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라스카
안보옥이 옮긴 안 에베르의 <<카무라스카(Kamouraska)>>
허공에 던져진 느낌
안 에베르의 이 소설은 연애 소설이고 사회 소설이며 심리 소설이고 역사 소설이다. 주제는 사회와 개인이고 소재는 일상과 사랑이다. 그녀는 말년에 왜 쓰느냐는 질문을 받고 답한다. “이 나이에도 작가의 번뇌는 그대로 있다.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과 똑같다”
불모의 들판, 돌 아래에서, 아주 오래전 원시시대의 검은 여인이 산 채로 발견되었다. 이상한 일이지만, 보존된 상태로. 사람들은 그녀를 작은 도시에서 놓아주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집에서 두문불출했다. 사람들이 이 여인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은 그만큼 크고 깊은 것이다. 각자 속으로 말한다, 아주 오래전에 생매장된 이 여인의 삶에 대한 허기는 수 세기 전부터 땅 속에 축적되었으니 몹시 맹렬하고 전적일 거라고! 사람들은 분명히 그와 흡사한 경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달려가며 애원하는 여인이 도시에 나타날 때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보이는 것은 오로지 닫힌 문, 그리고 길들이 닦여 있는 개간된 땅의 황량함뿐이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아마도 허기와 고독으로 죽을 일밖에 없을 것이다.
≪카무라스카≫, 안 에베르 지음, 안보옥 옮김, 372~373쪽
이 뜻밖의 이야기가 실제 사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말이 사실인가?
1839년 1월 캐나다 소렐과 카무라스카 지역에서 당시 카무라스카의 영주였던 타시 아르쉴이 그의 부인의 연인이었던 의사 홈즈에 의해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안 에베르는 이 사건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구성했다.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일찍 과부가 된 어머니는 사생아로 태어난 엘리자베스 돌니에르를 데리고 독신으로 사는 세 언니의 집으로 간다. 집은 소렐에 있다. 사생아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이모들에게 정숙한 여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애들과 놀기를 좋아하며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서도 많은 호기심을 보인다. 자유분방한 삶을 꿈꾼다. 사냥터에서 카무라스카의 영주인 앙투안 타시를 알게 되고 결혼해 대저택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그녀는 앙투안 타시의 난폭하고 방탕한 생활과 정신착란 증세를 어떻게 감당하나?
엘리자베스는 견디지 못하고 소렐의 집, 어머니와 세 이모가 함께 사는 집으로 피신한다. 그곳에서 남편의 중학교 시절 친구이며 미국 독립 후 캐나다로 이주한 의사 조르주 넬슨을 만난다. 둘은 열렬한 사랑의 모험을 이어간다. 아이를 갖게 되지만 소렐의 사교계의 눈총과 결혼한 여인의 체면, 그리고 가문의 명성 때문에 남편과 거짓으로 화해한다. 임신한 아이는 타시의 셋째 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랑이 끝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넬슨과 사랑의 정념을 더욱 뜨겁게 불태운다.
사랑의 정념은 어떤 불꽃으로 연인을 불태우는가?
엘리자베스가 하녀 오렐리를 시켜 독약으로 앙투안을 살해하려 하지만 실패로 끝난다. 넬슨이 직접 타시를 제거하려고 소렐에서 카무라스카까지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 속의 여정을 시작한다. 1839년 1월, 마침내 연적을 살해한다. 그러나 넬슨이 얻은 것이라곤 엘리자베스와 짧은 이별의 시간뿐이었다.
살해 이후 둘의 운명은 어떻게 굴러가는가?
넬슨은 국경을 넘어 도주한다. 엘리자베스는 홀로 남아 공범으로 의심받으며 수감되어 법정에 선다. 가문의 후광과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 유예되고 석방된다. 연인의 도주와 부재로 불안을 느끼던 그녀는 결국 소렐의 공증인 제롬 롤랑과 결혼한다. 체면과 가문의 명성을 구한 것이다.
작품 초반에 살인 사건이 직접 묘사되지 않고 암시로 희미하게 제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살인 사건은 엘리자베스로서는 더 이상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의 행적이다. 그녀로서는 최대한 이 이야기를 피하고 싶은 심정인 것이다. 독자는 텍스트 후반에 가서야 이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다.
화자는 엘리자베스인가?
주로 그렇다. 독자는 엘리자베스의 관점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거나 정당화하는 그녀의 주관적 시선이 개입된 이야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어떤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가?
아마도 작가를 대신하는 어떤 목소리가 엘리자베스에게 또는 제롬 롤랑이나 조르주 넬슨에게 질문이나 조언한다. 각 인물의 내면 상태를 알려 주는 것이다.
서술 기법이 독특하다. 주요 특성은 무엇인가?
엘리자베스의 회상, 악몽, 환상 등이 혼합되며 여주인공의 분열된 자아의 목소리가 중요한 소설이다. 글쓰기의 모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성격 갈등인가, 사회 갈등인가?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주해 온 조르주 넬슨은 일찍부터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새로운 언어, 새로운 종교를 배워야 했다. 자유분방한 기질의 엘리자베스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정숙한 여인으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이중적인 모습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제롬 롤랑을 간호하면서 한편으로는 정숙한 부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열망하는 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기존 사회 규칙과 질서에 편입해 안정된 삶을 보존하려는 욕망과 내면에서 끝없이 솟구치는 자유를 향한 열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엘리자베스의 이중성은 소설의 시공에서 어떻게 암시되나?
큰 단위로 구분할 때 시간적으로는 현재와 과거, 낮과 밤, 공간적으로는 대략 소렐과 카무라스카의 이중적 구조를 볼 수 있다. 소설의 주제 차원에서도 삶과 죽음, 자유와 규제, 개인과 사회, 사회 속의 중심 집단과 소수자 집단,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 등의 테마를 중심으로 소설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퀘벡 소설이다. 퀘벡이라는 특수성은 이 작품에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가?
퀘벡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전쟁과 갈등의 역사를 지녔다. 작가는 변화와 현대화의 과정 속에서 제기되는 정체성의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 차원에서 제기하며 성찰을 요구한다.
클로드 쥐트라 감독의 1973년 영화는 성공했는가?
영화는 원작과 비교되며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영화의 파급력 덕분에 ≪카무라스카≫가 대중에게 더욱 친숙하고 영향력 있는 작품으로 거듭났다.
안 에베르는 누구인가?
캐나다 퀘벡 출신의 소설가이자 시인, 극작가다. 퀘벡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여성 작가다. 혼돈된 사회 속에서 자아의 정체성 문제, 자아의 해방, 여성의 지위와 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그녀에게 글쓰기는 무엇인가?
말년에 어느 인터뷰에서 “이 나이에도 작가의 번뇌는 그대로 있다. 허공으로 몸을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은 처음과 똑같다”고 말할 정도로 생을 마감하는 시기까지 치열한 글쓰기를 지속했다.
수많은 상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의미 있는 수상은 어떤 것인가?
세 번째 소설 ≪안식일의 아이들≫로 1975년에 총독 상, 1976년에 프랑스 학술원 상을 수상했다. 또한 1982년에 그녀의 다섯 번째 소설 ≪가마우지≫로 프랑스에서 중요한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큰 영광을 누린다. 1984년에 프랑스 캐나다 학술원은 그녀의 작품 전체를 위해 그녀에게 메달을 수여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안보옥이다. 가톨릭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