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즐거운’ 건축,
공간이 아닌 필요를 채우다
건축은 단순히 그럴듯한 형태나 공간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사람과 사회에 대한 고려를 중심에 두는 행위다. 세드릭 프라이스는 이러한 건축관에 기반해 근대의 엄숙한 기념비적 건축을 넘어선다. 만들어 가고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건축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첨단 기술과 사이버네틱스를 적극 활용하며 건축에 ‘불확정성’과 ‘가변성’을 불어넣었다. 정해진 형태 없이 계속 변화하면서 사용자의 필요와 시간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는 프라이스의 건축은 현대 건축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펀 팰리스>, <포터리스 싱크벨트> 등 프라이스의 여러 독창적 프로젝트를 조망한다. “조력의 철학”, “예상해서 설계하기”, “타이밍” 등 핵심 키워드들로 프라이스의 건축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프라이스가 어떻게 건축을 통해 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쇠퇴한 공업 지역을 재활성하려 했는지 자세히 살필 수 있다. 현대 건축의 문을 활짝 연 프라이스를 좇아 우리가 공간을 경험하고 사용하는 방식을 색다른 시각으로 고찰해 보자.
세드릭 프라이스(Cedric Price, 1934∼2003)
현대 건축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영국의 건축가이자 저술가, 교육자다. 작품으로서 건축보다는 교육과 종이 위의 프로젝트 등에 집중하며 사회적 변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건축의 잠재력을 탐구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를 졸업하고 AA스쿨에서 수학했으며 동 학교에서 가르치기도 했다. 1960년 건축사무소 설립 후 <펀 팰리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다른 주요 프로젝트로는 <포터리스 싱크벨트>(1966∼1967), <논-플랜>(1969), <인터액션 센터>(1970∼1981), <제너레이터>(1976∼1980), <사우스뱅크>(1983∼1988), <마그넷>(1995∼1996) 등이 있다.
200자평
현대 건축의 기틀을 마련한 세드릭 프라이스의 건축을 해설한다. 프라이스는 형태에 집착하는 기념비적 건축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에 유용한 건축을 추구했다. 첨단 기술과 사이버네틱스를 건축에 적극 도입해 시간에 따른 변화를 고려하고 불확정성을 받아들였다. 우리가 공간을 경험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색다른 통찰을 제공한다.
지은이
김정수
영국 건축사(ARB/RIBA)이자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부 교수로 있다.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AA스쿨에서 AA Diploma 학위를 받았다. 건축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관심을 두고 서울시 공공건축가(2016∼2022), 마을건축가(2020∼2022)로 활동하면서 동주민센터, 청년인큐베이팅센터, 공영주차장 등 공공 건축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연구 논문으로는 “포스트 디지털 드로잉의 배경과 의의에 대한 연구”(2023), “세드릭 프라이스의 건축에 나타나는 사이버네틱스의 영향”(2017) 등이 있다. 그 외 세드릭 프라이스와 현대 건축 관련 논문 다수를 발표했다.
차례
‘들어 본 적 없는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01 1960년대 스윙잉 런던
02 <펀 팰리스>
03 사이버네틱스
04 조력의 철학
05 불확정성과 가변성
06 예상해서 설계하기
07 <포터리스 싱크벨트>
08 형태 없는 건축
09 타이밍
10 근대 건축과 현대 건축 사이
책속으로
프라이스에게 즐거움(delight)은 사회주의적 신념 못지않게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잘 알려진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말투와 행동들이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했겠지만, 건축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프라이스는 건축이 사람들로 하여금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녔다. 건축이 과거의 엄숙한 기념비적 역할에서 벗어나 건축물을 만들어 가고 사용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_“‘들어 본 적 없는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 중에서
프라이스와 리틀우드는 전후 여가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모여 게임을 하거나 준비된 악기로 즉흥 연주를 하고, 영화를 보거나 만들고, 서로에게 언어나 요리를 배우거나 그저 다른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로서 ‘거리의 대학’을 구상했다. 그러나 그들이 생각한 ‘대학’은 일상적 의미의 교육 기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 변화와 기술 발전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여가 시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단순 휴식(idle) 상태가 아니라 창조적 시간으로서 여가(leisure)가 배움(learning)이라고 생각했다. 프로젝트 이름의 ‘펀(fun)’은 이러한 의도를 담고 있다.
_“02 <펀 팰리스>” 중에서
프라이스에 따르면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는 클라이언트가 많은 것을 결정하지 않은 상태일 수밖에 없으며, 건축가는 이런 불확정성을 건물의 형태나 작동 방식과 관련된 ‘미지의 것에 대한 즐거움(delight in the unknown)’을 찾는 일과 연결해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정해진 건축을 추구하는 안전한 시도들은 수십 년간 건축계를 지배해 왔으며, 건축을 변화하는 사회의 요구에서 점점 더 멀어지게 했다. 따라서 프라이스는 설계와 그 이후 건물 작동에 대해 부분적이나마 불확정성을 고려해야 하며, 이를 통해 건물이 생애 주기 동안 변화 가능성과 재고할 만한 가치를 지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_“05 불확정성과 가변성” 중에서
세 환승 영역 중 한 영역에 도착한 학생들은 사이트 전반에 흩어져 있고 가변성을 띠는 주거 유닛에서 생활하게 된다. 강의·세미나·학습 등을 위한 모바일 유닛을 타고 철도 위를 움직이며 교육을 받는다. 모바일 유닛들은 필요 혹은 프로그램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결합되고 재배치된다. 이 <포터리스 싱크벨트> 프로젝트는 교육을 제공할 뿐 아니라 지역에 남아 있는 산업 시설이나 커뮤니티와 결합해 쇠퇴한 지역을 활성화하려 한다.
_“07 <포터리스 싱크벨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