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육필시집 목계장터
여름날-마천에서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 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첨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마천: 경남 산청군에 속하는 지리산 아랫마을.
신경림 육필시집 ≪목계장터≫, 136~137쪽
시골냄새다. 흙냄새, 풀 냄새, 그리고 생활과 노동의 땀 냄새. 깜빡 졸음과 한줄기 소나기로 여름날을 견딘다. 동구 앞 젊은 아낙, 버드나무의 살냄새, 사람 냄새, 신경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