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즘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박완규가 쓴 <<테러리즘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9·11의 다른 이름은 없는가?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름은 심심하다. 9월 11일이다. 왜 이렇게 단순할까? 대답은 단순하다. 그럼 뭐라고 부를까?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데리다의 설명이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술 발달로 테러 현장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알려지고, 정부 당국은 상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결국 사건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사건을 일으킨 사람의 의도에 따라 좌우된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테러리즘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103쪽
하버마스는 9·11을 최초의 세계사적 사건이라고 했다. 무슨 뜻인가?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장면이 전 세계에 전달됐다. 편집된 것도, 연출된 것도 아니었다. 전 인류가 이 사건의 목격자가 되었다. 인류사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다.
이 사건을 왜 9·11, 곧 날짜로 부르는 것인가?
이 사건이 언어를 넘어서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라고 데리다는 설명했다. 명명할 수 없는 어떤 것, 공포와 트라우마를 담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9·11 때문에 세상이 달라진 것이 있는가?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세계 안보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테러 예방이 국제 사회의 최우선 현안이 되었다.
이 사건의 기술적 특징은 무엇인가?
하이재킹과 자살 폭탄 테러를 혼합한 전술이다. 연료를 가득 채운 비행기는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지닌 폭탄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당신은 왜 <<테러리즘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썼는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테러리즘의 형태와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람들은 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테러리즘에 무방비인 곳이 많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도 테러 위험 지역인가?
세계 각지에서 한국인의 활동이 늘어나고 국제 위상도 높아졌다.
사례가 있는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 2009년 예멘 자살폭탄테러로 한국인 관광객 4명이 죽었다.
한국인에 대한 테러의 양상이 달라졌는가?
이전에는 주로 북한의 테러리즘을 걱정했다. 지금은 언제든지 국제 테러리즘의 표적이 될 수 있다.
테러란 무엇인가?
공포를 수반하는 정치 폭력이다. 비국가행위자가 비전투원을 대상으로 폭력, 위협, 살상을 가한다.
정치 폭력으로서 테러의 특징은 무엇인가?
테러리즘은 정치적 폭력 가운데 가장 야만적이고 가장 비도덕적인 행위다.
테러리즘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의 야만성이다. 평화로울 때는 숨어 있다가 갈등이 고조되면 정체를 드러낸다. 지금 세계 곳곳은 다양한 갈등의 용광로다. 인간의 야만성이 테러리즘으로 끓어오른다.
세상에는 어떤 테러가 있는가?
폭탄 테러, 하이재킹, 인질 납치, 암살 등이 있다. 요즘엔 폭탄 테러가 유행이다.
자살폭탄테러의 특징은 무엇인가?
헤즈볼라, 하마스, 쿠르드노동자당, 알카에다처럼 이슬람교와 쉽게 연결된다.
순교의 방법인가?
그렇다. 강력한 적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이 자기희생이다. 성전을 수행하다 전사하면 천국에서 신의 축복과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종교가 테러의 원인이 된 까닭은 무엇인가?
정치의 억압을 받는 사람들은 흔히 종교를 정신적·신체적 피신처로 삼는다. 그 가운데 종교를 정치 행위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테러리스트는 종교의 이름을 빌려 테러 행위를 정당화한다.
이슬람은 테러와 특별한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가?
없다. 다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가 크게 보도되었기 때문에 발생된 현상이다. 이슬람의 핵심 교리는 박애, 곧 평화다.
테러는 종교 근본주의자들과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인가?
종교 근본주의자들은 대체로 근대화 세력과 갈등한다. 근대화를 세속화 추구 행위로 간주하고 종교의 정체성을 지킨다고 주장하면서 테러를 자행한다.
세계는 테러와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
테러리즘과의 싸움은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테러리즘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확신할 때 무너진다. 싸움은 오래갈 듯하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반테러 진영의 작전 미스는 없었는가?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 적을 지나치게 광범하게 규정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외교력보다는 군사력을 통한 대처로 방향을 설정한 결과, 중도 노선이나 국가별 독자 정책은 설 자리를 잃었다.
정치가 테러리즘을 해결할 수 없는가?
정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어렵사리 이뤄낸 성과가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밖에는 방법이 없다.
테러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테러리즘 앞에 전 세계는 갈수록 더 큰 공포를 체험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테러리즘에 대한 항구적 경찰 활동 같은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국가와 국제 차원의 정치를 활성화하는 데서 테러리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박완규다. 세계일보 취재담당 부국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