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화 속 인공지능, 인간과의 경계는 어디에 있나
SF 영화에 등장하는 AI 캐릭터를 중심으로 우리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AI에 대한 유토피아적 기대와 디스토피아적 공포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살펴보며,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변해가는 양상을 추적한다. AI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과 비관을 어떻게 재현하는지를 다루며, 인간이 AI를 지배하려는 욕망과 AI가 인간성을 모방하며 독립적인 존재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질문들을 제기한다. 영화 속에서 AI가 인간과의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을 집중 조명하며, 인간과 기계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특히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엑스 마키나>, 등 대표적인 SF 영화들을 분석해, AI가 인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가 AI를 통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탐색한다. 영화 속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인공지능과 인간이 맺는 관계의 변화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기술과 인간성이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200자평
영화 속 인공지능 캐릭터를 통해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탐구한다.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엑스 마키나> 등 다양한 영화를 분석하며 AI가 인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AI에 대한 유토피아적 기대와 디스토피아적 공포를 조명하고, 인간과 AI가 공존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영화를 통해 인공지능을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며, 기술과 인간성이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하는 기회를 마련한다.
지은이
서의석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강사로 활동 중이다. 경기대학교에서 영상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5년간의 영화 현장에서 10여 편의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 한국영화학회 재무이사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드라마어워즈 사업 평가 및 발전 방안 연구와 영화진흥위원회 필름 복원 및 활용에 관한 연구, 영화 연구 현황 조사 및 활성화 방안 연구를 진행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한국 SF 영화 속 인공지능 캐릭터에 재현된 아브젝트(abject)의 표상들”(2023), “인공지능 재현의 타자화 경향과 새로운 주체로의 변화 양상: 영화 공간의 기능”(2022) 등 10편 이상의 논문을 등재 학술지에 게재했다.
차례
영화에 등장한 AI
01 불안과 공포의 근원
02 억압과 폭력성
03 문명의 이기주의: <메트로폴리스>
04 인간이 창조한 괴물: <프랑켄슈타인>
05 진짜와 가짜의 경계:
06 기계가 되려는 인간, 인간이 되려는 기계: <라이프 라이크>
07 전복된 관계: <엑스 마키나>
08 영화 속 경계의 의미 1
09 영화 속 경계의 의미 2
10 인간과 AI의 공존 가능성
책속으로
장르적으로 볼 때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영화는 SF 장르이기는 하나 넓은 개념에서 공포 영화의 하위 장르로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영화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 관계에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통해 중요한 주제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비체와 비체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공포 영화 속 주체인 인간과 비체(괴물, 살인마)의 관계를 살펴볼 때 비체가 끊임없이 주체를 위협한다는 점, 그리고 주체는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비체를 끊임없이 밀어내거나 소멸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 역시 이와 유사한 특징을 드러낸다. 나아가 인간을 그대로 묘사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신체적 특징과 인간의 감정을 학습함에 따라 인간보다 더 인간다움으로 재현하는 특징 역시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흐리는 장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비체에 사로잡힌 주체가 자신의 자리를 고정하지 못함에 따라 기존 질서가 파괴되는 경계의 모호함 역시 공포 영화와 SF 두 영화 장르에서 보이는 유사한 특징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주된 질료로 하는 영화에 대한 분석에서는 비체화 개념이 가장 효율적인 이론적 틀이라 할 수 있다.
-01_“불안과 공포의 근원” 중에서
영화가 재현한 미래 도시 메트로폴리스는 두 개의 도시로 나뉜다. 극명하게 갈리는 두 개의 도시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양면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하나는 물질문명의 화려한 마천루가 끝없이 펼쳐진 지상 세계를 재현함으로써 문명이 전하는 미래 사회의 유토피아를 형상화한다. 지상 세계는 지상낙원으로 행복하고 안락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부르주아의 일상을 담아낸다. 반면 다른 세계는 온통 기계로 둘러싸인 지하 공간에서 기계를 작동시키기 위해 기계보다도 더 기계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머무는 지하 세계로, 디스토피아를 형상화한다. <메트로폴리스>가 재현하는 두 세계는 정신과 몸, 그리고 자본주의적 변형이라 할 수 있는 사회적 계급의 이원론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다. 영화는 지상을 지배하는 ‘프레더슨(부르주아)’과 지하 세계를 대표하는 그의 아들 ‘프레더(프롤레타리아)’의 갈등을 재현함으로써 자본주의 속 모순된 현실을 비판한다.
-03_“문명의 이기주의: <메트로폴리스>” 중에서
로봇과의 사랑, 여기서 사랑은 일종의 수사법에 불과한 점잖은 언어적 기호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언어적 기호의 구체적 표현은 성욕이며, 로봇과 행하는 성적 행위가 된다. 나아가 책을 읽고 문학적 토론이 가능한 로봇의 재현은 로봇이 문학 내부에 있는 상징체계를 이해하고 인간이 표현하는 감정의 다양성 혹은 중의적 감정을 이해한다는 말이 된다. 영화 내부에서 발생하는 이런 복잡한 질문들(‘꿈꾸는 로봇?’, ‘로봇과 사랑을?’, ‘로봇과 문학적 토론을?’)은 인공지능을 인간의 범주에 놓고 본다면 어쩌면 특별히 생각할 필요가 없었던 질문이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행할 수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06_“기계가 되려는 인간, 인간이 되려는 기계: <라이프 라이크>” 중에서
<프랑켄슈타인>도 수직적 구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권력 관계를 드러낸다.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생명을 부여한 피조물은 흉측하고 기괴한 모습이지만 분명 인간을 닮았다. 이는 신이 부재한 빈 공간을 인간이 대신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즉,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주로서 신에게 도전하는 하나의 행위이며, 이는 한 과학자의 욕망으로 묘사된다. 피조물이 탄생한 순간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움직이고 있어, 이것이 살아 있어! 이것이 살아났어!”라고 소리치며 흥분에 가득한 목소리로 “이제 나는 신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아!”라고 외치며 신을 언급한다. 이전까지 신의 피조물이라 여겨왔던 인간이 자신의 형상을 닮은 피조물, 즉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해냄으로써 인간이 신이 되는 순간을 영화는 기록한다.
-09_“영화 속 경계의 의미 2”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