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와의 대화
구스타프 야누흐(Gustav Janouch)가 쓰고 편영수가 옮긴 ≪카프카와의 대화(Gespräche mit Kafka)≫
비현실적이지만, 친절하고 따뜻한 카프카
세계는 차고 비정하다. 인간의 유무 따위는 문제되지 않는다. 악마가 있긴 하지만 보고 싶진 않다. 카프카는 이런 세계를 본다. 글로 써 전했지만 독자는 차고 비정했다.
시인들은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인간에게 다른 눈을 넣어 주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래서 시인들은 본래 국가를 위협하는 요소예요. 변혁을 원하기 때문이죠. 반면 국가와 국가의 모든 충복들은 오직 현 상태가 지속되기만을 원하죠.
≪카프카와의 대화≫, 구스타프 야누흐 지음, 편영수 옮김, 291쪽.
지금 카프카는 누구에게,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인가?
플라톤이 ≪국가≫에서 시인 추방론을 주장한 까닭에 대한 카프카의 분석이다. 이상 국가에서 시인이 배제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야누흐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다.
시인은 실제로 국가를 위협하는가?
카프카에게 시인은 다른 누구보다 보잘것없고 연약한 존재였다. 시인은 현실의 어려움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신을 해방하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했다.
≪카프카와의 대화≫는 어떤 책인가?
문학소년 야누흐가 카프카를 처음 만났던 1920년부터 그가 세상을 떠난 1924년까지 그와 함께한 시간과 정신 교류를 기록한 책이다. 진리와 진실한 삶을 얻기 위한 그의 노력을 우리에게 중계함으로써 카프카 문학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도록 안내한다.
‘카프카 문학의 수수께끼’란 무엇을 뜻하는가?
그가 현실에서 본 것은 무방비 상태인 인간을 절멸하는, 보이지 않는 악마로 가득 찬 세계였다. 그는 글로써 이 세계를 증언했다. 그러나 독자는 눈을 감은 채 현실의 진짜 모습을 보지 않는다. 그의 글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느꼈던 이유가 여기 있다.
구스타프 야누흐는 누구인가?
독일 마르부르크에서 태어나 체코 프라하에서 성장한 대중음악 작곡가다. 음악과 음악가를 다룬 책을 서너 권 써서 당시 프라하에서 유명했다. 그의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은 순전히 ≪카프카와의 대화≫ 때문이다.
대중음악 작곡가가 어떻게 카프카에 대한 책을 썼는가?
그는 프라하에서 카프카를 개인적으로 알았던 마지막 사람이었다. 카프카를 만난 뒤 집에 돌아오면 ‘사상 창고’라는 공책에 그날의 대화를 기록했다. 카프카 문학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에 따라, 약 30년 뒤 ‘사상 창고’를 ≪카프카와의 대화≫로 펴냈다.
카프카를 어떻게 만났는가?
그의 아버지와 카프카는 노동자재해보험공사 직장 동료였다. 학교도 가지 않고 밤새 글을 쓰는 야누흐가 쓴 시를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보인다. 카프카가 그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 뒤 그는 사무실로 카프카를 방문한다. 둘은 스무 살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친분을 쌓았다.
둘은 무엇을 이야기했는가?
노동자재해보험공사와 동료들, 문학과 글쓰기, 민족주의와 시오니즘, 신과 신앙, 예술과 영화, 유대인과 독일인, 작가와 화가, 정치와 러시아 혁명, 중국 철학, 프라하와 그곳의 교회와 궁전을 이야기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카프카의 어떤 모습을 보게 되는가?
작가 카프카가 아닌 인간 카프카를 만난다. 소설과 일기, 각종 문헌에서 알 수 없었던 숨은 진실이 나타나 우리의 영혼을 일깨운다.
인간 카프카는 어떤 사람인가?
배려심이 깊은 따뜻한 사람이었다. 노동자재해보험공사 청소부로 일했던 스바테크 부인은 말했다. “그분은 진심으로 뭔가를 준답니다. 그 뭔가로 사람을 기쁘게 하죠. 예를 들면, 그가 오전에 먹다 남긴 포도가 그래요. 다른 사람들이 남긴 포도는 어떤 모습일지 뻔하죠. 그러나 그분은 그걸 누군가 먹다 남긴 맛없는 음식처럼 보이게 내버려 두지 않는답니다. 그분은 포도나 과일을 예쁘게 작은 접시에 담아 두죠. 그리고 제가 사무실에 들어가면, 다른 말을 하다가 슬그머니 내게 혹시 그것이 필요한지 묻는 겁니다. 정말이지 그분은 저를 늙은 청소부로 대하시지 않아요. 점잖은 분이랍니다.” 노동자재해보험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늙은 직공은 그를 “변호사가 아닌 성인”으로 평가했다.
‘변호사가 아닌 성인’이 된 사연은 무엇인가?
직공은 건축용 석재 운반기에 왼쪽 다리가 으스러진 뒤 얼마 되지 않는 연금을 받았다. 노동자재해보험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소장을 제대로 작성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패소는 불 보듯 뻔했다. 카프카는 자비를 들여 변호사를 고용해 그를 도왔다.
카프카 연구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카프카의 작품과 전기를 연구하는 데 필수적인 참고 문헌으로 수용한다. 몇몇 학자는 이 책의 신빙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우리가 카프카에게 제기하는 질문에 카프카가 너무 친절하게 대답하기 때문이다.
책의 신빙성을 입증할 수 있는가?
이 책에 기록된 카프카의 진술이 카프카의 일기와 편지, 당시 야누흐가 알지 못했던 막스 브로트의 카프카 전기와 일치한다. 또한 카프카의 죽마고우 브로트의 비호와 삶의 마지막 동반자 도라 디아만트의 증언이 의심을 잠재우는 데 한몫했다.
카프카의 마지막 동반자 디아만트는 무엇을 증언했는가?
이 책에서 카프카의 독특한 문체와 사고방식을 발견했고, 그와 재회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동안 출간되었던 ≪카프카와의 대화≫와 무엇이 다른가?
지금까지 ≪카프카와의 대화≫는 세 차례 번역되었다. 1969년에 발간된 전희수의 부분 번역본, 1988년에 발간된 정규화의 완역본과 2007년에 발간된 본인의 완역본이 있었다. 이 책은 본인의 번역본을 손질했다. 특히 카프카의 스케치와 그의 흔적을 표시한 프라하 지도를 보완했다. 카프카의 육성을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편영수다. 전주대학교 명예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