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러티브 탐구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저자 진 클랜디닌은 내러티브 탐구(narrative inquir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으며 내러티브 탐구 방법론을 발전시키고 연구해 왔다. 그는 내러티브 탐구 수행 기법, 내러티브 탐구로 논문을 쓰는 절차 등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을 우려하며, 점점 더 많은 연구자가 연구 방법과 현상의 철학적 뿌리를 외면하는 것에 대응하고자 했다. 동시에 ‘이론화가 부족하다’는 비판에 맞서고자 했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는 단일한 근원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이 책이 말하는 뿌리는 끊임없는 재형성 속에서 연결되고 생성되는 것들이다. 내러티브적으로 사고하고, 연구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 아이디어와 그 근거를 찾되 다시 경험과 삶으로 돌아가 그것을 변주하고 확장하는 저자들의 여정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내러티브 탐구에 대한 내러티브, 경험에 대한 연구를 경험하기
각 장에서는 내러티브 탐구의 핵심 아이디어를 깊이 있게 다룬다. 주목할 것은 이를 ‘어떻게’ 다루는가다. 클랜디닌과 제자들은 자기 경험을 앎과 연결해 설명하고 이론을 끌어오는 저술 방식과 구성을 택한다. 실용주의, 페미니즘 철학자는 물론 원주민 원로, 소설가, 시인의 이름과 그 저작이 등장하며 저자들은 그와 대화하는 듯 보인다. 이는 책에 담긴 아이디어가 그들의 삶, 역사, 장소, 사회적 관계 등에서 나온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아이디어를 해부해 경험과 유리된 용어로 설명하기보다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아이디어와 함께 유희하는 모습 자체를 드러낸다. 각 아이디어와 관계된 저자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이유, 그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의미 등을 곱씹다 보면 내러티브 탐구가 무엇이며, 내러티브 탐구로 연구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 책은 내러티브 탐구에 대한 일종의 내러티브이며, 경험에 대한 연구를 경험하게 해 주는 셈이다.
내러티브 탐구자를 위한 방법론 노트
그러나 이 책의 독자는 내러티브 탐구를 하려는 사람일 것이다. 기법과 절차, 연구 결과물에 대한 관심을 떼어 놓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저자들은 각 부의 끝에 ‘방법론 노트’라는 이름으로 경험, 지식, 체현, 기억, 장소, 공동체, 상상력, 놀이성 등 이 책에서 다루는 아이디어들이 실제 연구 과정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인다. 시리아에서 캐나다로 간 난민 가족과의 연구 과정을 드러내고 이를 어떻게 내러티브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각각의 장은 서로 다른 아이디어를 독립적으로 다루지만, 방법론 노트를 통해 다시 하나로 엮이고 드러난다.
200자평
관계적 존재론에 토대를 둔 연구방법 ‘내러티브 탐구’의 철학적 뿌리를 드러낸다. 이때 뿌리는 불변의 단일한 근원이 아니다. 끊임없는 재형성 속에서 연결되고 생성되는 ‘뿌리들’과 그에 얽힌 삶, 역사, 장소, 사회적 관계를 함께 들여다보고 경험해 보자. 내러티브 탐구가 무엇이며, 내러티브 탐구로 연구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비라 케인(Vera Caine)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다.
진 클랜디닌(D. Jean Clandinin)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교사교육개발연구센터 초대 디렉터다.
숀 레서드(Sean Lessard)
캐나다 앨버타대학교 사범대학 중등교육 전공 부교수다.
옮긴이
염지숙
건국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다.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에서 유아교육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교사교육개발연구센터에서 박사후 과정을 마쳤다. 연구 방법론으서 내러티브 탐구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고, 내러티브 탐구 관련 역서와 논문을 다수 출판했다. 대표 저역서로 『질적연구: 전통별 접근』(공저, 2022), 『이야기의 사회과학: 생애사와 내러티브 연구』(공저, 2023), 『내러티브 탐구의 이해와 실천』(공역, 2015), 『내러티브 탐구를 위한 연구 방법론』(공역, 2011)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내러티브 탐구: 그 철학적 뿌리> 번역 경험으로부터 배우기”(공저, 2024), “극소규모 학교에서 삶으로서의 교육과정 만들어가기”(2022), “내러티브 탐구 연구방법론에서 관계적 윤리의 실천에 대한 소고”(2020) 등이 있다.
김아람
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 “<내러티브 탐구: 그 철학적 뿌리> 번역 경험으로부터 배우기”(공저, 2024), “관계적 내러티브 탐구자ᐨ되기: 내러티브 탐구 과정에서의 긴장과 협상을 중심으로”(2021), “삶으로서의 교육과정ᐨ되기: 세 청년의 대학경험에 대한 내러티브 탐구”(2021) 등이 있다.
차례
역자 서문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감사의 글
도입
1부 경험에 대한 특정 관점으로 시작하기
1장 경험
2장 지식
3장 체현
방법론 노트
2부 시간성
4장 한가운데서
5장 기억
6장 세대 간 연결성
방법론 노트
3부 전경 안팎에서 살아가기
7장 장소
8장 공동체
방법론 노트
4부 상상력, 탐구, 경이로움과 놀이성: 리미널리티와 불확실성으로 들어가기
9장 상상력
10장 탐구와 경이로움
11장 불확실성과 리미널리티
12장 놀이성
방법론 노트
5부 관계성
13장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전경
14장 헌신, 책임, 의무
방법론 노트
에필로그
참고문헌
역자 참고 문헌
찾아보기
책속으로
지식은 “한 사람의 존재를 구성하는 모든 경험에 스며들어 있다. 그 의미는 개인의 경험적 역사에서 파생되며, 그러한 경험의 관점에서 이해된다” … 우리는 내러티브의 체현(embodiment)에 주목한다. 이 체현은 우리 삶의 생생한 모습과 침묵 속에서 모두에서 볼 수 있다.
– 23~24쪽
경험에 대한 이러한 관점에는 삶이 항상 한가운데 있고, 경험은 항상 진화하며, 경험은 경험 위에 쌓인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경험은 항상 만들어지고 있는 무엇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면서 형성되고 재형성되는 것이다. 경험은 고정된 것도 아니고 확실한 것도 아니다.
– 26쪽
학교 교육이라는 제도적 내러티브 안에서 학교 상담교사로 일하던 진의 삶은, 동료 교사들의 삶과는 다른 제도적 시간성에 의해 형성되었다. 교사들의 경험은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의 시간 주기와 연간 학년별 시간 주기에 따른 샌드라의 진전을 평가하고 성적표를 작성할 필요성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 단축된 삶의 한가운데 있는 샌드라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니다.
– 128쪽
‘사이’ 공간은 … 사랑의 인식(loving perception)의 장소이며(Lugones, 1987), 우리는 “우리 관계에 생명을 불어넣어 우리가 바람을 느끼고, 그 위에서 서로의 세계를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여행하며, 믿고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인식이 아닐까”(Caine & Steeves, 2009:8) 생각한다. 이러한 사이 공간은 관계를, 관계에 대해 말하지만 동시에 우리 삶을 형성한 더 큰 공동체 안에 우리가 어떻게 포함되어 있는지를, 그리고 “사물을 다른 것이 될 수 있는 것처럼”(Greene, 1994:495) 바라볼 가능성을 가시화해 준다.
– 270쪽
듀이가 주장했듯 배움은 확실성이 끝날 때 시작된다. 배움은 “의심, 망설임, 당혹감, 사고의 기원이 되는 정신적 어려움의 상태를 포함하며, 의심을 해결하고 당혹감을 해소하고 처리할 자료를 찾기 위해 탐색(searching), 물색(hunting), 탐구(inquiring)하는 행위를 포함한다”(Dewey, 1933:12).
– 311~312쪽
침묵은 항상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만 존재한다. 그것은 말과 말 사이의 공백이므로 말한 것의 의미뿐 아니라 말할 수 있는 것의 의미를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되며, 말하지 않은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모두의 피난처가 된다.
– 387쪽
기억의 기능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경험되지만, 놀랍게도 정치적이다.
– 4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