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노자영 시선
눈 오는 저녁
힌 눈이 密行者의 발자욱같이
수집은 듯 사분사분 소리 곱게 나리네
송이마다 또렷또렷 내 옷 우에 銀繡를 놓으면서
아 님의 마음 저 눈 되여 오시나이까?
알뜰이 고흔 모습 님 마음 분명한 듯
그 눈송이 머리에 이고 밤거리를 걸으리!
정말 님 마음이시거든 밤새도록 나리시라
함박눈 송이송이 비단 紋의를 짜듯이
내 걷는 길을 하얗게 하얗게 꾸미시네
손에 받어 고이 놓고 고개 술일까?
이 맘에두 저 눈처름 님이 오시라
밟기두 황송한 듯 눈을 감우면
바스륵 바스륵 귀속말 날 불우시나?
힌 눈은 송이마다 白眞珠를 내 목에 거네
≪초판본 노자영 시선≫, 임정연 엮음, 107쪽
‘통속적이고 감상적인 소녀 취향의 연애시.’ 문단의 비판은 혹독했으나 문청은 선망했고 대중은 열광했다. 문학에 대한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익숙한 기대에 부응한 까닭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