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
윤명옥이 옮긴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Love Sonnets of Elizabeth Barrett Browning)≫
진정한 사랑을 생각함
아름답기 때문에 사랑한 것인가?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가? 돈, 지위, 명예, 건강, 학벌, 나이 또는 열정이나 욕망 그것도 아니라면 약속?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것인가?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다른 아무것도 아닌,
오직 사랑 그 자체만을 위해 사랑해 주세요.
“난 그녀의 미소 때문에, 그녀의 모습 때문에,
그녀의 상냥한 말씨 때문에, 그녀의 사고방식이
나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언젠가 기쁨을 주었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해”라고 말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이여, 이런 것들은 스스로 변하거나,
당신의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으니,
그렇게 맺은 사랑은 또 그렇게 풀릴지 모르니.
나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는 그대의 애정 어린 연민 때문에
나를 사랑하지도 마세요. 그대의 위로를 오래 받은 나의 사랑이
울기를 잊어버리면, 그로써 그대의 사랑을 잃을 수도 있으니.
그러니 사랑 그 자체만을 위해 나를 사랑해 주세요.
그대가 영원한 사랑으로 나를 늘 사랑할 수 있도록.
<소네트 14.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랑시≫, 윤명옥 옮김, 20쪽
왜 이 시를 골랐나?
사랑에 대한 시는 많지만 이 시는 특별하기 때문이다. 사랑의 ‘이상’을 노래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체험’을 고백한 시다.
누구의 사랑 체험인가?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체험이다.
그녀는 누군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시인이다. 1806년에 태어나 1861년에 사망했다.
무엇을 체험했는가?
로버트 브라우닝과의 사랑이다. 영문학사 최고의 로맨스다.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그녀의 시집을 읽고 사랑에 빠진 그가 사랑을 구하는 편지를 보낸다.
얼굴이나 보고 그런 것인가?
사랑에 얼굴이 중요한가? “그녀의 미소 때문에, 그녀의 모습 때문에” 사랑한 것이 아니다. 시에 담긴 영혼을 사랑한 것이다.
편지에 뭐라고 썼나?
“당신의 시는 내 마음속으로 들어와 나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 나는 그 시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당신도 사랑합니다.” 1845년 1월 10일에 쓴 편지 구절이다.
그래서 어찌 되었나?
그녀는 거절한다. “나는 그대의 가치에 어울릴 만한 가치도 되지 못하고,/ 그대에게 맞는 존재도 되지 못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엘리자베스의 사정은 어떠했는가?
로버트는 무명 시인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유명 인사였다. 그러나 시한부 인생이나 다름없었다. 오랜 병으로 거동이 불편했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 맞은 모르핀에 중독되기도 했다.
나이 차이는 얼마나 났나?
그녀가 여섯 살이나 많았다. 그런 자신을 멋진 청년 로버트가 정말 사랑하는지 믿기 힘들었다.
로버트는 물러섰는가?
포기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편지를 보냈다. 결국 그녀는 항복했다.
그녀의 항복 사유는 무엇이었나?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잘못 평가한 것이 아니라,
그대를 잘못 평가했어요. 왜냐하면
완벽한 선율은 손상된 악기에서도 거장의 손을 거쳐
흘러나올 수 있으니까요.
위대한 영혼은 단번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사랑은 이루어졌나?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다. 독재적이고 자식을 과보호하던 그녀의 아버지는 결혼하면 유산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아버지의 반대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후 이탈리아로 도피했다.
왜 이탈리아인가?
따뜻한 기후가 그녀의 건강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건강해졌고 아들도 낳았다. 15년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명성도 높았다. 사랑의 힘이다.
사랑의 힘은 무엇을 낳는가?
1850년 그녀는 연작 소네트 ≪포르투갈어에서 옮긴 소네트≫를 발표했다. 남편을 향한 사랑을 순차적으로 그린 연작시다. 진정한 사랑을 만나 걱정과 두려움에서 기쁨으로 변하는 심경을 솔직하게 그렸다.
당신은 왜 그녀의 시를 옮겼나?
세상에는 많은 장벽이 있다. 돈, 지위, 명예, 건강, 학벌, 나이…. 그러나 진실한 사랑 앞에서 이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녀의 가슴 설레는 고백을 통해 사랑하고 사랑받는 기쁨을 함께 누리기를 바란다.
당신이 받은 누린 기쁨은 무엇인가?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그대는 세상이 사라졌을 때 내게 왔고,
오로지 하느님만을 간구하던 나는 그대를 발견했지요!
나는 그대를 발견한 후, 안전해지고, 강해지고, 기쁨에 차 있지요.
당신은 누군가?
윤명옥이다. 인천대학교 초빙교수다.