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매개: 뉴미디어의 계보학
제이 데이비드 볼터(Jay David Bolter)와 리처드 그루신(Richard Grusin)이 쓰고 이재현이 옮긴 <<재매개: 뉴미디어의 계보학(Remediation: Understanding New Media>>
미디어의 생식이론
사람처럼 그들에게도 유전자가 있다. 진화하고 먹고 먹히면서 종족을 확대한다. 삼 세대면 사라지는 인간과 달리 그들은 몇백 세대를 공존한다. 여기 미디어의 계보학이 있다.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는 비매개와 하이퍼매개 사이를, 즉 투명성과 불투명성 사이를 진동한다. 이러한 진동은 한 미디어가 선행 미디어들이나 다른 동시대적 미디어들을 어떻게 개조하는지를 이해하는 열쇠다.
‘제1부 이론’, <<재매개: 뉴미디어의 계보학>>, 18쪽.
미디어 연구는 무엇을 연구하나?
미디어 매개 논리를 탐색한다.
논리가 중요한가?
인간의 세계 경험과 인식은 미디어 매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철학적 탐구는 결국 매개 논리의 이해다.
매개 논리는 어디까지 탐색되었나?
한계가 분명했다. 미디어를 고립시켜 생각하거나 특정 시점에 국한해 분석했다. 미디어 고립주의에 빠졌다.
미디어 고립주의의 병폐는 무엇인가?
미디어의 관계성과 역사성을 성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디어로 매개되는 인간 경험과 인식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이 책의 연구 방법론은 뭔가?
새로운 미디어가 앞선 미디어 형식을 개조하는 형식 논리, 곧 재매개를 계보학적으로 분석한다. 미디어 매개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강화되었다.
재매개란 어떻게 매개하는 것인가?
하나의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의 인터페이스, 표상 양식, 사회 인식, 위상을 차용하거나 개선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재매개라는 개념은 디지털 미디어 출현의 후속 현상인가?
아니다. 재매개는 미디어의 일반 논리다. 모든 미디어는 다른 미디어의 형식을 차용해 스스로를 새로운 미디어라고 주장해 왔다.
증거를 댈 수 있나?
사진이 회화를, 영화가 연극과 사진을, 텔레비전이 영화와 보드빌과 라디오를 차용하며 발전한 게 단적인 사례다.
디지털 기술은 재매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기술적 컨버전스가 재매개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에스엔에스를 보라. 일지, 채트, 에스엠에스, 블로그, 텔레비전, 시시티비처럼 거의 모든 기존 미디어를 재매개하는 중이다.
재매개의 매개 논리는 뭔가?
투명성과 불투명성, 곧 비매개와 하이퍼매개다.
비매개 또는 투명성을 우리는 언제 경험하는가?
가상현실이다. 특정 디스플레이를 착용하거나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지만 그 매개 작용이 전면에 대두되지 않는다. 이용자는 가상현실을 매개 없는 경험으로 느낀다.
가상현실에서는 미디어가 투명한가?
그렇다. 미디어 자체가 사라지고 눈앞에 표상되는 사물이 자연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하이퍼매개를 불투명하다고 형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비매개와는 반대로 미디어를 이용자에게 적극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인간은 매개 과정 자체를 강력하게 인식한다.
비매개와 하이퍼매개, 매개의 투명성과 불투명성은 일련의 매개 과정에서 배타적인가?
그렇지 않다. 경험 차원에서 비매개가 하이퍼매개로, 하이퍼매개가 비매개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재매개>>의 인식 틀은 무엇인가?
서구 인식론의 한계, 곧 시각중심주의를 떨쳐내지 못했다. 시각 미디어 또는 시청각 미디어의 시각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다중 감각적인 디지털 멀티미디어를 분석하는 데 다소 부족하다. 시각성, 청각성, 촉각성을 포괄하는 일반이론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재매개 이론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최근 부상하는 소프트웨어 연구(Software Studies)와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루신이 재매개의 논리를 확장하여 새롭게 제안한 전매개(premediation) 개념은 미래 예측 방법론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책의 새해 첫 독자로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인가?
미디어 산업 종사자, 설계자에게 권한다. 테크놀로지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 책은 빠르게 달려가는 테크놀로지를 세워 놓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재현이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