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얽히고설키다’, 이 인티를 쓰고 있는 편집자가 요즈음 꽂힌 단어입니다. 특이한 어감이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컴북스이론총서를 편집하며 만난 사상들을 압축해 보여 주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기존의 경계와 구획은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나’와 ‘너’, ‘인간’과 ‘비인간’의 뒤얽힘에 주목하는 사유가 힘을 얻고 있는 이유입니다. 경직된 이분법을 깨뜨리며 얽히고설킨 세계를 풍성하게 설명한 철학자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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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들과 함께 살아가기 《브뤼노 라투르》
인류세에 이르러 기후는 더 이상 우리 ‘외부’에 있지 않습니다. 인간 활동이 기후를 변화시키고, 그에 대한 지구의 폭력적 반작용이 삶의 모든 영역에 침투합니다. 브뤼노 라투르는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인간과 비인간의 뒤얽힘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류학적 방법론으로 과학기술을 연구해 세계가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수많은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행위자-네트워크 이론’을 정초하고, 이 통찰을 사회학에 적용해 근대의 다양한 ‘존재양식’을 탐구합니다. 근대의 수많은 이분법들을 넘어 ‘생태적 문명’으로 나아갈 길을 밝게 비춥니다.
김환석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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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생태계 탐험하기 《육후이》
기술은 오늘날 철학의 첨예한 화두입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일상 곳곳에 침투해 ‘세계’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세계 그 자체를 생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육후이는 기술을 부차적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과 기술의 뒤얽힘, 그로부터 창발하는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 ‘코스모테크닉스’를 제시합니다. 코스모테크닉스는 디지털 객체의 특성인 ‘간객체성’, 오늘날 기술의 핵심 특성인 ‘재귀성’과 ‘우발성’, 동양 기술 사상의 토대인 ‘도(道)’와 ‘기(器)’ 개념 등을 아우르며 전 세계 기술철학을 선도합니다. 장밋빛 기술 낙관론, 인공지능 디스토피아론을 모두 넘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기술 생태계의 실재를 생생하게 통찰할 수 있습니다.
박준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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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을 통해 진화한 지구 《린 마굴리스》
지구상에서 새로운 생물종은 어떻게 출현해 왔을까요? 신다윈주의자들은 주로 생물종이 ‘세포 내 유전자 변이’를 통해 분화해 왔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린 마굴리스에 따르면 새로운 생물종은 ‘종 간 세포 융합’을 통해, 즉 서로 다른 생물종이 공생 협업하는 과정에서 출현하기도 합니다. 생물종의 역사를 종 간 약육강식이 아니라 종 간 공생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굴리스의 공생진화론은 연결, 조절, 되먹임 등을 행성 규모에서 설명하는 가이아 이론과 만나 더욱 풍성해졌고, 오늘날의 정치생태학에 깊은 족적을 남겼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공생 진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가장 앞선 시도를 살펴봅시다.
손향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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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시대의 정치철학 《세일라 벤하비브》
다문화 시대, 정체성 정치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다양성과 이질성이 환영받는 경우는 드물고 문화 간, 정체성 간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와 ‘그들’은 어떻게 한 사회 속 구성원으로서 공존할 수 있을까요? 세일라 벤하비브는 외국인, 이주민, 난민, 망명자 등 이른바 ‘이방인’ 문제에서 비롯하는 정치적·법적 쟁점에 천착해 온 정치철학자입니다. 한 사회의 문화가 고정불변하지 않고 ‘우리’인 주류·선주 집단과 ‘그들’인 비주류·이주 집단의 경계가 형성·재구성·재협상되는 과정에서 계속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문화적 다양성과 보편적 인권, 상대주의와 보편주의 간 양립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정채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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