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강요 천줄읽기
이은선이 뽑아 옮긴 장 칼뱅(Jean Calvin)의 ≪기독교 강요(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 천줄읽기≫
알 수 없는 신에 대한 질문
인간은 신의 뜻을 알 수 없다. 개혁은 인간의 주장이다.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종교개혁은 신에 대한 인간의 자세 점검이다. 해석하는 자와 따르는 자의 싸움이다.
저들은 내가 옹호하려는 교리의 유일한 목표가 모든 것을 혼란의 와중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방합니다. 이제 변증의 보루는 바로 이 교리를 진리로 주장하는 것입니다.
≪기독교 강요≫, 장 칼뱅 지음, 이은선 옮김, 19쪽
무엇이 진리인가?
종교개혁의 교리다. 로마 가톨릭교회와 재세례파에 맞서 종교개혁의 신학을 설명한다.
진리의 기준은 무엇인가?
성경이다. 철저히 성경에 따라 복음의 진리를 제시한다.
로마 가톨릭교회 개혁 원리를 설명한 최초의 책인가?
≪기독교 강요≫가 출간되기 전까지 개혁 원리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책이 없었다.
왜 그가 이 책을 쓰게 되었는가?
로마 가톨릭교회의 박해를 피해 다닐 때 만난 사람들이 종교개혁의 기본 정신과 교리를 밝혀 달라고 요청했다.
교회는 언제부터 그를 쫓았나?
1533년 만성절 기념식에서 파리대학 총장 니콜라 코프가 루터의 종교개혁 사상이 담긴 연설을 했다. 연설문을 칼뱅이 작성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도피가 시작된다. 오를레앙, 푸아티에, 바젤 등으로 도망 다녔다.
번역본의 원전은 제4판이다. 초판은 어떤 책인가?
1536년에 출간된 초판 제목은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 경건의 총체적 개요와 구원의 교리를 알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담는다. 경건에 힘쓰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최근에 내놓은 작품이다. 서문은 가장 뛰어난 기독교인인 프랑스 왕에게 드리는 헌정사로, 이 책을 신앙고백으로 헌정한다. 장 칼뱅 지음, 바젤에서, 1536년≫이다.
프랑스 왕에게 책을 바친 까닭은 무엇인가?
프랑수아 1세는 종교개혁 세력을 탄압했다. 혐의자는 감옥에 보내거나 화형에 처했다.
개혁의 탄압자에게 헌사를 보낸 이유는?
종교개혁자가 국가를 전복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설득하기 위해서다. 자신들이 성경에 근거한 참다운 교회를 세우려는 건전한 개혁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칼뱅의 설득은 성공했는가?
실패했다.
그럼 성공한 것은 무엇인가?
인문학, 신학, 법학을 공부하며 익힌 문헌 지식과 수사학 기술로 쓴 책은 독자를 사로잡았다. 그는 개혁파의 아리스토텔레스, 개혁파의 토마스 아퀴나스가 되었고 종교개혁의 대표자로 떠받들어졌다.
책은 어떻게 발전되는가?
1536년 초판을 내놓은 뒤 1539년, 1543년, 1550년 증보판을 거듭해 1559년 최종판은 4권 80장의 방대한 책이 되었다.
내용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초판은 초신자를 위한 교리서였다. 2판부터는 신학생과 목회자를 대상으로 내용을 더했다. 당시 논쟁거리였던 신학 주제를 다루었다. 칼뱅 하면 떠오르는 예정론도 이때 추가한 것이다. 최종판은 사도신경의 구조와 일치하도록 배열 순서를 바꿨다.
초신자가 알아야 할 개신교 교리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십계명, 사도신경, 주기도문, 성례다. 십계명은 신앙생활의 지침이고 사도신경은 세례를 위한 신앙 교육서이며 주기도문은 기도의 기본이다.
성례에는 무엇이 있는가?
로마 가톨릭에는 일곱 성례가 있었다. 세례성사(洗禮聖事), 견진성사(堅振聖事), 성체성사(聖體聖事), 고해성사(告解聖事), 병자성사(病者聖事), 신품성사(神品聖事), 혼인성사(婚姻聖事)다. 칼뱅은 성경에 명백한 근거가 있는 세례성사와 성체성사, 곧 세례식과 성찬식만 인정했다.
로마 가톨릭이 행한 나머지 다섯 성례를 칼뱅이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성경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례를 받은 뒤 더욱 성숙한 신앙을 다짐하는 견진성사를 비판하는 대목을 보자. “그들은 이 의식에서 기름을 바르며 ‘내가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너에게 거룩한 십자가의 표를 치며 구원의 성유로 너를 견인하노라’고 말한다. 모두 훌륭하고 경탄할 만하다. 그러나 여기에 성령의 임재를 약속하는 하나님의 말씀은 어디에 있는가?”
재세례파와 리베르틴파의 개혁 주장은 무엇이었나?
그들은 잘못된 개혁을 시도했다. 재세례파는 유아세례를 부정하며 신앙고백 이후의 세례만 인정했다. 리베르틴파는 신앙을 가진 뒤에는 도덕법까지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매우 문란한 생활을 했다.
칼뱅이 주장한 예정론의 핵심 논리는 무엇인가?
신이 선택한 자는 구원받고 버린 자는 멸망하는 일이 예정되어 있다는 주장이다.
신앙과 도덕을 위한 노력은 불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래도 노력할 것은 많다. 인간은 신이 자신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 구원의 날을 위해 “겸손하고 낮아져 하나님의 심판 앞에서 떨고 하나님의 자비를 우러러”봐야 한다고 했다.
이 책 최종판은 어떤 구조로 쓰였는가?
1권은 창조주이신 삼위일체 하나님, 2권은 구속주 예수 그리스도, 3권은 성령의 구속 역사, 4권은 삼위일체 하나님이 세우신 외적인 은혜의 수단인 교회와 국가를 제시한다.
칼뱅이 16세기 프랑스의 3대 문장가라는 평가는 사실인가?
≪수상록≫을 쓴 몽테뉴와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을 쓴 라블레와 함께 16세기 프랑스 3대 문장가로 꼽혔다. ≪기독교 강요≫는 가장 뛰어난 인문주의의 수사학적 문장 구조와 설득력 있는 논리 구조를 갖추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기독교 강요≫에 대한 인문학의 평가는 어떤가?
종교개혁이 일어나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나타난 변화를 가장 잘 설명한 책이다. 이 책의 웅혼한 힘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칼뱅은 근대 사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그는 군주제보다 귀족제와 민주제를 절충한 정치체제가 낫다고 했다. 근대 대의민주제와 비슷하다.
직업 소명론은 막스 베버의 논리와 같은 것인가?
베버가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의 정신≫을 쓰는 동기가 되었다.
이 책의 발췌율은 얼마인가?
제네바에서 출간한 ≪기독교 강요≫ 라틴어 최종판을 원전으로 삼아 10% 정도 뽑아 옮겼다.
10%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
루터가 발견한 이신칭의(以信稱義)와 칼뱅이 강조한 성화(聖化)를 중심으로 발췌했다. 종교개혁 복음의 진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내용이다. 이것만으로도 로마 가톨릭교회의 질곡에서 벗어나려 했던 사람들의 양심이 일으킨 자유와 개혁의 힘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은선이다. 안양대학교 신학대학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