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레터 [주간 인텔리겐치아]입니다.
한국의 근대 문학사는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등 남성 문인의 이름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들의 문학사가 굳건히 형성되어 ‘여성의 문학사’는 시도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문학을 읽는 것은 문학을 부수는 일입니다.
|
불순 부정한 혈액을 지닌 히스테리, ≪김명순 단편집≫
남편의 잇단 외도에 자살로 항거하는 ‘가희’의 이야기 〈의심의 소녀〉. 1917년 《청춘》지에 발표된 이 작품은 여성에 의한 최초의 근대소설입니다. 같은 해의 《무정》이 한국 근대문학의 기념비라 수식되어 온 것과 달리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김명순은 1930년대까지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작품이 아닌 오로지 스캔들로 소비되었습니다. 19세에 강간을 당했을 때, 함께 도쿄에 있던 유학생들은 되레 그녀의 자유분방한 성격을 탓했습니다. ‘자유연애’를 이야기했던 그녀를 향한 남성 문인들의 야유는 집요합니다. “탕녀”(전영택), “불순 부정한 혈액을 지닌 히스테리”(김기진), “남편을 다섯이나 갈고도 처녀 행세”(방정환). 가난과 정신병에 시달리던 김명순은 1951년 동경 아오야마 뇌병원에서 사망합니다.
김명순 지음, 송명희 엮음
|
그거슷 녯날 말이야요, ≪나혜석 단편집≫
근대미술사 최초의 서양화가, 또 여성해방론자로서 연애와 이혼 등에 얽힌 스캔들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나혜석. 1918년 《여자계》에 〈경희〉를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김명순과 같은 1세대 여성 문인입니다. 〈경희〉는 일본 유학에서 귀국한 주인공 ‘경희’가 조선에서 신여성으로서 겪는 갈등과 고뇌를 그립니다. “게집ᄋᆡ라는 거슨 시집가서 아들ᄯᅡᆯ 낫코 시부모 셤기고 남편을 공경ᄒᆞ면 그만이니라”는 아버지의 말에 “그거슨 녯날 말이야요” 하며 받아치는 경희. 신여성의 각성된 삶의 방식에 동의하게 만드는 설득의 수사학을 자연스럽게 구사합니다.
나혜석 지음, 오형엽 엮음
|
식민지−여성−노동자, ≪강경애 작품집≫
가난한 농민의 딸로 태어나 만주 등지를 유랑하며 힘겨운 삶을 살았던 강경애. 그 경험의 치열성과 여성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 일제 치하의 노동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정신으로 식민지 시대를 증언했습니다. 1930년대의 다른 여성 작가들이 일상적 삶과 연애의 문제에 집중했던 것과 비교할 때, 사회와 현실을 다룬 그녀의 작품은 이채롭습니다. 제국과 식민지 간의 정치적 위계는 물론 계급과 젠더까지, 세 겹의 굴레에 갇혀 있던 식민지−여성−노동자의 문제성을 치열하게 부각합니다.
강경애 지음, 김경수 엮음
|
커뮤니케이션북스(주)
지식을만드는지식 학이시습 지식공작소 박영률출판사 오디오북스 큰책
02880 서울 성북구 성북로 5-11 대표 전화 02-7474-00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