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 연극사에서 입센은 근대극의 아버지로 불리며 여전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사회의 기둥〉은 사회적 위선을 드러내고 진실을 추구하는 인간의 도덕적 투쟁을 묘사한 작품이다. 당시 사회의 윤리적 가치와 인간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특히 인간의 내면 갈등과 사회적 압력 사이의 상호작용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독자, 관객은 사회의 부패와 개인적 책임의 문제를 재고하게 된다.
스토리는 한 지역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과 비밀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베르니크는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사업가이자 정치적 인물이다. 그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를 숨기고 있다. 베르니크의 오랜 친구 요한이 해외 생활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면서 갈등이 시작된다.
요한은 과거 베르니크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쫓겨나다시피 마을을 떠났다. 이제 그 비밀을 드러내려 한다. 요한의 귀환은 베르니크의 사업과 명성을 위협한다. 베르니크는 그를 막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한다. 그 과정에서 베르니크는 자신의 도덕적 타락과 비겁함을 깨닫는다.
사회 부조리와 위선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도덕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 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품의 주제와 캐릭터들이 보여 주는 심리적 깊이, 복잡성은 독자, 관객들로 하여금 인간성과 사회 구조에 대해 고심하도록 이끈다. 이 때문에 〈사회의 기둥〉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관객,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하며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작품의 인기를 반영하듯 새로운 해석과 스타일을 시도한 무대화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특히 오덴세 극장, 입센 스테이지 컴퍼니, 데이티 극장 공연이 주목할 만하다.
200자평
〈사회의 기둥〉은 지역에서 존경받는 사업가 베르니크가 명성을 지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사회적 위선을 드러낸다. 양심에 따라 주민들 앞에서 진실을 고백하기로 결심하는 베르니크를 통해 사회 부패와 개인 책임이라는 주제를 던진다. 근대극의 아버지 입센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지은이
헨리크 입센(Henrik J. Ibsen, 1828∼1906)
1828년 3월 20일 노르웨이의 수도 크리스티아니아(지금의 오슬로)에서 남서쪽으로 100마일 떨어진 작은 항구도시 시엔에서 태어났다. 여덟 살 때 집이 파산해 열다섯 살까지 약방에서 도제로 일했다. 독학으로 대학 진학을 위한 수험 준비를 하는 한편, 신문에 만화와 시를 기고했다. 희곡 <카틸리나>(1848)를 출판했으나 주목받지 못하고 그 후 <전사의 무덤>(1850) 상연을 계기로 대학 진학을 단념하고 작가로 나설 것을 결심했다. 1851년 국민극장 상임작가 겸 무대감독으로 초청되었는데, 이때 무대 기교를 연구한 것이 훗날 극작가로 대성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1857년에 노르웨이 극장으로 적을 옮긴 뒤 최초의 현대극 <사랑의 희극>(1866)과 <왕위를 노리는 자>를 발표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이탈리아에서 목사 브란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브랑>(1866)을 발표하여 명성을 쌓았다. 이후 <페르 귄트>(1867), <황제와 갈릴리 사람>(1873) 등에서 사상적 입장을 확고하게 굳혔다. 이어 사회극 <사회의 기둥>(1877), <인형의 집>(1879) 등을 발표했다. 특히 <인형의 집>은 여주인공 노라가 남성에 종속된 여성으로서의 삶을 거부하고, 한 인간으로서 독립하려는 과정을 묘사해 여성 해방 운동에 큰 영향을 주었다. 1900년 뇌출혈로 첫 발작을 일으킨 이후 병세가 악화되어 1906년 78세로 사망했다.
옮긴이
조태준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同) 대학원을 졸업하고 앙토냉 아르토의 연극 이론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객원교수를 거쳐 배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2년 미국 루이지애나 대학교(ULL) 커뮤니케이션학과 방문교수를 지냈다. 연극 이론 및 극작술, 공연 미학에 관련한 논문과 칼럼을 여러 편 썼으며, 고등학교 인정 교과서 ≪연극≫(천재교과서, 2018)을 공동 집필했고, <골고다의 딸들>(한웅출판, 1992>, <바람의 전쟁>(열린세상, 1996> 등의 번역 소설과 번역 희곡 <유령소나타>(지만지, 2014)와 <바다에서 온 여인>(지만지, 2015), <로칸디에라>(지만지, 2016),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지만지, 2018), <헤다 가블레르>(지만지, 2018), <건축가 솔네스>(지만지드라마, 2019), <루나사에서 춤을>(지만지드라마, 2020)>, <로스메르스홀름>(지만지드라마, 2020), 〈어린 에욜프〉(지만지드라마, 2023)를 펴냈다. 또한 공연 창작 현장에서 극작가 및 연출가, 드라마투르그로 활동하면서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등 다양한 공연 장르를 넘나들며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고 현재 극단 인공낙원 대표, 극단 하땅세 상임 연출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희곡 <창밖의 앵두꽃은 몇 번이나 피었는고>, <3cm>(지만지드라마, 2021), <푸른 개미가 꿈꾸는 곳> 등이 있으며, 연극 <유령소나타>, <루나사에서 춤을>, <목소리>,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애랑연가>, <규방난장>, 오페라 <류퉁의 꿈> 등을 연출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영사 베르니크 : 속내를 들여다보면, 누구나 다 적어도 어두운 구석 하나쯤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요.
로나 헤셀 : 그러면서 스스로 사회의 기둥이라 자처하다니!
영사 베르니크 : 사회라고 해서 더 나을 것도 없어.
로나 헤셀 : 그렇다면 그런 사회를 지탱하는 건 어떤 힘이죠? 여기선 뭐가 중요한가요? 다름 아닌… 가식과 거짓. 당신은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인사죠,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낙인찍어 놓고, 당신은, 영광과 기쁨,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잖아.
영사 베르니크 : 내가 그 친구한테 저지른 불의를 깊이 뉘우치지 않는 것 같아? 그걸 사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128-1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