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브레히트와 작곡가 쿠르트 바일이 공동으로 작업한 오페라이다. 1930년에 초연되었는데, 서사극 기법과 바일의 음악이 결합된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자본주의와 도덕적 타락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삼았다.
이 작품에 대한 계획은 이미 1924년부터 있었지만 구체화된 것은 1927년 쿠르트 바일이 바덴바덴 음악제에 출품할 목적으로 20분짜리 노래극을 쓰자고 제안하면서다. 이 노래극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공연된 직후부터 브레히트는 마하고니 오페라 작업에 착수했는데 공연은 1930년에야 이루어졌다.
배경은 마하고니라는 가상의 도시, 돈에 대한 욕망이 들끓는 곳이다. 여기선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도시가 번창할수록 욕망은 더 노골화되고, 주민들의 탐욕도 더 커진다. 알래스카에서 온 벌목꾼 파울이 마하고니에 정착해 끝없이 쾌락을 추구하다 점차 파멸한다. 마하고니는 경제 위기에 봉착하고 법과 질서가 무너진다. 술집에 밀린 외상값을 갚지 못한 파울이 기소되어 사형 선고를 받는다.
여러 면에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연상시키는 도시 마하고니는 자본주의 사회의 탐욕과 도덕적 부패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이곳에서 인간적 가치와 도덕은 처참히 짓밟힌다. 도시의 번영은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져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브레히트는 정의를 실현할 법과 질서 대신 무자비한 경제 논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쿠르트 바일의 음악, 브레히트의 서사극 기법으로 작성된 텍스트가 어우러진 오페라 <파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은 초연 당시 나치의 난동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도전적이며 새로운 오페라라는 점에서 환영받았다. 브레히트의 텍스트가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으로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물론이다. 바일은 서사적 오페라, 브레히트는 서사극 장르를 개척하면서 전통적 오페라의 미식가적 도취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고 음악과 연극 혁신을 시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브레히트는 이 작품에 붙이 주석에서 최초로 서사극 이론을 전개했다.
200자평
브레히트가 오페라로 기획해 1930년에 최종 탈고했다. 마하고니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자본과 이를 둘러싼 인간 군상의 욕망이 결합해 벌어지는 비극을 21개 장면에 담았다. 살인을 저지른 자본가에게는 무죄가 선고되고 외상 술값으로 기소된 주인공에겐 사형이 선고되는 마지막 장면은 자본에 잡아먹힌 인간성의 극단을 보여 주며 주제를 강화한다.
지은이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거쳐 1908년 아우크스부르크 김나지움에 입학한 그는 이미 15세 때부터 시 작업을 시작해 학생 잡지 ≪추수≫를 발행하는 등 친구들과 문학 동아리를 만들었고 이 활동을 통해 그의 문체는 도발적이 된다. 이때 같이 활동하던 판첼트, 카스파르 네어, 뮌스테러 등과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했다. 특히 카스파르 네어는 망명에서 귀국한 브레히트의 무대를 만들었다. 1928년에는 <서푼짜리 오페라>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나치 집권기인 1933년 2월 28일 망명길에 오른 뒤,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그리고 미국을 전전하면서 15년간 독일 외부에서 활동했다. 1948년 동베를린으로 귀환한 뒤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1949)을 공연하여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부인 헬레네 바이겔과 함께 베를린 앙상블을 창단하여 연극 작업에 몰두하다가 1956년 8월 14일 베를린에서 사망했다.
옮긴이
김기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 대학교 철학부 독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독일 튀빙겐 대학교 한국학과 전임 강사, 성신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를 지냈고, 현재 동 대학교 명예 교수다. 번역한 책으로 《서사극 이론》, 《메피스토》,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 《아르투로 우이의 집권》, 《사춘기》, 《속바지》, 《스놉》, 《깨어진 항아리》, 《탈리스만》 《카이트 백작》, 《윤무》, 《민나 폰 바른헬름》, 《세계 제2차 대전 중의 슈베이크》, 《거짓말하는 자 벌받을지어다》, 《아름다운 낯선 여인》 등이 있다. 《20세기 초 독일 연극과 동양》(독), 《한국의 독일 문학 수용 100년》 중 희곡 수용에 관한 글들, 독일 연극의 동양 수용, 한국의 독일 문학 수용, 독일 드라마, 독일 희곡 작품 해석, 독일 여성 문학, 독일 신화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옮긴이의 말
나오는 사람들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
부록 1. 오페라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에 대한 브레히트와 주어캄프의 주석
부록 2.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의 (1930년 판에서 삭제된) 텍스트
해설
지은이에 대해
브레히트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파울 :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돈을 취하라.
돈 있는 자 지나가면
머리통을 내리치고 그자의 돈을 취하라.
그래도 좋으니라.
집 안에서 살고 싶으면
아무 집이나 들어가
침대에 누워라.
그 집 마누라가 들어오면 같이 자라.
그러나 지붕이 내려앉으면 달아나라.
그래도 좋으니라.
네가 모르는
생각이 있으면
그것을 사고(思考)하라.
돈이 들고 집이 날아가도
사고하라, 사고하라.
그래도 좋으니라.
질서를 위해,
국가의 안녕을 위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너 자신의 안녕을 위해,
그래도 좋으니라.
51-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