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와 그 경쟁자들
김홍표의 ≪산소와 그 경쟁자들≫
구토와 반딧불이 그리고 비아그라
메슥거림과 반딧불 그리고 정력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산소가 바이오 활성가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했을 때 우리 몸과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들은 왜 다투는 것일까? 언제부터 그랬을까?
이 책은 우리 몸에서 효소의 도움을 빌려 만들어지는 가스 분자에 관한 기록이다. 우리 몸속 100조에 이르는 세포 상당수가 가스를 만들거나 그 가스에 반응해 무언가 일을 한다. 세포끼리 신호를 전달할 때 긴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기능을 맡기도 한다.
≪산소와 그 경쟁자들≫, 김홍표 지음, xviii쪽
산소의 경쟁자가 누구인가?
일산화질소, 일산화탄소, 황화수소 같은 바이오 활성가스다.
그들의 경쟁은 우리 몸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가?
생물체의 몸속 헴 분자가 경쟁의 현장이다. 핏속에는 적혈구라는 원반 모양의 세포가 있다. 그곳에 헤모글로빈이라는 색소가 있는데 피를 붉게 만든다. 헴 분자는 바로 이곳에서 산소와 결합한다.
경쟁은 언제 벌어지나?
숨을 쉬면 콧구멍을 통해 공기 속 산소가 폐로 들어간다. 적혈구는 폐 속 모세혈관을 통과하는데 산소는 바로 이때 헴 분자에 달라붙는다. 그러나 활성 가스도 헴에 달라붙으려 하기 때문에 산소와 활성가스 사이에 다툼이 생긴다.
산소와 활성 가스의 경쟁은 어떻게 진행되나?
우리 몸은 산소보다 헴에 더 잘 달라붙는 가스를 들이마시거나 스스로 만들어 낸다. 헴 분자가 다른 분자와 결합할 수 있는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붙으려는 가스 분자는 여럿이다 보니 경쟁이 불가피하다.
산소와 경쟁자들의 다툼을 우리가 일상에서 직접 자각할 수 있는 사례는 어떤 것인가?
자동차 배기가스나 연탄가스, 담배 연기의 예를 들어 보자. 이들은 불완전 연소된 가스를 포함하는데 여기에는 일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일산화탄소는 헴 결합력이 산소보다 200배 더 높다. 헴은 산소와 결합하지 못하고 일산화탄소와 결합하게 된다. 산소는 몸에 흡수되지 못하고 그 결과 두통, 메슥거림이 일어난다. 일산화탄소 중독 증세다. 치료하려면 마스크로 100% 산소 기체를 마셔야 한다.
다른 생물에서도 이런 경쟁이 일어나는가?
‘형설지공’ 고사에 나오는 반딧불이는 산소와 그 경쟁자들의 다툼을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생물이다.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것은 일산화질소가 헴 결합자리를 차지하려고 산소와 다투기 때문이다.
바이오 활성가스는 우리 몸에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
산소와 경쟁하는 것이 이들의 전통 기능이다. 그러나 이 밖에도 이들 가스는 신경전달물질 역할을 하거나 혈관을 확장하는 기능도 있다. 비아그라가 대표적인 예다. 항염증 작용과 세포 보호 작용을 한다는 사실도 최근 알려지고 있다.
인간에게 산소는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
활성 산소(산소 라디칼)는 세포를 손상해 몸에 해를 끼친다. 불안정한 홑전자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물질을 마구 산화시킨다. 노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물질이다.
활성 산소는 건강의 적인가?
활성 산소는 양이 많아질 때만 해롭다. 우리가 토론해야 할 문제는 활성 산소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사이좋게 사는 것이다.
활성 산소는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세포에서 ATP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활성 산소도 만든다.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는 전자 전달계는 활성 산소의 진원지 중 하나다.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의 ‘내부공생설’은 무엇인가?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 있는 소기관이다. MIT의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들 소기관은 과거에 독립된 세균이었는데 다른 원핵세포의 포획을 통해 그 세포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공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진핵세포가 진화하게 되었으며, 사람 같은 복잡한 생물도 몸속에서 산소를 대사하게 되었다.
산소와 세균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지구 대기에 산소를 축적한 것은 세균이었다. 원시 지구에는 산소가 없었다. 그러다가 20억 년 전 시아노박테리아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처음으로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만들었다. 산소는 전 지구의 토양과 해양을 산화시킨 후에 대기에 축적되기 시작했다. 오늘날에는 식물도 엽록체에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든다.
당신은 이 책을 왜 썼는가?
우리가 매일 만들어 내는 내인성 가스 물질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 그것이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내가 정말 알고 싶었던 것은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이 지구 역사의 긴 여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세밀하게 들어가는 내용이 적지 않아서 전공 지식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겠지만 인간을 이해하는 데 정말 중요한 질문이다.
이 책을 혼자 썼는가?
런던 대학의 생화학자 닉 레인(Nick Lane)이 쓴 ≪산소≫를 참고했다. 지구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대기를 만들었는지, 여기에 대한 생명체의 반응은 어떠했는지를 다룬다. 이 책을 쓰는 데 기반이 된 책이다. 단 이 책에서는 산소의 쓰임새를 조절하는 세포의 능력에 관한 이야기를 바이오 활성가스의 입장에서 정리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홍표다.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