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판타지 고전 오즈 시리즈, 초판본의 모습 그대로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부활하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 시리즈는 1900년 첫 책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출간된 이후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독자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은 판타지 고전이다. 이 시리즈는 본래 평생 어린이를 사랑하고 아껴 온 바움이 어린이를 위해 쓴 이야기임은 틀림없으나, 어린이를 위해 썼다는 점만 지나치게 강조돼 120년 동안 변치 않는 생명력을 이어 온 고전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았다. 어린이는 물론 고전의 가치를 아는 성인 독자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오즈 시리즈 원전의 품격을 살려 새롭게 선보인다.
환상의 나라? 경이로운 나라!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오즈 시리즈는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도서로서, 어린이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축약해서 번역했거나 흥미로운 부분 중심으로 발췌해 번역한 것이 많다. 원전을 충실하게 번역한 책도 있으나, 이마저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의역을 많이 했거나, 어린이들에게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번역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의 오즈 시리즈는 원저자의 의도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초판본의 표현들을 가감 없이 충실하게 번역했다.
제목부터 다르다. 원제는 ‘Marvelous land of Oz’로 다른 책에서는 ‘환상의 나라 오즈’로 번역됐지만, 강석주 역자는 ‘경이로운 나라 오즈’로 정확하게 번역했다.
초판본을 그대로 선보이기 위해 작가 프랭크 바움이 1902년 제작된 뮤지컬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에서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 역을 맡았던 두 배우, 데이비드 몽고메리와 프레드 스톤에게 쓴 헌사까지 그대로 실었다.
존 R. 닐의 초판본 컬러 삽화 16점, 흑백 삽화 127점, 총 133점 완전 수록
첫 책《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삽화가 윌리엄 W. 덴슬로와 결별한 L. 프랭크 바움은 새 책의 삽화를 존 R. 닐에게 맡긴다. 처음에 닐은 독자들이 익숙한 덴슬로의 작풍을 그대로 따르려 했으나, 점점 그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펼쳐 보인다. 닐은 이 책을 시작으로 이후 오즈 시리즈의 삽화를 모두 그림으로써 명실상부 “오즈의 삽화가”가 되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은 닐의 그림을 서명까지 변형 없이 그대로 실었다. 어린이 독자를 위해 흑백 삽화에 임의로 덧칠을 하는 등 원화를 훼손한 여타의 책과는 크게 대비된다. 표지 안쪽 그림도 초판본을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바움이 헌사를 바친 두 배우가 모델을 서 주었는데,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성 역할에 대한 발칙한 상상! 에메랄드시를 소녀 장군 진저와 뜨개바늘을 든 소녀 군단이 점령하다
캔자스로 돌아간 도로시를 대신해 《경이로운 나라 오즈》의 이야기는 소년 팁으로부터 시작된다. 팁은 아주 어릴 때 마법사 몸비 할멈이 데려와 키워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느 날 팁은 할멈을 놀래 주려 꾀를 낸다. 호박에 얼굴을 새기고 몸을 만들어 붙이고 옷을 입혀 길모퉁이에 세워 둔 것이다. 그런데 몸비는 놀라기는커녕 마법 가루를 이용해 호박머리 잭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살려 낸다. 새로운 하인을 얻게 된 몸비가 골칫덩어리 팁을 대리석상으로 만들어 버리려 하자, 팁은 밤을 틈타 호박머리 잭과 함께 집을 탈출한다. 그길로 둘은 남쪽 길을 따라 에메랄드시로 향한다.
한편 에메랄드시에서는 남자만 너무 오래 통치를 한 데 불만을 품은 소녀 장군 진저가 뜨개바늘을 든 소녀 군단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킨다. 쫓겨난 허수아비 왕은 팁과 호박머리 잭, 그리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왕권을 되찾으려 착한 마녀 글린다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간 글린다는 허수아비 왕도 진저와 다를 것이 없다며 본래 이곳을 다스리던 패스토리아 왕의 딸 오즈마만이 정당한 왕위 계승자라고 말한다. 성 역할에 대한 세월을 뛰어넘은 프랭크 바움의 놀라운 상상력이 펼쳐진다.
200자평
첫 출간 이후 1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랭크 바움의 오즈 시리즈 제2권이다. 판타지 고전의 면모를 회복해 1904년도 초판본 모습 그대로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부활했다. 《경이로운 나라 오즈》는 1904년에 쓰인 이야기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성 역할에 대한 전복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전 독자를 위해 축약, 발췌, 과장 없이 충실하게 번역했으며 존 R. 닐의 삽화 133점을 완전 수록해 경이감을 더했다.
지은이
L. 프랭크 바움(Lyman Frank Baum, 1856∼1919)
어린 시절, 약한 심장과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서 공상을 즐겼다. 훗날 자신의 책이 120년이 넘도록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어른이 된 바움은 연극배우로 일하는가 하면 가게를 운영하기도 하고 신문기자, 잡지 편집장, 외판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41세가 되어서야 첫 책, 동화집 《엄마 거위 이야기》(1897)를 펴낸다. 이 책이 제법 성공을 거두자 그는 드디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로부터 몇 년 뒤 펴낸 《아빠 거위, 그의 책》(1899)이 상당한 인기를 모으자 이듬해 새 책을 출간한다.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탄생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상상을 초월한 인기를 얻었고 바움은 이후 열세 편의 오즈 시리즈를 더 썼다.
옮긴이
강석주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크리스토퍼 말로−정치, 종교, 그리고 탈신비화》, 《셰익스피어의 문학세계》, 《전통 비극 담론의 보수성과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 《무대 위의 삶 사랑 그리고 죽음》, 《영문학으로 문화읽기》(공저), 《21세기 영미희곡 어디로 가는가》(공저)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탬벌레인 대왕 / 몰타의 유대인 / 파우스투스 박사》, 《말로 선집−에드워드 2세 / 파리의 대학살 /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과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여우 볼포네》, 《말피 공작부인》 등이 있다.
오즈 시리즈를 번역하려고 처음 마음먹은 것은 “영미 동화 읽기와 스토리텔링”이라는 과목에서 학생들과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를 함께 읽고 강의하면서부터다. 오즈 시리즈의 고전으로서의 진가를 다시 깨닫자 원문을 제대로 번역하고 싶어졌다. 2024년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를 펴낸 이후 오즈 시리즈를 계속 번역하고 있다.
차례
들어가기 전에
호박머리를 만든 팁
신기한 생명 가루
도망자들의 탈출
팁의 마법 실험
깨어난 목마
에메랄드시를 향한 호박머리 잭의 여행
허수아비 왕
진저 장군의 반란군
탈출을 계획하는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에게 가는 여행
니켈 도금을 한 황제
크게 확대된 교양 있는 워글 벌레
크게 확대된 이야기
몸비 할멈의 마법
여왕의 포로들
허수아비가 생각할 시간을 갖다
검프의 놀라운 비행
갈까마귀 둥지 속에서
니키딕 박사의 유명한 소원 알약
허수아비가 착한 마녀 글린다에게 호소하다
양철 나무꾼이 장미를 꺾다
몸비 할멈의 변신
오즈의 오즈마 공주
진정한 부유함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진저 장군은 즉시 나무 그루터기로 올라가 군대를 향해 연설했다.
“친구들, 시민들, 그리고 소녀들이여!” 그녀가 말했다. “우리는 오즈의 남자들에 맞서 위대한 반란을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에메랄드시를 정복하고, 허수아비 왕을 끌어내리고, 수많은 화려한 보석들을 얻고, 왕실 금고를 약탈하고, 압제자들을 이겨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진군합니다!”
“만세!” 듣고 있던 소녀들이 소리쳤다.
2.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허수아비가 수염이 덥수룩한 슬픈 표정의 남자에게 물었다. 그는 앞치마를 두르고 보도를 따라 유모차를 밀며 걸어가고 있었다.
“폐하께서 잘 아시겠지만,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남자가 대답했다. “당신이 떠나 버린 후에 여자들이 마음 내키는 대로 모든 것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다시 돌아와 질서를 회복할 생각이시니 정말 기쁩니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느라 에메랄드시에 있는 모든 남자가 힘들어하고 있으니까요.”
“흠!” 허수아비가 생각에 잠겨 말했다. “너의 말처럼 그 일이 그토록 힘들다면, 여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 일을 했단 말이냐?”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남자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마 여자들은 무쇠로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3.
“우린 지금 에메랄드시로 가고 있어.”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그러니 만약 원한다면, 우리와 함께 가도 좋아.”
워글 벌레는 매우 우아하게 절을 했다.
“제게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의 친절한 초대를 받아들이겠어요. 오즈의 나라 어디에서도 이렇게 마음 맞는 일행을 만날 수는 없을 테니까요.”
“맞는 말이에요.” 호박머리가 동의했다. “우린 파리와 꿀처럼 마음이 아주 잘 맞아요.”
“그런데 제가 좀 캐묻는 것 같더라도 용서해 주세요. 여러분은 모두 약간, 에헴! 약간 특이하지 않나요?” 호기심을 숨기지 않고 한 명씩 쳐다보면서 워글 벌레가 물었다.
“너보다 더 특이하진 않지.” 허수아비가 대답했다. “인생에서 모든 것은 익숙해질 때까지는 특이하지.”
“정말 철학적이군요!” 워글 벌레가 감탄하며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