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홍만종은 당쟁에 휩싸여 관직을 잃고 남은 세월을 저작으로 보냈습니다. 그때 그가 발견한 것이 ‘웃음’입니다. 세상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웃음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그는 우리나라의 우스운 이야기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들을 모은 《고금소총》에 이어 속편 《속고금소총》을 편찬했습니다. 여기에는 자신이 직접 수집한 이야기를 엮은 《명엽지해》라는 부록을 첨부했습니다. 도덕과 예교를 중시하던 전통 문학 풍토에서 웃음을 옹호하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갔던 홍만종의 소화집(笑話集)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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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의 웃음다발, ≪고금소총(古今笑叢)≫ 2024년 10월 신간
《촌담해이》, 《어면순》, 《속어면순》에서 선집한 소화집입니다. ‘해이(解頤)’는 우스워서 턱이 풀어진다는 뜻이고, ‘어면순(禦眠楯)’은 졸음을 쫓는 방패라는 뜻입니다. 홍만종은 이들 저서에서 가장 우스운 것들을 골라 《고금소총》을 묶었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남녀 간의 성(性)을 다루며 웃음을 자아내는 음담패설입니다. 고문(古文)에만 길든 이들은 왜 외설적이고 비리해야 하는지 느낄 수 없습니다.
홍만종 엮음, 정용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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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인 사회의 웃음, ≪속고금소총(續古今笑叢)≫ 2024년 10월 신간
속편은 실존 인물을 많이 다룹니다. 특히 17세기 관료 문인들과 그들의 일상생활에 담겨 있는 웃음에 주목했습니다. 《속고금소총》의 성취는 경직된 예법이 풍미한 관인 사회에 필요한 것이 ‘웃음’이라는 것을 보여 준 것입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용납지 않는 대감들이 자신이 놓인 상황에 입을 가리고[掩口], 배를 잡고[捧腹], 손뼉을 치며[拍掌] 크게 웃습니다.
홍만종 엮음, 정용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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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뒷면에 기록한 우스갯소리, ≪명엽지해(蓂葉志諧)≫ 2024년 10월 신간
병으로 누워 두문불출하고 있을 때, 홍만종은 문안 온 노인들에게 우스갯소리를 청하곤 했습니다. 그중 가장 우스운 것들은 달력을 접어 뒷면에 적어 두었으니, 이를 모은 것이 바로 《명엽지해》입니다. 다른 두 책이 남의 작품을 선집한 것인데 반해, 《명엽지해》는 홍만종이 직접 수집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습니다.
홍만종 엮음, 정용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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