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의 선과 악, 사회적 불평등을 탐구하는 서사극이다. 이야기는 중국 쓰촨을 배경으로, 세 명의 신이 지상에서 착한 사람을 찾으려는 여정을 다룬다. 주인공 센테는 가난한 매춘부였으나 신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인정받아 보상을 받아 그 돈으로 담배 가게를 차린다. 하지만 이웃과 연인은 센테의 선량함을 이용해 그녀를 착취하는 데 여념이 없다. 결국 센테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냉혹한 인물, ‘사촌 슈이타’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낸다.
사회적 메시지와 도덕적 딜레마
착하게 살고자 하는 주인공 센테가 현실 압박 속에서 ‘슈이타’라는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선의와 생존 사이 갈등을 드러낸다. 작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하게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브레히트는 이를 통해 사회 구조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서사극 기법과 소외 효과
브레히트는 이 작품에서 ‘생소화 효과(Verfremdungseffekt)’를 활용해 관객이 감정적 몰입보다 비판적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 노래, 내레이션 등은 관객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여기에는 관객이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사회적 문제에 대한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브레히트의 의도가 반영되어 있다.
현대적 관점, 감각으로 빚은 새로운 번역
이번 번역은 남녀, 선악이라는 이중 잣대로 작품을 해석해 온 낡은 관점에서 벗어나 현대적 관점에서 원전을 다시 읽도록 안내한다. 쉼표, 마침표 하나도 브레히트의 의도를 살려 원작에 충실하게 옮겼다. 2019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당시 연출을 맡았던 역자는 출간 전 리딩을 진행하며 호흡과 입말을 고려해 대사를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200자평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한 삶이 가능할까?” 브레히트는 <쓰촨의 착한 사람>에서 “살 것”과 “착할 것”,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실험한다. 센테는 살기 위해 냉혹한 “슈이타”를 가장해야 하고, 착하기 위해 “센테”로 남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1943년 독일에서 브레히트 연출로 초연되었다. 헬레네 바이겔이 센테 역할을 맡아 독창적인 해석을 보여 주었다.
지은이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1898∼1956)
독일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태어나 뮌헨에서 철학과 의학을 공부했지만 전쟁을 겪으며 진로를 바꾼다. 사회 혁명을 꿈꾸며, 문학 전공으로. 1922년에서 1933년까지 베를린의 극장에서 일하며 〈서푼짜리 오페라〉와 〈마하고니시의 번영과 몰락〉을 쓰고 연출한다. 이후 “신발보다 자주 나라를 바꾸며” 덴마크, 프랑스, 스위스, 핀란드 등을 거쳐 1941년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세계 대전이 끝나자 다시 독일 민주 공화국(동독)으로 돌아온다. 1956년 8월 14일 지병으로 숨을 거두었다.
옮긴이
김예나
연출가이자 배우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미국학과 스칸디나비아학 학사, 베를린 국립예술대학원에서 연극 교육학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스튜디오 나나다시’라는 극단의 대표이자 연출로 다양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 왔다. 현재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의 다양한 퍼포먼스적 층위를 탐구하는 이야기꾼스트〔이야기 + 이야기꾼 + 쿤스트(Kunst, 독일어로 ‘예술’이라는 의미〕를 중점적으로 연구 중이며 가끔씩 툰을 그린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프롤로그
1. 작은 담배 가게
2. 담배 가게
3. 시립 공원 저녁
4. 센테의 담배 가게 앞에서
5. 담배 가게
6. 변두리의 싸구려 레스토랑 앞
7. 센테 담배 가게 뒷마당
8. 슈이타의 담배 공장
9. 센테의 담배 가게
10. 재판장
에필로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센테 : 모든 게 이렇게 비싼데 어떻게 착하게 살 수 있죠?
둘째 신 : 안타깝게도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없어. 경제적인 부분에는 끼어들 수가 없거든.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