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성차별적 이미지 범람 시대, 상상의 힘을 어떻게 선용할 것인가
‘스피노자 × 페미니즘’에서 답을 찾다
‘상상(imagination)’은 허구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는 특정 이미지로 상상되며, 이때 상상은 여성과 남성의 실제 삶에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즉 상상은 물질적이고 사회적이며, 고로 정치적이다. 사회·정치 철학을 탐구하면서 페미니즘을 연구하는 모이라 게이튼스가 현재 사회의 상상계와 상상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책은 스피노자의 이미지, 상상, 허구 개념 등을 현대적으로 독해해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게이튼스의 사상을 요약 소개한다. 스피노자의 상상 개념을 새롭게 해석·확장하고, 여성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수치심 등의 정서와 결합하는 방식을 밝히며, 지금 사회에 파다한 성차별적 상상을 재구성할 가능성을 궁구한다. 차별적이고 편향적인 이미지들을 불식하고 대안적 상상계를 건설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모이라 게이튼스(Moira Gatens, 1954∼ )
호주의 철학자. 시드니대학교 철학과 교수. 주된 연구 분야는 사회·정치 철학과 페미니즘이다. 스피노자의 이미지, 상상, 허구 개념 등을 재해석한 것으로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다. 철학과 페미니즘의 관계, 신체 철학, 제도와 이를 체현하는 개인, 권리와 규범 이론 등 다양한 주제로 연구 성과를 냈다. 현재 조지 엘리엇의 문학과 비문학에 대한 혁신적 해석에 기반해 실천으로서 철학을 다시 개념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페미니즘과 철학: 차이와 평등에 관한 관점≫(1991), ≪상상적 신체: 윤리학, 권력, 신체성≫(1996), ≪스피노자의 자유를 향한 험난한 길≫(2011) 그리고 제너비브 로이드와 함께 집필한 ≪집단적 상상: 스피노자, 과거와 현재≫(1999)가 있다. 엮은 책으로 ≪젠더와 제도: 복지, 노동, 시민권≫(1998)과 ≪스피노자에 관한 페미니즘적 해석≫(2009)이 있다.
200자평
스피노자의 상상 개념을 현대적으로 독해해 페미니즘 연구에 녹인 모이라 게이튼스의 사상을 요약 소개한다. 스피노자의 상상 개념을 새롭게 해석·확장하고, 여성에 대한 특정 이미지가 수치심 등의 정서와 결합하는 방식을 밝히며, 지금 사회에 파다한 성차별적 상상을 재구성할 가능성을 궁구한다.
지은이
조꽃씨
경희대학교 철학과를 나왔다. 서강대학교 철학과 석사 과정에서 스피노자와 현대 프랑스 철학을 공부하고 “스피노자의 심신론에 관한 윤리학적 해석”으로 학위를 받았다. 모이라 게이튼스의 ≪상상적 신체: 윤리학, 권력, 신체성≫(2021)과 디네시 와디웰의 ≪동물과의 전쟁≫(근간)을 번역했다. 주요 관심사는 스피노자 철학과 신유물론 페미니즘이다.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물질적 관계에 대한 연구 그리고 관련 번역 작업을 지속하려 한다.
차례
스피노자와 페미니즘
01 사회적 상상계
02 관계적 행위성
03 성적 명예 규범
04 신체 페미니즘
05 섹스 젠더 구별을 넘어
06 본질주의 비판
07 숙고하는 허구
08 남성인 근대 정치체
09 성차와 법
10 체현된 책임
책속으로
게이튼스는 스피노자 철학을 페미니즘에 적용할 때 상상(imagination) 개념을 교량으로 삼는다. 상상을 스피노자의 중심 개념으로 격상하고 상상의 필연적이고 긍정적인 역할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게이튼스는 정통적 해석을 벗어난다. 게이튼스가 보기에 상상은 인간 인식의 결함이 아니라 인간의 역량 발전을 가능하게 할 잠재력이다. 인간이 번영하는 데 필수적 요소인 상상은 페미니즘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상상은 정신과 신체, 개인과 집단, 인간의 권력, 자유와 책임에 대한 대안적 사고방식을 제시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_ “스피노자와 페미니즘” 중에서
사회적 상상계는 우리가 사는 드넓은 차원을 이룬다. 상상계 속에서 개인은 주체성을 형성하고 의미와 정서를 공유하며 가치를 평가한다. 상상계는 물질적인 신체의 차이와 그 재현을 근본으로 삼아 권력의 짜임을 구성한다. 또한 상상계는 다양하고 모순적인 사회적 의미들이 생성되고 충돌하는 현장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성과 충돌을 통해 차별적인 신체 이미지를 변경하고 대항 상상계를 건설할 수 있다.
_ “01 사회적 상상계” 중에서
게이튼스는 페미니즘 내에서 ‘성적 평등 대 성적 차이’라는 논쟁이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상황이 신체와 성차에 대한 근대적 이분법에 갇힌 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게이튼스는 ‘신체’를 생물학적 특성이 문화에 관여하고 문화가 생물학적 특성을 생산하는 문턱으로 규정하고, ‘상상적 신체’라는 통념을 고안한다. 신체를 창조적이고 역동적으로 보는 스피노자의 관점에 따라 신체의 성차를 긍정하면서도 신체를 구성적 개념으로 만든다.
_ “04 신체 페미니즘” 중에서
게이튼스는 근대 정치체를 남성 신체 이미지의 재현으로 본다. 이는 여성과 다른 타자를 배제한다. 남성이라는 하나의 신체를 재현하는 정치는 하나의 보편을 자처하는 윤리로 이어진다. 게이튼스는 근대 정치체에 맞게 신체들을 개조하기보다 다양한 신체를 재현하도록 정치체를 개조할 것을 주장한다. 다양한 신체들을 진정한 타자로 대하고 그들과 관계 맺는 차이의 윤리학을 요청한다.
_ “08 남성인 근대 정치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