘거나 굽는 성질을 의미합니다. 작품은 즉각적 반응, 원초적 대꾸, 불완전한 언어 범람을 원동력으로 연극적 다이내믹을 만듭니다. 무의식중 스치는 말도 감각적 드라마로 탄생합니다. 어지러운 말잔치를 구경하며 극을 이끄는 소통 불가능성을 서서히 맞닥뜨립니다. 내재된 침묵과 적히지 않은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나탈리 사로트 지음, 이광호·최성연 옮김
|
거대한 퍼즐 속 혁명의 실체, 《미친 숲》
1989년 루마니아 혁명을 전후한 시대 사회상과 시민의 시선을 독특한 서사극 형식에 담았습니다. 단일한 사건이 아닌 다중 리얼리티로 혁명기 집단적·개인적 트라우마를 묘사합니다. 다층적 사실들 틈새 깊은 곳에 숨겨진 진실을 발견합니다. 혁명 전개 과정을 묘사한 2부는 구술사 형식으로 불연속적입니다. 미미한 개인이 공동체로 녹아들며 활화산 같은 혁명의 에너지를 증언합니다. 정신적 파탄을 야기한 혁명 중 살상의 잔혹함과 비인간성을 절망적으로 토로합니다.
카릴 처칠 지음, 강태경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지식을만드는지식 학이시습 지식공작소 박영률출판사 오디오북스 큰책
02880 서울 성북구 성북로 5-11 대표 전화 02-7474-00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