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론
레프 톨스토이가 쓰고 이영범이 옮긴 ≪인생론 (О жизни)≫
결코 죽지 않는 죽음
개체가 사라진다. 육신의 외연과 의식의 시간은 없다. 그러나 인간은 이것뿐이었나? 내가 사랑한 모든 것에 이미 내재한 나는 무엇인가? 그것도 사라질 수 있는가?
미래의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단지 지금 현재의 활동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이 없는 사람이다.
≪인생론≫,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영범 옮김, 168~169쪽
사랑이 왜 중요한가?
인생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적이 뭔가?
선의 추구다. 톨스토이는 그것만이 인생의 뜻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삶과 동물의 삶은 무엇이 다른가?
사람은 이성이 있다. 동물은 이성이 없다.
동물은 사랑하지 않는가?
사랑은 이성의 활동이다. 동물은 사랑을 못한다.
사랑하지 못하는 삶은 동물의 삶인가?
동물적 자아의 행복을 좇는 사람은 동물적 행복을 추구한다. 그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확장한다.
어떤 인간의 삶이 동물의 삶인가?
재물을 획득하고 간수하면서 남들이 그의 행복에 봉사하도록 강요하는 삶이다.
이성의 삶은 어떤 삶인가?
동물의 생존이 환상이자 속임수임을 깨닫는다. 자신의 내면에서 유일하고 진실한 삶, 곧 사랑을 해방한다.
사랑을 해방하면 무엇이 찾아오는가?
그로써 행복해진다. 이것이 인생의 진리다.
진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
살아가는 내내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만 투쟁한다. 그들도 인간 자아가 천천히 파멸해 불가피하게 죽음으로 접근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고통을 벗어나려고만 하고 죽음으로부터 도망친다. 쾌락을 추구한다.
쾌락은 행복이 아닌가?
쾌락이 커질수록 고통에 민감해진다. 죽음도 가까워진다. 쾌락의 증대는 결국 한계점에 이른다. 그것은 고통이 된다.
쾌락과 사랑은 어떤 관계인가?
쾌락은 항상 사랑과 대립한다. 쾌락이 커질수록 대립도 강해진다.
쾌락의 끝은 어디인가?
쾌락에 대한 추구가 치열해질수록 인간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행복, 곧 사랑은 더욱 더 불가능해진다.
쾌락이 아니라면 우리는 무엇을 좇아야 하는가?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 나의 동물 자아를 희생해야 한다. 어머니, 아내, 자식, 친구, 조국을 사랑해야 한다. 모든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
사랑은 누구를 위한 행동인가?
사랑은 남의 행복을 위한 활동이다.
작은 사랑과 큰 사랑은 무엇이 다른가?
잘못된 질문이다. 현재의 작은 사랑의 요구를 미래의 큰 사랑의 요구라는 이름으로 거부하는 사람이 있다. 잘못된 판단이다.
작은 것보다 큰 것을 선택하는 것이 왜 잘못인가?
사랑에 큰 것과 작은 것은 없다. 사랑은 오직 현재의 활동이다.
사랑에 선택은 없는가?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조건을 다른 조건보다 더 좋아하는 것을 사랑의 선택이라고 착각한다. 그런 행동은 동물 자아의 에너지 발현일 뿐이다.
과학과 철학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런 유물론적 인생관은 인생을 눈에 보이는 몸의 현상으로만 이해한다. 과학과 철학에는 인류를 구원하고 이끌어갈 능력이 없다. 삶을 시공간 속에 나타나는 물질들 힘의 우연한 장난이라고만 본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공간의 육체와 시간의 의식이 사라지는 것이다. 육체가 썩으면 나의 ‘자아’가 소멸한다. 사람들은 개체의 자아를 몹시 소중히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이다. 자아가 세계와 맺는 특별한 관계는 육체의 죽음에도 파괴되지 않는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우리가 일시적 자아만을 삶의 전부라고 생각해서 그렇다. 인간의 삶은 그치지 않는 운동인데 그것을 모르고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것과 동일한 수준의 사랑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삶이 끝났다고 느끼고 죽음을 본다.
당신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모든 의식이 하나로 연결되어 시간을 초월해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죽은 자들의 삶은 이승에서 끝나지 않는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쳤던 정신적인 분위기와 생명력이 계속 작용한다. 타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면 삶이 세계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그것은 죽지 않는다.
톨스토이는 ≪인생론≫을 언제 발표했나?
59세였던 1887년에 출간했다. 톨스토이의 생애는 50세를 분수령으로 둘로 나뉜다. 50세 이전에는 훌륭한 작가였고 50세 이후에는 훌륭한 종교 사상가였다.
이 책을 ‘주요 철학 전문서’라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생의 근본 원리에 대한 사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썼기 때문이다. 그가 강조하는 사랑은 신의 활동이다.
톨스토이의 인생관은 무엇인가?
이타적인 선을 추구하는 기독교적 진리를 강하게 피력한다.
그의 시대는 어떤 시간이었나?
민중의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었지만 학문과 예술에서 새로운 시도와 발견이 이루어지던 19세기 말이었다. 과학과 문화의 발전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하고 종교에 대해 무관심했지만 동시에 열광적으로 종교를 탐구한 시대였다.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
그때와 다름없는 인간의 시간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영범이다. 청주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