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과 법, 정의의 다툼
권오창이 옮긴 켄들 코피(Kendall Coffey)의 <<여론과 법, 정의의 다툼(Spinning the Law: Trying Cases in the Court of Public Opinion)>>
법은 정말 순결할까?
법이란 그것이 무엇이든 단호하게 주장하고 그럴듯하게 우기는 것이라고 미국 부통령을 지낸 법조인은 말한다. 한때 법의 순결성은 돈에 팔렸지만 지금 그 자리의 주인은 여론이다. 운명의 저울은 법과 여론 사이에서 흔들린다.
여론과 법률은 정의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여론의 법정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진다. 현대 미디어 사회에서는 정의에 대한 판단을 두고 여론과 법률의 법정이 전례 없이 강하게 대립한다. 어떤 사건을 살필 때, 법률 법정과 여론 법정을 동시에 주목하는 것은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여론의 법정은 어디 있는 무엇인가?
가정이나 직장에서 나누는 대화, 토론, 인터넷에서의 의사 교환과 같이 일반 시민들이 자유롭게 특정 사건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여론을 형성하면서 도덕·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 즉 여론을 형성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법이 있는데 여론이 정의를 심판하는 것은 데마고그 아닌가?
여론 법정이 법률 법정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두 법정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의를 실현해 가는 과정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의 관심을 끄는 세기의 사건에서는 여론의 법정에서 내린 판결이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세기의 사건’이란 어떤 수준의 다툼인가?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리스 시대 소크라테스의 재판이나 중세 시대 잔다르크 재판, 린드버그 자녀 납치, 오스카 와일드 재판을 들 수 있다. 최근에는 결과를 뒤집을 수도 있는 선거 부정이나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다가 무죄로 풀려난 심슨 사건이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형사사건,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판결, 대통령 탄핵사건을 세기의 사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변호사가 과거 변호사와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여론 법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것을 고려하면서 변론해야 한다. 사회 주목을 끄는 사건에 한정되지 않는다. 도가니 사건 이후 성폭력 사건의 형량이 살인죄의 형량을 넘어서는 예가 자주 발생한다. 이것은 분명 여론의 법정에서 형성된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
앨 고어 케이스를 미국의 정의 판단 수준으로 봐도 되는가?
애론 버는 “법이란 무엇이든 단호하게 주장하고 그럴듯하게 우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 공화당은 이 전략으로 승리했다. 상황에 따라 정의에 대한 관점이 달라진다.
심슨은 어떻게 무죄가 되었나?
나도 오랫동안 궁금했다. 이 책 3장에 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다. 배심원들을 상대로 한 여론 재판에서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미국의 배심원 재판과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은 같은 것인가?
한국의 국민참여재판은 도입 단계다. 최종 형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여전히 논의 중이다. 참여 배심원 숫자도 다르고, 배심원의 평결에 기속력이 부여되지 않는다. 피고인이 신청한 경우에만 배심재판이 열리고 피고인이 배심재판을 신청할 때는 판사가 배심재판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볼 때 민사재판과 비교해 형사재판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형사재판은 국가기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검사가 한쪽 당사자다. 무죄추정 원칙이 지배하는 재판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변론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하기 힘들다. 현실에서 형사사건의 변호사는 거의 승소하기가 어렵다. 실제 법정에서는 무죄추정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유명인들은 재판에서 특별대우를 받는가?
과거에 그러한 시각이 있었다. 최근에는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재벌에 대해 엄벌이 내려지는 관행을 그러한 시각에서 보는 분석도 있다.
미디어 주도 시대에 눈에 띄는 소송 관계자의 언론 전략 변화는 어떤 것인가?
사회가 주목하는 사건은 언론 전략과 변론 전략을 동시에 수립해서 진행해야 한다. 전투에서 이기고도 전쟁에서 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 여론 관리 전략은 어떤 것인가?
적절한 대응과 신속한 대응으로 나눠 실행한다. 면밀한 모니터링과 신속한 분석,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 책 내용 가운데 우리 법감정과 다른 점도 많지 않은가?
최근 법률적으로 실시되는 재판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강력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동향을 고려한다면 미국 사례와 한국 사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최근 한국 대법원이 재판을 생중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론의 법정이 갖는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재판 절차의 투명화는 재판의 신뢰 제고에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너무 흥미진진하고 결말이 궁금해서 다른 일을 미루면서까지 하루 12시간 이상씩 번역에 매달렸던 기억이 난다.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희구하는 정의 실현이 실제 재판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켄들 코피는 어떤 사람인가?
미국의 연방검사를 지냈다. 지금은 유명 변호사다. 2000년 고어와 부시의 플로리다 재검표 소송 등 유명한 사건을 많이 담당했다. 미국 주요 방송에 자주 출연해 유명 재판을 해설한다.
정말 그렇게 재미있는 책인가?
번역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도전이었다. 주제가 참신하고 내용도 너무 재미있다. 나에게는 미국사법제도와 언론의 학습 과정이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 등 언론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여론과 법이라는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당신은 누구인가?
권오창이다. 12년 판사 생활을 마치고 지금은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