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제국의 시대, 서구는 역사의 다양한 경로를 지우고 오직 그들이 거쳐 온 길만 남겼습니다. 그 흔적은 정치와 경제뿐 아니라 일상과 문화 구석구석에 깊게 새겨졌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봅니다. ‘탈식민주의’를 이야기하는 사상가들은 이러한 시선의 사각지대를 탐구합니다. 당연시됐던 것에 의문을 던지고, 새로운 주체에 목소리를 부여합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을 넓혀 줄 네 명의 사상가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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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심주의를 뒤집는 역사유물론 ≪사미르 아민≫
자본주의는 오랫동안 유럽의 창조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마르크스 역사유물론을 비롯한 서구 사상 체계는 주변부가 유럽의 길을 따르기만 하면 자연히 빈곤과 저발전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정치경제학자 사미르 아민은 이 가설을 단호히 거부합니다. 갈수록 심화하는 중심부와 주변부의 양극화가 현실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며, 그 배후에서 작동하는 유럽중심주의를 날카롭게 폭로합니다. 자본주의 그리고 세상을 더욱 폭넓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조망해 볼 수 있습니다.
최일성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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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발턴’의 눈으로 본 역사 ≪라나지트 구하≫
근대 식민주의는 비유럽 지역으로 하여금 유럽의 가치와 문화를 내면화하게 했습니다. 탈식민주의는 이러한 문화적·정신적 지배에 대항해 역사를 새롭게 사유하고 재배치하는 일련의 실천입니다. 라나지트 구하의 서발턴 연구는 탈식민주의의 정수를 보여 줍니다. 민족주의 역사학과 식민주의 역사학 그리고 전통적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이 유럽의 역사적 경험을 보편화하는 역사주의적 사고를 공유한다는 점을 드러내고, 기존 역사학이 외면한 역사 주체인 ‘서발턴 민중’의 고유한 의식과 행위를 탐구합니다. 국가와 민족, 계급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역사와 조우할 수 있습니다.
김택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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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에서 발견한 제국주의 ≪메리 루이스 프랫, 제국의 시선≫
메리 루이스 프랫은 주저 ≪제국의 시선≫에서 18∼19세기 유럽인들이 남긴 여행기를 비판적으로 탐독합니다. 제국주의적 시선으로 쓰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여행기를 비롯해 여성 사회탐험가, 크리올 엘리트 등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이들의 글쓰기를 아우릅니다. 프랫은 이를 통해 당대의 담론적 질서와 권력 배치를 배경으로 식민자와 피식민자의 접촉을 살핍니다. 아울러 이때 문화가 어떻게 횡단되고 변형되는지 분석합니다. 이 책은 ≪제국의 시선≫을 더욱 흥미롭고 수월하게 독해하는 데 필요한 예비지식, 전문가들의 해석과 평가를 정리합니다. 문화와 텍스트를 색다른 시선으로 읽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김남혁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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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맞서 진실을 말하다 ≪에드워드 사이드≫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편견을 함축하는 개념입니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이 개념을 제시하며 서구 사상과 예술 대부분이 그러한 편견을 지닌다고 폭로했습니다. 사이드의 사유는 식민지 해방 이후 서양 문화를 재조명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권력이 지식 안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냈습니다. 사이드는 단순 학문을 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실천적 태도를 강조합니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말할 방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박홍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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